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8일 화요일

파울만 17개... 자폭한 그린 베이 패커스

많은 NFL 애널리스트들은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를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았다. 이들이 잘못 본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린 베이 패커스가 공-수 모든 면에서 상당한 퀄리티의 팀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그렇다. 패널티다. 그린 베이 패커스는 파울을 밥먹듯이 하는 팀이었다.

그 결과, 시카고 홈에서 벌어진 디비젼 라이벌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와의 먼데이 나잇 풋볼 매치에서 패하고 말았다. 패커스가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도 졌다. 그 이유는 바로 파울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앞부분은 생략하고 바로 마지막 4쿼터로 넘어가자.

14대10으로 뒤지고 있던 그린 베이 패커스는 쿼터백 애런 로져스(Aaron Rodgers)의 러싱 터치다운으로 17대14로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종료까지 몇 분 남지 않았던 만큼 패커스가 어처구니 없느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승리를 굳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린 베이 패커스 디펜스가 퍼스널 파울만 2개를 범할 줄은 몰랐지?

퍼스널 파울은 15야드짜리 패널티다. 퍼스널 파울을 범하면 패널티로 15야드를 후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앉은 자리에서 15야드짜리 퍼스널 파울을 두 번 범했으니 패널티로 30야드를 시카고 베어스에 선사한 셈이 됐다. 둘 다 피할 수 있었던 파울이었지만, 패커스 수비 선수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결정적인 순간 바보같은 선택을 계속 했다.

시카고 베어스 쿼터백 제이크 커틀러(Jake Cutler)의 머리를 들이받은 건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해도, 두 번째 파울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심판이 플레이가 끝났다고 하면 베어스 선수를 계속 밀치거나 넘어뜨려선 안 되는데 패커스 선수는 막무가내였다. 플레이가 끝났다고 하면 손 딱 놓고 제위치로 돌아가면 될 것을 그렇게 하지 않고 베어스 선수를 넘어뜨린 것이다. 이렇게 바보스러운 파울로 패커스는 15야드를 베어스에 내줬다.

패커스 수비의 퍼스널 파울 덕분에 귀중한 30야드를 공짜로 얻은 베어스는 필드골을 성공시켜 손쉽게 17대17 동점을 만들었다.

기회는 다시 그린 베이 패커스에 왔다. 경기종료까지 3분 이상 남아있었으므로 그 사이에 터치다운이나 필드골을 성공시키면 리드를 되찾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린 베이 패커스 오펜스는 파울보다 더욱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바로 턴오버다. 그 상황에 펌블을 하면서 공격권을 베어스에 내준 것이다.

금세 공격권을 되찾은 베어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기종료 4초를 남겨두고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베어스 20, 패커스 17.

달랑 4초밖에 남지 않았으면 사실상 경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킥리턴 터치다운을 하지 않는 이상 4초 사이에 득점을 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패커스였다면, 경기내내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했던 만큼 패배를 인정하고 그냥 집에 갔을 것이다. 그러나 패커스는 남은 4초 동안 무언가를 해보려 했다.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힘들다고 할 만큼 성공 확률이 낮은 마지막 몸부림을 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아무 것도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쓸 데 없이 뛰어다니며 힘들게 진 게 전부였을 뿐이다.

파이널 스코어는 베어스 20, 패커스 17.

이렇게 해서 시카고 베어스가 3승무패팀이 되고 그린베이 패커스는 2승1패가 되었다.

그렇다. 시카고 베어스가 3승무패다.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히던 카우보이스와 패커스를 2주 연속으로 격파하고 3승을 채운 것이다. 이것도 이변 중 하나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과연 시카고 베어스가 3승무패가 될 만큼 강한 팀일까? 아니면 운이 따라준 것일까?

현재로써는 아무래도 운이 따라줬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베어스의 시즌 첫 상대였던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는 아직 강팀이라고 할 수 없는 상대였으므로 베어스가 이겼다고 해서 크게 놀라울 게 없었다. 문제는 2째 주와 3째 주 상대였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 그린 베이 패커스다. 이들 두 팀은 강팀에 속하지만, 베어스는 운이 좋게도 두 팀 모두 자폭모드에 놓여있을 때 만났다. 카우보이스는 바보스러운 실수와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로 자폭했고, 패커스는 파울만 17개를 범하면서 자폭했다. 만약 카우보이스와 패커스가 제 발등을 찍지 않았다면 베어스가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시카고 베어스 입장에서 보면 기분나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카우보이스와 패커스를 실력으로 잡을 만한 강팀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면 된다. 간단히 말해, "You have to prove it"이다.

다음 주 경기에서 보여주면 되겠냐고?

그런데 그건 '글쎄올시다'다. 시카고 베어스의 다음 주 상대가 헤매고 있는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이기 때문이다. 시즌 오프너에서 캐롤라이나 팬터스(Carolina Panthers)와 '누가 턴오버 많이 하나' 내기 끝에 간신히 1승을 챙겼던 자이언츠는 그 이후 두 경기에서 내리 패하며 헤드코치 교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자이언츠가 홈에서 열리는 베어스와의 다음 주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시카고 베어스가 3주 연속으로 자폭모드에 놓인 팀을 상대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카우보이스, 패커스에 이어 다음은 뉴욕 자이언츠의 차례이기 때문이다. 수퍼보울까지 오르기 위해서 실력 못지 않게 필요한 게 있다면, 바로 운이다. 시카고 베어스는 아직 실력은 잘 모르겠어도 적어도 운 하나는 따라주는 것 같다.

과연 시카고 베어스가 자이언츠까지 잡고 4승을 달성할 지, 아니면 자이언츠가 곰을 잡고 부활할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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