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코믹북 매니아는 아닌 것 같다고?
아니다. 어렸을 때도 별로 안 좋아했고, 지금은 더더욱 아니다. 사실 나는 코믹북을 읽는 것 보다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웬 코믹북 수퍼히어로 타령이냐고?
ABC의 새로운 TV 시리즈 '노 오디너리 패밀리(No Ordinary Family)'가 바로 수퍼히어로에 대한 드라마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미국 동부시간) 방송되는 '노 오디너리 패밀리'는 브라질에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얼떨결에 온가족이 수퍼파워를 갖게 된 평범한, 아니 평범했던 네식구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떠한 수퍼파워를 가졌을까?
남편 짐(마이클 치클리스)은 날아오는 총알을 손으로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수퍼파워를 가졌다.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지간한 충격엔 끄떡도 안하는 '튼튼한' 캐릭터다. 짐은 하늘을 나는 재주는 없지만 그 대신 엄청난 다리 힘을 이용해 멀리, 높게 점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경찰서에서 범인의 몽타쥬를 만드는 게 직업인 짐은 얼떨결에 얻은 수퍼파워를 범죄소탕에 이용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무슨 수퍼파워를 가졌을까?
남편 짐이 '파워'라면 와이프 스테파니(줄리 벤즈)는 '스피드'다. 스테파니는 시속 700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총알탄 와이프'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가져오라고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휘리릭 하면 그만이다.
네 식구가 모두 동시에 수퍼파워를 얻은 바람에 짐과 스테파니 부부 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수퍼파워를 갖게 됐다.
딸 데프니(케이 패나베이커)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졌다.
아들 JJ(지미 베넷)는 엄청난 지능을 가졌다.
그렇다. '노 오디너리 패밀리'는 여러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토리,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인크레디블(The Incredibles)' 등을 섞어놓은 게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새롭거나 특별하다고 할 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싫지 않았다.
우선 유머가 풍부하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노 오디너리 패밀리'는 절반은 SF 판타지, 나머지 절반은 코메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머가 넘치는 유쾌한 시리즈였다. 평범한 가족이 얼떨결에 수퍼파워를 갖게 되었다는 황당한 스토리라인에 걸맞는 엉뚱한 유머가 돋보였다.
밝고 유쾌한 패밀리용 수퍼히어로 시리즈라는 점도 좋았다. 수퍼히어로 시리즈는 거친 액션과 헤비한 분위기보다는 패밀리 프렌들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노 오디너리 패밀리'가 딱 여기에 해당되는 스타일이었다.
수퍼히어로 TV 시리즈라고 하면 깔끔한 외모의 1020대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트렌디한 틴에이저용 뮤직비디오가 떠오르지만, '노 오디너리 패밀리'는 이쪽과도 거리가 있었다. 틴에이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그쪽 분위기가 다소 느껴진 건 사실이었지만, 틴에이저 전용이라기 보다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패밀리용에 보다 가까웠다. 어설프게 잘못 만들었다간 터무니없이 유치해지기 십상인 게 틴에이저용 SF영화 또는 TV 시리즈인데, '노 오디너리 패밀리'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편안하게 웃으면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노 오디너리 패밀리'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기대 이상으로 참 재미있었다.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에 별 관심이 없는 관계로 이 시리즈는 건너뛰려고 했었는데, 그랬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굳이 점수를 주자면, A라고 해야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 다. 스타트는 좋았지만,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의 익사이트먼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체적으로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가 맘에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100% 전부 맘에 들었던 건 아니다. '자칫하다간 이상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조금만 삐끗하면 지극히도 평범한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되거나 디즈니 채널의 어린이용 시리즈로 전락할 가능성도 열려있었다.
그러므로 줄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No Ordinary Series'가 되느냐 아니면 'Ordinary'가 되느냐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첫 에피소드는 평범하던 가족이 어떻게 수퍼파워를 갖게 되었는지를 유쾌하게 그려냈지만, 앞으로 스토리를 얼마나 흥미롭게 풀어가냐에 달렸다.
화요일 저녁 8시 경쟁도 치열하다. 수퍼히어로 수준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FOX의 '글리(Glee)'와 정면대결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런 만큼 한 번 삐끗하면 금세 묻힐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다음 주 에피소드를 볼 것이다. 금년 시즌에 새로 시작한 시리즈 중 가장 맘에 드는 게 현재로썬 '노 오디너리 패밀리'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내가 TV 드라마를 보고 앉아있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다음 주 에피소드도 본다니까!!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