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뉴욕 제츠, 미네소타 바이킹스 잡고 시즌 4승째

40세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가 뉴욕으로 돌아왔다. 2008년 시즌을 뉴욕 제츠(New York Jets)에서 뛰었던 파브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것이다. 파브 뿐만 아니라 뉴욕 제츠 팬들에게 낯익은 얼굴이 또 하나 있었다. 뉴욕 제츠 디비젼 라이벌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에서 3년간 뛰었던 와이드리씨버 랜디 모스(Randy Moss)다.

뿐만 아니라, 지난 주 바이킹스로 팀을 옮긴 랜디 모스와 브렛 파브가 한 팀으로써 함께 뛰는 첫 경기였다. 랜디 모스가 패트리어츠에서 바이킹스로 팀을 옮기고 나서 갖는 첫 경기가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ESPN의 먼데이나잇 풋볼이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브렛 파브가 랜디 모스에게 패스를 했을 것 같다고?

틀렸다.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두 선수가 오펜시브 플레이에 가담한 것 까진 맞는데, 누가 패스를 하고 누가 리씨브를 하느냐가 뒤바뀌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바이킹스 오펜스는 경기 초반부터 트릭(Trick) 플레이를 시도했다. 더블 리버스에 와이드리씨버 패스를 시도했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랜디 모스가 쿼터백 위치에서 공을 쥐고 있었고, 쿼터백 브렛 파브가 와이드리씨버 위치로 이동해 있었다. 랜디 모스가 쿼터백이 되고, 브렛 파브가 와이드리씨버가 되어 서로 포지션을 맞바꾼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순간 랜디 모스는 주저하지 않고 브렛 파브에게 패스를 했고, 파브가 모스의 패스를 받았다.

그렇다. 브렛 파브와 랜디 모스의 첫 번재 패스는 파브가 아닌 모스가 던졌고, 첫 번째 리셉션은 모스가 아닌 파브의 몫이었다.

조금 괴상한 스타트였지만, 2명의 수퍼스타들이 재미있는 쇼를 한 번 보여주기로 작정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바이킹스의 오펜스가 풀리지 않았다. 뉴욕 제츠 오펜스는 비록 터치다운 없이 필드골만 3개를 차는 데 그쳤지만, 디펜스는 파브와 바이킹스의 오펜스를 무력화시켰다. 뉴욕 제츠 디펜스는 브렛 파브와 랜디 모스, 그리고 스타 러닝백 에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 등을 보유한 막강화력 바이킹스 오펜스를 상대로 전반에만 달랑 51야드를 내주면서 실점없이 전반을 마쳤다.

해프타임 스코어는 뉴욕 제츠 9, 바이킹스 0.

바이킹스 오펜스는 후반에도 변함없이 부진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고, 바이킹스 오펜스는 풀리지 않았다.

비가 와서 공이 미끄러웠기 때문일까? 전반에도 센터와 쿼터백 익스체인지라는 매우 기초적인 단계에서 공을 흘리며 턴오버를 기록했던 파브가 후반 들어서 또 펌블을 했다. 이번엔 러닝백 핸드오프 과정에서 공을 흘리고 말았다.

브렛 파브는 이 펌블로 NFL 펌블왕에 등극했다. NFL 선수 중 펌블을 가장 많이 한 선수가 되었다고. 이것도 NFL 기록이다. 20년간 NFL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보니 그리 원하지 않는 기록들도 세우게 되는 듯. 하지만 어쩌랴! 은퇴가 하기 싫은 걸...

그러나 뉴욕 제츠에도 문제가 있었다. 파브가 바이킹스 오펜스가 비를 맞으며 열심히 삽질을 했는데도 뉴욕 제츠는 이 기회를 터치다운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러닝백 라데이니안 톰린슨(LaDainian Tomlinson)은 꾸준히 잘 뛰어줬지만, 제츠 리씨버들의 드롭패스 갯수가 너무 많았다. 이 덕분에 제츠는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또 필드골로 만족해야 했다.

펄크의 4번 째 필드골로 스코어는 제츠 12, 바이킹스 0이 됐다.

설마 파브와 바이킹스가 뉴욕 제츠에 셧아웃패를 당한 것이냐고?

아니다.

