2010년 9월 13일 월요일

워싱턴 레드스킨스, 드라마 찍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잡고 시즌 1승

필드골 미스, 펌블, 결정적인 순간 패널티... 여기에 인터셉션만 보태면 'NFL 경기 중 하지 말아야 할 것' 리스트가 완성된다.

그런데 NFL 2010년 정규시즌 오프너 경기에서 이런 못된 것만 골라서 한 팀이 있다. 바로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다.

수퍼보울 우승후보로 꼽힌다는 바로 그 달라스 카우보이스 말이냐고?

수퍼보울은 무슨 얼어죽을...ㅋ

아무튼 그 팀이 맞긴 맞다.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히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의 원정경기에서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며 드라마를 찍다가 결국 패했다.

아니 무슨 짓(?)을 했길래 드라마까지 들먹이냐고?

전-후반을 모두 희한하게 끝냈기 때문이다.

우선 전반부터 시작하자.

경기 초반엔 카우보이스의 공격이 제법 잘 풀리는 듯 했다. "프리시즌에 우리가 언제 부진했느냐"는 듯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연속으로 퍼스트 다운을 성공시켰다.

그러다가 브레이크가 걸렸다. 발목부상으로 프리시즌 전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에 연달아 두 번 패스를 하면서 부터였다. 데즈 브라이언트를 띄워주기 위해서였는지 토니 로모(Tony Romo)는 두 번 내리 브라이언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런데 문제는 패스가 둘 다 실속이 없었다는 것. 첫 패스는 2야드, 두 번째 패스는 -1야드였던 바람에 순식간에 3rd and 9이 되었고, 서드다운 컨버젼에 실패한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결국 펀트를 차게 됐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시즌 오프너가 데즈 브라이언트의 첫 NFL 경기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며, 그가 출전했다는 것도 잘 알고있는데 무의미한 패스 2개로 공격의 맥을 끊어놓을 필요가 있었을까? '스포트라이트 비춰주기'도 좋다지만 정규시즌이 시작했는데 이런 장난을 할 때냐는 생각이 들었던 건 단지 나 뿐이었는지 궁금하다. 경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에게도 기회가 생겼을 것이므로 일부러 그에게 똑같은 숏패스를 연달아 2번 던질 필요는 없었다.

물론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매우 겉멋이 든 팀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NFL 전체 32개 팀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America's Team'이라는 별명은 약간 부담스럽긴 해도 '아메리카의 팀'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있는 팀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연예인 팀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인기있다고 해도 여전히 풋볼팀일 뿐이지 헐리우드 스타는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않고 레드카펫을 거니는 헐리우드 스타처럼 쇼오프하려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았다. 카우보이스는 터렐 오웬스(Terrell Owens)를 영입했을 때에도 그랬고,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이 때까지만 해도 카우보이스는 레드스킨스를 상대로 득점을 하는 데 실패했을 뿐 그 이상의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킥커 데이빗 뷜러(David Buehler)가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었던 쉬운 필드골을 실축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카우보이스가 헛발질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레드스킨스가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3대0으로 리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카우보이스는 또 0점이었다. 카우보이스 1군 오펜스는 프리시즌보다는 비교적 나아진 듯 했지만 득점을 내지 못하는 것은 변함없었다.

이것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전반 종료를 몇 초 남겨두고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미친 짓을 했다.

첫 번째 실수는 카우보이스의 백업 오펜시브 라인맨 알렉스 배런(Alex Barron)의 작품이었다. 3대0으로 뒤지고 있는 데다 동점 내지 역전 터치다운을 하려면 갈 길이 먼 상황에 홀링 파울을 범한 것.

중계방송을 한 NBC에 의하면, 배런은 NFL 오펜시브 라인맨 중 파울을 가장 많이 범한 선수라고 한다.

하지만 오펜시브 라인맨의 홀딩 파울은 흔한 것 아니냐고?

물론이다. 그러므로 홀딩 파울 한 번 했다고 쪼아대는 건 아니다. 문제는 알렉스 배런이라는 이름이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또 한차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 기다리시구랴.





그런데 문제는 카우보이스의 실수가 배런의 홀딩 파울 하나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전반 종료 4초 남았는데 그 사이에 실수를 또 했냐고?

그렇다. 또 했다.

배런의 홀딩 파울로 10야드 후진한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전반 종료 직전 득점을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위치에 있었다. 4초 사이에 필드골이나 터치다운을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후반을 준비하는 게 옳다.

그.러.나...

쇼오프하기 좋아하는 카우보이스는 남은 4초 사이에 무언가를 해보려는 수작을 부렸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노력하는 팀'이라는 걸 팬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러닝백 타샤드 초이스(Tashard Choice)가 펌블을 한 것이다! 초이스가 흘린 공을 집어 든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코너백 디앤젤로 할(DeAngelo Hall)은 여유있게 터치다운을 했다.

