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3일 월요일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수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와 씬시내티 뱅갈스(Cincinnati Bengals) 쿼터백 카슨 팔머(Carson Palmer)가 NFL 2010년 정규시즌 오프너에서 만났다. 두 명의 '캘리포니아 보이'들이 시즌 첫 주에 격돌한 것이다.

브래디와 팔머가 왜 '캘리포니아 보이'냐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카슨 팔머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USC를 다녔던 쿼터백이다. 톰 브래디는 미시간대(Univesity of Michigan)를 나와 보스턴에 연고를 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서 프로생활을 하고있지만 고향은 캘리포니아이며, 그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은 '홈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였다.

그렇다면 2010년 시즌 오프너에선 둘 중에 누가 웃었을까?

톰 브래디 였다.

보스턴 근교에 위치한 폭스보로 스테디움(Foxboro Stadium)에서 열린 2010년 시즌 첫 경기에서 홈팀 패트리어츠가 방문팀 뱅갈스를 38대24로 누르고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말해, 패트리어츠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오프시즌에 수퍼스타 와이드리씨버 터렐 오웬스(Terrell Owens)까지 영입하며 공격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았던 뱅갈스는 자칫하다간 전반을 득점없이 마칠 뻔 했다. 반면, 리처드 시모어(Richard Seymour), 로드니 해리슨(Rodney Harrison), 테디 브루스키(Tedy Bruschi) 등 주요 수비수들을 은퇴, 트레이드 등으로 잃은 바람에 수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패트리어츠 디펜스는 기대이상의 선방을 펼쳤다.

패트리어츠 수비가 뱅갈스 공격을 묶어놓고 있는 사이 브래디는 전반에만 2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여기에 수비까지 득점 퍼레이드에 가세했다. 17대0으로 여유있게 앞서있던 상황에 패트리어츠의 라인배커, 개리 가이튼(Gary Guyton)이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을 하면서 24대0으로 점수차를 벌여놓았다.

뱅갈스 오펜스가 경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해프라인을 넘어서는 게 이번엔 득점을 하는가 싶었으나 결과는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이었다.





그래도 뱅갈스는 전반이 끝나기 전에 필드골을 1개 성공시키며 3점을 내면서 경기초반에 보였던 부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 했다. 24대3이 점수차가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후반에 정신을 차린다면 21점차 정도는 쉽게 따라잡을 수 있으므로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뱅갈스는 패트리어츠에게 킥리턴 터치다운을 내주면서 후반을 시작하고 말았다. 후반전을 시작하는 킥오프를 패트리어츠의 킥리터너 브랜든 테이트(Brandon Tate)가 바로 터치다운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그렇다. 전반에 이미오펜스와 디펜스가 터치다운을 하더니 후반전이 시작하기 무섭게 이번엔 스페셜팀이 터치다운을 했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후반이 시작하자마자 눈깜짝할 사이에 31대3이 됐다.

브랜든 테이트의 97야드 킥리턴 터치다운을 다시 한 번 봅시다.


이쯤 되자 '가망 없겠다' 싶었다. 패트리어츠와의 점수차를 줄이기 위해 갈 길이 멀었는데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킥리턴 터치다운까지 내주며 갈 길이 더욱 멀어졌기 때문이다. 후반들어 뱅갈스 오펜스가 점수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렇다 해도 따라잡긴 틀린 듯 했다. 후반들어 잠잠하던 패트리어츠 오펜스가 또 터치다운을 하며 뱅갈스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자 경기 중계방송을 하던 CBS도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CBS는 "이 경기는 이미 승부가 갈린 것 같다"면서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와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 경기로 옮겨 버렸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패트리어츠 38, 뱅갈스 24.

파이널 스코어만 놓고 보면 14점차밖에 나지 않는 것 같지만, 후반전 시작했을 때 스코어가 31대3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뱅갈스가 후반에 득점한 21점은 패트리어츠가 그냥 선물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결과가 충격적인 건 아니다. 패트리어츠 승리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뱅갈스가 이렇게 맥없이 무너질 줄은 몰랐다. 터렐 오웬스와 채드 오초싱코(Chad Ochocinco) 등 2명의 수퍼스타 와이드리씨버를 거느린 뱅갈스 오펜스가 경기 초반부터 제법 점수를 내면서 패트리어츠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들은 전반에 단 1개의 터치다운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NFL의 하이파워 오펜스 중 하나로 기대되던 뱅갈스가 패트리어츠 수비를 상대로 전반에 달랑 3점을 내는 데 그쳤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패트리어츠의 수비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일까? 아니면 터렐 오웬스-채드 오초싱코 콤비의 뱅갈스 오펜스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는 것일까?

이제야 이번 시즌 첫 경기를 한 게 전부이므로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다. 대부분의 주전선수들이 풀경기를 뛰는 데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라서 정규시즌 첫 째주 경기내용이 엉성할 때가 많다. 프리시즌 기간엔 주전들이 풀타임을 소화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풋볼로 먹고사는 프로선수들도 오랜만에 풀경기를 뛰다보면 금새 지치면서 엉성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패트리어츠의 수비와 뱅갈스의 공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앞으로 몇 경기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패트리어츠 수비가 가볍게 생각해선 안될 만큼 강한 상대인지, 뱅갈스의 공격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인지 앞으로 계속해서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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