3쿼터 막판에 드디어 파브와 모스가 터치다운을 함께 만들어 냈다. 파브가 랜디 모스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는 첫 번째 파브-모스 합작 터치다운이자 브렛 파브의 통산 500번째 터치다운 패스였다.

이 터치다운으로 스코어는 12대7이 됐다. 뉴욕 제츠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필드골만 차는 동안 바이킹스가 터치다운을 하면서 순식간에 5점차 경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뉴욕 제츠도 만만치 않았다. 바이킹스에 터치다운을 내주자 마자 뉴욕 제츠의 킥리터너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가 86야드 킥리턴을 한 것이다. 여차했으면 터치다운까지 할 뻔 했으나 바이킹스 선수들에 붙잡히면서 바이킹스 19야드에서 멈췄다.

그.러.나...

바이킹스 19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츠 오펜스는 터치다운을 하는 데 또 실패했다. 바이킹스 19야드면 사실상 엔드존 바로 코앞에서 시작한 셈이었는데, 쿼터백 마크 산체스(Mark Sanchez)와 제츠 오펜스는 또다시 터치다운을 하는 데 실패했다.

결과는 또 필드골.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제츠 15, 바이킹스 7이 됐다. 점수차가 8점이었으므로, 바이킹스는 터치다운(6점)을 하고 엑스트라 포인트(1점)를 차지 않고 대신 2포인트 컨버젼(2점)을 해야만 제츠와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가 그친 뒤 공격이 되살아난 바이킹스 오펜스는 4쿼터에 브렛 파브가 와이드리씨버 퍼씨 하빈(Percy Harvin)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터치다운을 했으니 2포인트 컨버젼만 성공시키면 15대15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그러나 2포인트 컨버젼에 실패.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스코어는 제츠 15, 바이킹스 13. 제츠가 터치다운 대신 필드골만 연달아 차는 사이 2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바이킹스는 2점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뉴욕 제츠 오펜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4쿼터 4분30초롤 남겨놓고 뉴욕 제츠 러닝백 션 그린(Shonn Greene)이 러싱 터치다운을 성공한 것이다. 드디어 뉴욕 제츠 오펜스가 터치다운을 하는 데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제츠 22, 바이킹스 13이 됐다.

그러나 부진을 털어낸 브렛 파브가 맹추격에 나섰다. 파브는 오른쪽 팔목을 부상당한 듯 팔목을 만지면서도 또 퍼시 하빈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22대20, 2점차로 또 따라붙었다.

이로 이 순간 브렛 파브의 경기를 여러 차례 본 풋볼팬들은 "Uh-oh" 했을 것이다.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브렛 파브의 막판 뒤집기 역전쇼를 또 보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테니까. 경기종료까지 시간도 제법 남았고, 필드골만 차도 1점차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이킹스로 팀을 옮긴 수퍼스타 와이드리씨버 랜디 모스도 경기 초반엔 약간 헤매는 듯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바이킹스 오펜스에 금새 익숙해진 듯 보였으며,이와 함께 브렛 파브와 바이킹스 오펜스도 공격력이 되살아나는 듯 했으므로 역전승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파브와 바이킹스 오펜스에 역전할 기회가 왔다.

그.러.나...

펌블 2번 한 것으로 양이 차지 않았던 것일까? 이번엔 파브가 인터셉트를 당할 차례였다. 파브의 패스를 인터셉트한 뉴욕 제츠 코너백 드와이트 로워리(Dwight Lowery) 는 이를 리턴 터치다운으로 연결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파이널 스코어는 뉴욕 제츠 29, 바이킹스 20.

이번 승리로 뉴욕 제츠는 2010년 시즌 전적 4승1패를 기록하게 됐고, 바이킹스는 1승3패로 주저앉았다. 바이킹스도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 함께 2010년 시즌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혔으나 양팀 모두 0-2로 비틀거리며 2010년 시즌을 시작하더니 5째 주 현재 나란히 1승3패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건, 다음 주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미네소타를 방문한다는 사실. 수퍼보울 콘텐더로 불리다 꼴찌팀으로 전락한 '닮은꼴' 팀이 다음주 격돌하게 된다.

두 팀 중 누가 이길 지 모르겠지만, 이 경기에서 지는 팀은 진짜로 2010년 시즌 포기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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