이렇게 해서 전반 종료 스코어도 3대0이 아닌 10대0으로 바뀌었다. 4초동안 무엇을 해보겠다는 미련스러운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3점차로 뒤진 상태로 전반을 마칠 수 있었는데, 바보같은 실수로 인해 레드스킨스에 쉽게 터치다운을 내주며 10점차로 벌어진 것이다.

전반 종료를 몇 초 앞두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실점을 하는 경우를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만큼 어이없고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 기막힌 전반 종료 순간을 다시 한 번 봅시다. 동영상은 알렉스 배런의 홀딩 파울부터 시작한다.


후반들어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3쿼터에 토니 로모가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10대7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4쿼터에 레드스킨스에 필드골을 또 하나 내주며 13대7, 6점차로 점수가 다시 벌어졌다. 이기기 위해선 무조건 터치다운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순간 행운의 여신이 카우보이스에 윙크를 날렸다. 후반 종료 몇 초를 남겨두고 카우보이스에 결정적인 터치다운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그리곤 경기가 종료하는 순간 토니 로모가 와이드리씨버 로이 윌리암스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제 엑스트라 포인트만 차면 14대13 역전승을 거두는 찰나였다.

그.러.나...

노란색 패널티 플래그가 필드에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 누군가가 파울을 범한 것이다.

설마?

그렇다. 바로 알렉스 배런이다. 전반 종료 직전 홀딩 파울을 범했던 배런이 후반 종료 직전에 또다시 홀딩 파울을 범한 것.

배런의 홀딩 파울 때문에 로이 윌리암스의 터치다운 캐치는 없었던 게 되었고, 그대로 경기 종료.




카우보이스 팬들은 로이 윌리암스가 터치다운 패스를 받는 순간 "이겼다!" 했다가 바로 "졌다!"로 바뀌었다.

이 드라마틱한 엔딩도 다시 한 번 봅시다.


카우보이스는 전반도 드라마틱하게 끝내더니 후반 엔딩 역시 쇼킹했다.

어찌된 게 카우보이스는 종료를 몇 초 남겨뒀을 때마다 드라마를 찍냐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카우보이스는 '아메리카의 팀'이 아니라 '헐리우드의 팀'으로 별명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레드스킨스 13, 카우보이스 7.

하지만 경기내용을 보면 레드스킨스도 잘한 게 없다. 레드스킨스가 득점한 13점 중에서 터치다운은 전반 종료 직전 카우보이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한 펌블 리턴 터치다운 하나가 전부였다.

만약 타샤드 초이스가 펌블을 하지 않았다면?

그렇다. 7대6으로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이겼을 수도 있다. 전반 마지막에 드라마를 찍지 않았더라면 후반 종료 드라마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이 안 풀리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수?

새로운 쿼터백과 헤드코치를 맞이한 워싱턴 레드스킨스에겐 짜릿하고 달콤한 승리였다. 시즌 오프너에서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히는 앙숙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홈에서 드라마틱하게 눌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디비젼 라이벌전은 항상 누가 이길 지 알 수 없다. 어느 한 팀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해도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 디비젼 라이벌 경기다. 그러므로 레드스킨스와의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다. 1년에 2번 붙으면서 1승1패 나눠갖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게 있다면,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시브 라인이다. 주전이 아닌 백업 알렉스 배런이 결정적인 순간에 파울을 범하며 결국 역전 터치다운까지 무효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배런이 주전으로 나선 원인은 라잇 태클(Right Tackle) 마크 콜롬보(Marc Columbo)의 무릎부상 때문이다. 콜롬보 뿐만 아니라 레프트 가드(Left Guard) 카일 커지어(Kyle Kosier)까지 부상으로 시즌 오프너를 뛰지 못했다. 이렇게 2명의 주전 오펜시브 라인이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백업 라인맨들이 투입되었고, 결국 이 중 하나였던 알렉스 배런이 계속 사고를 쳤다.

여기에 방출한 베테랑 레프트 태클(Left Tackle) 플로젤 애덤스(Flozell Adams)를 대신해 주전 오펜시브 라인맨이 된 덕 프리(Doug Free)까지 보태면 현재 달라스 카우보이스 라인맨 다섯 명 중 세 명이 뉴페이스인 셈이 된다.

콜롬보와 커지어의 부상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펜시브 라인이 이렇게 불안하진 않았을 것이다. 덕 프리가 풀타임 주전이 된 게 금년시즌이 처음이라지만 작년에도 몇 차례 정규시즌 경기를 뛴 바 있으므로 알렉스 배런과 같은 '불안한 백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불안한 오펜시브 라인 뒤에서 토니 로모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시즌 오프너에서 불안한 오펜시브 라인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콜롬보와 코지어가 빠른 시일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을 듯 하다.

