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0일 금요일

NFL 2010년 시즌 개막 - 그러나 시즌 오프너는 재미 없었다

NFL 2010년 시즌이 개막했다. 별 의미없는 프리시즌이 끝나고 정규시즌이 드디어 시작한 것이다. NFL 정규시즌은 17주간 16개 경기를 갖는 게 전부기 때문에 첫 주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정규시즌 경기가 중요하다. 시즌 초반에 살짝 비틀거리는 건 별 문제 없을 때가 많지만, 한 시즌당 16개 경기를 갖는다는 데는 변함없으므로 첫 째주부터 정신 바짝 차리는 게 좋다.

그런데 NFL 경기가 일요일이 아닌 목요일 저녁에 열린 이유가 뭐냐고?

언제부터인가 '킥오프 스페셜'이라는 전통이 생겨 시즌 첫 번째 경기는 항상 목요일 저녁에 열린다. 그렇다고 32개 NFL 팀 모두가 목요일 저녁에 경기를 갖는 건 아니다. 나머지 30개 팀들은 평상시 스케쥴대로 일요일과 월요일 걸쳐 경기를 갖고 단 두 팀만 목요일에 먼저 경기를 갖는다.

제일 먼저 경기를 갖는 특혜를 누리는 팀은 지난 시즌 수퍼보울 우승팀이다. 언제부터인가 NFL은 지난 시즌 수퍼보울 우승팀 홈에서 첫 번째 정규시즌 경기를 갖는 전통이 자리잡았다. 금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시즌 킥오프 스페셜 매치에선 작년시즌 수퍼보울 챔피언 뉴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가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를 홈으로 불렀다.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미네소타 바이킹스가 또 붙었다고?

그렇다. 금년 1월말 NFC 챔피언쉽 매치에서 맞붙었던 양팀이 2010년 시즌 오프너에서 또 마주치게 된 것이다.

NFL 팬이라면 그 때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2009년 시즌 NFC 챔피언쉽 경기가 바이킹스의 수퍼스타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의 마지막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인정사정없는 세인츠의 수비에 늘씬하게 두들겨맞고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데다 경기까지 아깝게 패했기 때문이다. 브렛 파브가 2010년 시즌 복귀를 망설이게 만들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히던 발목부상도 바로 이 경기에서 입은 것이다.

이러한 지난 과거를 갖고있는 양팀이 2010년 시즌 오프너에서 또 마주쳤으니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겠지? 세인츠는 "한 번 더 맛을 보여주겠다"로 나올 테고, 바이킹스는 "이번엔 우리 차례"라는 각오로 세인츠의 홈구장, 수퍼돔(Super Dome)을 찾았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러.나...

미네소타 바이킹스와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2010년 시즌 오프너는 '2009년 시즌 NFC 챔피언쉽 리매치'라는 타이틀만 번지르했을 뿐 볼 게 없었다.

세인츠 오펜스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첫 번째 드라이브를 터치다운으로 마무리하면서 2년 연속 수퍼보울 우승의 전망이 밝아보이는 듯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킹스였다. 바이킹스 오펜스는 제대로 반격을 하지 못하고 3-and-out으로 물러났다. NFL 경력 20년의 브렛 파브도 몸이 덜 풀렸는지, 훈련부족인지, 아니면 바이킹스의 주전 와이드리씨버 시드니 라이스(Sidney Rice)가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인지 예전과 같은 화끈한 패싱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인츠가 점수를 많이 내는 화끈한 공격팀인 만큼 바이킹스의 브렛 파브와 터치다운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하이 스코어링 매치가 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바이킹스 오펜스는 나오자 마자 3-and-out으로 물러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 달 사이에 한 물 간 듯한 브렛 파브와 바이킹스가 세인츠에게 박살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바이킹스의 공격부진이 세인츠에게 전이됐다. 세인츠까지 공격이 풀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세인츠 수비는 바이킹스 러닝공격에 밀렸고, 필드골까지 실축하면서 득점기회까지 날렸다. 그 사이 브렛 파브는 인터셉션을 한 차례 당하긴 했지만 2쿼터에 필드골 1개, 터치다운 1개를 성공시키며 9대7로 리드한 채 전반을 마쳤다.

그렇다. 화끈한 공격력을 갖춘 두 팀이 만난 만큼 전반전 스코어가 20대17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달랑 9대7이 전부였다.

양팀의 공격부진은 후반전으로 이어졌다. 세인츠는 후반에 터치다운 1개를 추가하는데 그쳤고, 바이킹스는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세인츠 14, 바이킹스 9.

비록 이기긴 했어도 세인츠 역시 경기가 끝난 뒤 머리를 긁적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규시즌에선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승리만 챙기면 그만이므로 일단 결과에 만족할 수 있겠지만 경기내용엔 절대 만족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룬 것이므로 차차 나아지리라 믿지만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했다.

하지만 더욱 씁쓸한 건 바이킹스가 아닐까 싶다. 비굴하게까지 굴면서 비싼 돈주고 모셔 온 브렛 파브가 왠지 작년만 못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즌 첫 경기였던 만큼 몸이 덜 풀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커 보이므로 바이킹스도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파브의 2010년 시즌 스타트를 보니 왠지 금년엔 작년과 같은 꿈같은 시즌을 보내기 힘들 듯 하다.

양팀 모두 2010년 시즌 스케쥴이 만만치 않으므로 되도록이면 빨리 오프시즌의 잠에서 깨어나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러.나...

오프시즌의 잠에서 확실하게 깨어난 선수가 하나 있다. 세인츠 수비수가 그렇게 오부지게 태클을 하는데 어떻게 깨지 않을 수 있겠수?

그렇다. 바이킹스의 와이드리씨버 퍼시 하빈(Percy Harvin)이다. 파브가 던진 패스를 받고 앞으로 달리던 하빈이 세인츠의 DB 말콤 젠킨스(Malcolm Jenkins)로부터 태클을 오부지게 당했다.



전직 NFL 와이드리씨버 출신이었기 때문일까?

유명한 스포츠캐스터 알 마이클스(Al Michaels)와 함께 NBC의 선데이 나잇 풋볼 중계방송을 하는 크리스 콜린스워스(Chris Collinsworth)가 퍼시 허빈이 말콤 젠킨스의 태클에 넘어지는 것을 보며 마치 자신이 태클을 당한 듯 죽는 소리를 냈다. NFL에서 와이드리씨버로 오래 뛰었던 만큼 저렇게 강한 태클을 당했을 때의 그 고통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을 것이다.


▲알 마이클스(왼쪽), 크리스 콜린스워스(오른쪽)

말이 나온 김에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한 번 봅시다. 미식축구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가 빅태클이라니까.

2010년 NFL 시즌 킥오프 스페셜 경기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것이었다오...

(그런데 태그스토리는 와이드스크린 동영상을 지원하지 않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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