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세인츠 NFC 챔피언 등극

뉴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가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를 꺾고 NFC 챔피언에 올랐다.

세인츠와 바이킹스 양팀 모두 화끈한 공격으로 유명한 팀이었던 만큼 점수가 많이 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경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NFC 챔피언쉽은 서로 터치다운을 주고받으며 시작했다.

먼저 터치다운을 한 건 미네소나 바이킹스였다.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는 경기 시작하자마자 첫 번째 드라이브를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의 러싱 터치다운으로 마무리 했다.

▲에이드리언 피터슨의 러싱 터치다운

그러나 뉴올리언스 세인츠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바이킹스에게 터치다운을 내주자마자 뒤돌아서서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것.

세인츠 쿼터백, 드류 브리스(Drew Brees)는 러닝백 피에르 토마스(Pierre Thomas)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7대7 동점을 만들었다.

▲피에르 토마스의 터치다운

여기까지만 해도 양팀 오펜스의 점수내기 대결이 되는 듯 했다. 양팀 모두 수비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아무래도 수비보다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유명한 두 팀이 마주친 만큼 예상했던 대로 정신없이 서로 오락가락하는 경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세인츠는 점수내기 이외로 또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브렛 파브 때려눕히기' 였다.

브렛 파브가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는 교훈을 가르쳐주려 한 것일까? 세인츠 수비는 경기시작부터 계속해서 브렛 파브를 거칠게 태클하기 시작했다.

모든 쿼터백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노장 쿼터백들은 수비수들로부터 거친 태클을 여러 차례 당하고 나면 조급해진다. 상대팀 수비수들이 자신을 땅바닥에 눕히기 위해 계속 쳐내려 온다는 걸 알고있기 때문에 자꾸 서두르게 되는 것이다. 젊은 쿼터백들은 어느 정도 두들겨맞아도 거뜬하지만, 노장들은 사정이 다르므로 더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을 노린 세인츠 수비들은 기회가 오는대로 브렛 파브를 태클해 쓰러뜨리는 데 집중했다. 패널티를 범하더라도 개의치 않는 듯 했다. 파브를 계속해서 쓰러뜨리면서 그를 고통스럽고, 급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인 듯 하다.

▲거친 태클을 당하는 브렛 파브


▲옛 패커스 팀메이트였던 대런 샤퍼에게 거친 태클을 당하는 브렛 파브

세인츠 수비수들의 거친 태클에 여러 차례 쓰러진 브렛 파브는 약간 정신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터프가이, 브렛 파브를 흔들어놓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브렛 파브는 와이드리씨버 시드니 라이스(Sidney Rice)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14대7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시드니 라이스 터치다운

그러나 드류 브리스의 세인츠도 이에 질세라 와이드리씨버 데브리 헨더슨(Devery Henderson)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다시 14대14 동점.

▲데브리 헨더슨 터치다운

이 때까지만 해도 양팀이 14대14로 전반을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세인츠의 러닝백/펀트리터너 레지 부시(Reggie Bush)가 세인츠 엔드존 코앞에서 공을 놓치는 엄청난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저 페어 캐치(Fair Catch)를 했더라면 별문제 없었겠지만, 리턴을 하려는 욕심을 부리다가 공을 흘리고 만 것이다.

▲펀트리턴 시도하다 펌블하는 레지 부시

전반 종료를 앞두고 세인츠 엔드존 코앞에서 공격권을 넘겨받은 바이킹스는 절호의 득점기회를 잡았다. 터치다운, 필드골 모두가 전부 가능한 위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쿼터백 브렛 파브가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에게 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펌블이 발생했다. 어지간해선 펌블이 발생하지 않는 아주 기초적인 플레이에서 어처구니없게도 펌블을 한 것이다.

이 바람에 공격권은 다시 세인츠에게 넘어갔고, 결국 양팀은 추가 득점없이 14대14로 해프타임을 맞았다.

▲피터슨에게 핸드오프 하는 과정에서 펌블하는 브렛 파브

3쿼터엔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먼저 터치다운을 했다. 러닝백 피에르 토마스가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것.

리플레이 확인 결과 공이 엔드존에 도달하기 전에 피에르 토마스의 무릎이 먼저 땅에 닿았는데도 터치다운으로 인정되었다. 바이킹스의 리플레이 챌린지도 없었다.

스코어는 세인츠 21, 바이킹스 14.

▲무릎이 먼저 땅에 닿았지만...

그렇다. 이번엔 바이킹스가 터치다운을 할 차례였다.

그런데 이 때부터 바이킹스 오펜스에 골칫거리가 생겼다.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이 펌블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피터슨은 NFL 최고의 러닝백 중 하나로 꼽히지만, 펌블을 너무 자주 한다는 게 약점인 선수다. 그런데 하필이면 NFC 챔피언쉽에서 펌블버릇이 도진 것이다.

그래도 운이 따랐는지, 에이드리언 피터슨의 펌블을 바이킹스 선수가 리커버하는 덕분에 턴오버로 이어지지 않았다.

▲에이드리언 피터슨의 펌블

2쿼터 마지막에도 브렛 파브와 함께 펌블을 합작했던 피터슨이 3쿼터에 또 펌블을 했지만,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주인공은 다름아닌 에이드리언 피터슨이었다.

러싱 터치다운에 성공한 피터슨 덕분에 양팀은 21대21로 다시 동점을 이루게 됐다.

▲터치다운 하는 에이드리언 피터슨

그러나 피터슨이 펌블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었다.

