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4일 화요일

부상으로 얼룩진 필라델피아 이글스 시즌 오프너

주전 쿼터백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도 없다. 러닝백 브라이언 웨스트브룩(Brian Westbrook)도 없다.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는 2명의 오펜시브 플레이메이커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고 2010년 시즌을 맞이했다.

그렇다면 이글스는 2010년 시즌을 어떻게 스타트했을까?

Not so good...

주전 쿼터백과 러닝백을 교체한 팀이 그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이글스가 홈에서 열린 시즌 오프너에서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히는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에게 27대20으로 패한 것은 별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문제는 부상이다.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2010년 시즌 오프너에서 주요 선수 2명을 시즌엔딩 부상으로 잃었다. 몇 주간 결장하는 정도의 부상도 큰 전력손실을 불러오는데 시즌엔딩 부상만 2건 발생했다.

시즌 오프너에서 시즌엔딩 부상으로 드러누운 불운한 이글스 선수는 풀백 레오나드 위버(Leonard Weaver)와 센터 자말 잭슨(Jamaal Jackson). 두 선수 모두 오펜시브 플레이어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전 쿼터백 케빈 캅(Kevin Kolb)까지 머리부상으로 드러누운 것.

NFL 주전 쿼터백으로써 첫 번째 시즌 오프너에 출전했던 케빈 캅은 경기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백업 쿼터백 마이클 빅(Michael Vick)과 수시로 교체되곤 했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쿼터백이 시즌 오프너에서 만만치 않은 그린 베이 패커스를 상대하다보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

그러나 캅은 2쿼터에 그린 베이 패커스 라인배커 클레이 매튜스(Clay Matthews)의 태클로 뇌진탕을 당한 뒤 후반전을 뛰지 않았다.





케빈 캅마저 라커룸에서 돌아오지 않자 이글스는 백업 쿼터백 마이클 빅을 주전으로 후반전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애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에서 한 때 날아다녔던 바로 그 마이클 빅이다. 불법 투견(개싸움)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 생활까지 했던 빅은 작년시즌부터 이글스에서 백업 쿼터백으로 뛰고 있다.

NFL 경험이 부족한 케빈 캅이 부상으로 빠지고 베테랑 마이클 빅이 들어왔으면 오히려 이글스의 공격이 살아났겠다고?

물론이다. 2010년 시즌의 마이클 빅은 작년과는 달라 보였다. 작년엔 긴 공백 때문에 여러모로 어설퍼 보였지만 금년의 빅은 애틀란타 시절의 모습을 되찾은 듯 했다. 패스보단 발로 뛰는 쿼터백이라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지만, 빅이 공을 잡았다 하면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던 익사이팅한 플레이가 다시 돌아온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비록 이글스에 승리를 안기진 못했지만, 경기내내 부진한 모습만 보이다 부상으로 드러누운 케빈 캅과 대조적인 마이클 빅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메이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내친 김에 주전 쿼터백을 교체하는 게 나을까?

VICK CHANGE IS COMING?

필라델피아 이글스 헤드코치 앤디 리드는 마이클 빅이 다음 주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와의 경기에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으나 "케빈 캅이 완쾌되면 그가 주전 쿼터백"이라고 못박았다. 부상으로 인해 할 수 없이 임시로 백업에게 주전의 자리를 맡길 수는 있어도 주전 쿼터백을 교체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물론 일부 이글스 팬들은 앤디 리드의 결정에 불만이 있을 것이다. 케빈 캅으로 2010년 시즌에 몇 경기나 이길 수 있겠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 빅도 완벽한 NFL 주전 쿼터백으로썬 부족한 점이 있지만, 현재로썬 케빈 캅보단 마이클 빅으로 가야 보다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글스와 앤디 리드는 '현재'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만약 이들이 지금 당장 승리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도노반 맥냅을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브라이언 웨스트브룩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데까지 이겨보자는 게 목적이었다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도노반 맥냅, 브라이언 웨스트브룩 등 베테랑 플레이어를 내보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케빈 캅이 이글스가 찾고있는 'THE GUY'라는 건 아니다.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그가 도노반 맥냅의 뒤를 이을 이글스의 다음 세대 주전 쿼터백감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조금 더 두고봐야 파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당에 지금 당장의 승리를 위해서 케빈 캅을 벤치시키고 마이클 빅으로 간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캅이 이글스의 미래가 아니라는 게 어느 정도 밝혀진 이후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이제 막 개막한 2010년 시즌 오프너에서 고전했다고 주전 쿼터백을 교체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일부 이글스 팬들은 케빈 캅이 주전 쿼터백감이 아니므로 길게 두고볼 것 없이 마이클 빅으로 바꾸라고 한다.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이클 빅도 앞으로 10년간 이글스를 이끌 주전 쿼터백감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캅보다 나을 지 모르지만 'Long Term Answer'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질 급한 팬들이 케빈 캅의 부진을 얼마나 오랫동안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싫든 좋든 캅에게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즌 초반엔 삽을 들다가도 중-후반에 들어 감을 잡을 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는 주전 풀백과 센터가 시즌 오프너에서 시즌엔딩 부상을 당한 것이 케빈 캅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들의 시즌엔딩 부상은 크던 작던 간에 이글스 오펜스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므로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쿼터백 케빈 캅의 일도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케빈 캅이 이글스의 주전 쿼터백으로써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을 만한 활약을 앞으로 보여줄 수 있을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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