물론 시즌 오프너 패인은 오펜시브 라인보다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 때문이었다고 해야 옳겠지만, 프리시즌 기간동안 걱정했던 불안한 오펜시브 라인 문제가 현실화되는 듯 하는 점도 신경쓰인다.

카우보이스도 정규시즌에 아직 적응이 안 된 오프시즌 행오버 때문에 웃기지도 않는 실수를 한 것인지, 아니면 한계가 원래 거기까지가 전부이기 때문인지 앞으로 지켜보기로 합시다.

댓글 4개 :

  1. kickoff전에 토니 던지 옆 흑인이 boys가 승리할 거라면서 with conviction할 때부터 불길할 예감이 들더니만 역시나... 군요. 이 놈의 달라스때문에 스트레스만 만땅으로 쌓입니다. 데즈 브라이언트는 그래도 싹수가 보이는 것 같던데 어찌 보셨습니까? 전 11번이 그렇게 싫더군요. 그리고 포스트게임 기자회견을 보니 로모가 낙담을 넘어 울 것같은 표정이던데 작년부터 환하게 웃는 걸 거의 보지 못한 것같습니다. '06 playoff 악몽을 넘고 '07시즌에도 항상 smiling face였는데 왜 그럴까요. 경기를 가볍게 생각한다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는데 제시카와 사귈때 언론에 데어서 일까요? skins와 경기를 보면서 미식축구는 게임을 넘어 거의 전쟁이구나 이랬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올해는 스케쥴이 빡빡해서 어디 하나 쉬운 팀이 없는데 어찌 될런지 한숨이 납니다.애증의 go Cow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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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kickoff전에 토니 던지 옆 흑인이 boys가 승리할 거라면서 with conviction할 때부터 불길할 예감이 들더니만 역시나... 군요. 이 놈의 달라스때문에 스트레스만 만땅으로 쌓입니다. 데즈 브라이언트는 그래도 싹수가 보이는 것 같던데 어찌 보셨습니까? 전 11번이 그렇게 싫더군요. 그리고 포스트게임 기자회견을 보니 로모가 낙담을 넘어 울 것같은 표정이던데 작년부터 환하게 웃는 걸 거의 보지 못한 것같습니다. '06 playoff 악몽을 넘고 '07시즌에도 항상 smiling face였는데 왜 그럴까요. 경기를 가볍게 생각한다고 욕도 많이 얻어먹었는데 제시카와 사귈때 언론에 데어서 일까요? skins와 경기를 보면서 미식축구는 게임을 넘어 거의 전쟁이구나 이랬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올해는 스케쥴이 빡빡해서 어디 하나 쉬운 팀이 없는데 어찌 될런지 한숨이 납니다.애증의 go Cowb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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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선 댓글이 정상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ㅋ

    얼마 전 구글이 코멘트 스팸차단 기능을 추가했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님이 쓰신 댓글 2개가 모두 스팸으로 자동처리되었습니다.

    여기에 댓글이 달리면 제게 이메일이 오거든요. 근데 분명히 이메일을 2개 받았는데 블로그를 확인해보면 댓글이 없길래 혹시나 해서 거기를 체크했더니 역시 그게 문제였습니다. 거기서 'Not Spam'을 선택하니까 그제서야 댓글이 나타나더군요.

    전 코멘트 스팸차단엔 손도 대지 않았거든요. 댓글이 자동으로 스팸으로 분류된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라서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사과드립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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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리고 카우보이스...ㅋ 레드스킨스과의 디비젼 라이벌 매치가 항상 이랬으니까 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합니다.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방송된 디비젼 라이벌 매치라면 뭐 이 정도는 돼야겠죠...ㅋ

    데즈 브라이언트는 물건인 것 같은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았습니다. 열심히 뛰는 건 좋은데 너무 흥분해서 날뛰면 자칫하단 퍼스널 파울이나 펌블같은 큰실수로 이어질 때가 많죠. 사실 전 데즈의 실력보단 이런 것 때문에 좀 불안했습니다. 괜히 흥분해서 설치다 실수하지 않을까 했던거죠.

    로모가 브래디, 매닝 등과 견줄 만한 '엘리트 QB' 리스트에 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 NFL 주전 쿼터백이 되었다는 데 만족하는 듯 했지만 이젠 그게 전부가 아니죠.

    로모가 '엘리트 QB'란 평가를 받기 위해선 일단 수퍼보울 우승을 해야할 것 같은데, 하필이면 금년엔 수퍼보울이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열리니 이중부담에 시달리지 않을까 합니다. 이녀석이 카우보이스 팬들 앞에서 "2월에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만나자"고 큰소리까지 치지 않았습니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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