또 펌블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운이 따랐는지, 공을 흘렸던 피터슨이 리커버에 성공하며 턴오버를 면할 수 있었다.

▲또 펌블하는 에이드리언 피터슨


▲그러나 이번엔 직접 리커버 하는 데 성공

그러자 세인츠 수비는 피터슨에서 브렛 파브로 공격대상을 바꿨다.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 때려눕히기를 또 시작한 것이다.

세인츠 수비는 퍼스널 파울을 당하면서도 브렛 파브를 경기장 바닥에 내동댕이치기까지 했다.

▲거친 태클을 당하는 브렛 파브


▲고통스러워하는 파브


▲세인츠에 퍼스널 파울을 선언하는 주심

비록 퍼스널 파울을 당하긴 했지만, 브렛 파브를 바닥에 눕힌 효과가 바로 나왔다. 파브가 인터셉트를 당한 것!

그렇다. 결국 올 게 온 것이다.

▲세인츠 LB 조다난 빌마에 인터셉트 당하는 파브

설상가상으로 브렛 파브까지 제법 큰 부상을 당했다. 다리쪽으로 들어오는 태클에 발목을 다친 것이다.

인터셉션에 발목부상까지 당한 브렛 파브는 한동안 필드에 누워있다가 팀 동료와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벤치로 절룩거리며 걸어갔다.

▲파브의 다리를 태클하는 세인츠 DE 바비 맥크레이


▲인터셉트를 당한 데다 발목까지 다치고 못 일어나는 파브


▲의료진의 부축을 받고 일어난 파브


▲절룩거리며 벤치로 향하는 파브

이 광경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브렛 파브의 아내, 디애나(Deana)는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보다못해 얼굴을 가리는 디애나 파브

그러나 세인츠는 얻은 게 하나도 없었다. 인터셉트를 한 데다 브렛 파브까지 내보냈는데도 세인츠의 공격이 득점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파브가 부상으로 빠졌으니 전세가 기울어지지 않았냐고?

도대체 누가 빠졌단 소리?

우리의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가 그까짓 부상으로 벤치에서 쉴 것 같단 말인가!

파브는 부상당한 왼쪽 발목을 붕대로 감은 뒤 경기로 다시 돌아왔다.

▲부상당한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는 파브

그러나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의 부상투혼에도 불구하고 '펌블 몬스터'가 바이킹스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 바이킹스가 또 펌블을 한 것이다. 이번엔 에이드리언 피터슨이 아니라 루키 와이드리씨버, 퍼씨 하빈(Percy Harvin)의 차례였다.

▲퍼시 하빈의 펌블


▲펌블을 리커버한 세인츠

세인츠도 이번엔 턴오버로 얻은 득점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드류 브리스가 레지 부시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것.

스코어는 세인츠 28, 바이킹스 21.

▲레지 부시의 터치다운

그러나 바이킹스의 펌블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또다른 와이드리씨버, 버나드 배리언(Bernard Barrian)의 차례였다.

그렇다. 또 턴오버!

▲버나드 배리언의 펌블

이렇게 턴오버를 밥먹듯 했으면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겠다고?

아니다. 그대로 28대21이었다.

오히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킹스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이 러싱 터치다운을 하면서 28대28 동점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바이킹스가 경기를 이길 뻔 했다.

그렇다. 절룩거리는 40세 쿼터백의 바이킹스가 펌블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경기종료 20여초를 남겨두고 결승 필드골을 찰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필드골을 시도하기엔 약간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28대28로 동점인 데다 경기종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크게 손해볼 게 없었다. 필드골을 성공하면 이기는 거고 실패하면 오버타임으로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파브가 이상한 짓을 했다. 조금만 더 앞으로 전진하면 필드골을 성공시킬 확률을 높힐 수 있었는데, 느닷없이 파브가 엉뚱한 패스를 시도한 것이다. 패스할 데가 마땅치 않았으면 그저 앞으로 조금만 뛰었더라도 필드골 시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오른쪽으로 롤아웃한 파브가 느닷없이 무모해 보이는 패스를 던진 것!

그 결과는 인터셉션!

결정적인 순간 파브가 큰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필드골을 시도할 기회 자체를 날려버렸다. 경기 종료 몇 초를 남겨두고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켜 이길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는데, 인터셉션으로 날려버린 것.

▲파브의 패스를 인터셉트한 세인츠 SS 트레이시 포터

이 바람에 경기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스코어는 28대28.

그러나 연장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코인토스로 공격권을 따낸 세인츠가 바로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파이널 스코어 세인츠 31, 바이킹스 28.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키는 세인츠

이로써 13년만에 두 번째 수퍼보울 우승에 도전했던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의 2009년 시즌도 막을 내렸다.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 나타난 브렛 파브의 모습은 풋볼선수가 아니라 격투기 선수에 가까웠다. 다리를 절룩일 뿐만 아니라 얼굴에도 여기저기 상처가 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세인츠 수비가 파브를 확실하게 괴롭히긴 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해서 NFC 챔피언에 오른 뉴올리언스 세인츠가 2주 후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수퍼보울에서 AFC 챔피언,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와 맞붙게 됐다. 세인츠가 수퍼보울에 오른 것은 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수퍼보울보다 더욱 흥미로운 게 있다. 바로 브렛 파브의 미래다.

과연 이번엔 브렛 파브가 은퇴하는 것일까?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는 세인츠 수비에 맛을 본 파브가 뭔가 깨달은 게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그가 은퇴를 결심할 지는 미지수다. 경기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미래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파브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답하고 넘어갔다.

나는 브렛 파브가 은퇴 안 한다에 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