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2일 화요일

케이블 TV를 끊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나는 TV를 즐겨 보지 않는다.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들은 TV 드라마다, 쇼다 하는 데 열광할 때 나는 그런 데 눈길을 준 적이 없다. 한국에 살 때도 그랬고 미국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TV를 풋볼 중계방송 볼 때와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등으로 게임을 즐길 때만 사용할 뿐이었다. 요새는 게임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몇 개월간 TV를 한 번도 켜지 않은 적도 있다.

TV에 관심이 없다보니 이쪽에 돈을 투자하지도 않는다. 나는 아직도 10년된 소니(SONY) 아날로그 TV를 사용하고 있다. TV를 많이 본다면 벌써 HD로 바꿨겠지만, 나는 아직도 HDTV를 구입해야 할 이유를 못 느끼고 있다. TV를 많이 보지도 않는데 기계만 좋은 것 가져다 놓아서 무엇을 하느냐는 생각이 들어서다. 컴퓨터로 TV를 볼 수 있으니 지금 갖고 있는 아날로그 TV를 버리자는 생각도 했었는데 내가 HDTV를 구입할 생각을 하겠는지 생각해 보시구랴.

그런데도 케이블 사용료는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다. 월 사용료도 날이 갈수록 비싸져서 요샌 거의 70불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나는 매달 70불어치 방송을 보는 걸까?

절대 아니다. 월 70불을 뽑으려면 줄기차게 TV를, 그것도 케이블 채널을 시청해야겠지만, 나는 케이블 채널은 ESPN 하나만 보다시피 하는 게 전부다. NFL 시즌이 시작하면 먼데이 나잇 풋볼(Monday Night Football)을 ESPN에서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다. 예전엔 MNF를 ABC에서 해줬는데, ESPN에서 중계방송하던 썬데이 나잇 풋볼(Sunday Night Football)을 NBC에 주고 먼데이 나잇 풋볼을 ESPN으로 옮기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보는 것이다.

폭스뉴스, CNN 등 케이블 뉴스채널은 큰 사건이 터졌을 때나 가끔 볼까 말까다. 어지간한 뉴스는 전부 인터넷으로 보는데 굳이 TV로 봐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렸을 적엔 MTV, VH1 같은 음악 전문채널을 즐겨 보곤 했다. 그러나 요샌 MTV 채널이 몇 번인지 조차 모른다. VH1은 MTV를 찾으면 그 근처에 있겠지?

간혹 히스토리(History), 디스커버리(Discovery) 채널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해줄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즐겨보는 채널/프로그램이라고 하긴 힘들다.

게다가 요샌 아이튠스(iTunes), 아마존 등과 같은 디지털 비디오 스토어에서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판매하기 때문에 진짜로 보고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런 데서 구입해서 보면 그만이다. 만약 다운로드 버전이 없다면 DVD로 구입하면 된다. 물론 DVD를 구입하게 되면 20불 이상을 지출해야겠지만, 매달 70불씩 케이블 회사에 바치는 것에 비하면 양반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왜 케이블 사용료를 매달 내고 있는 것일까? TV를 지지리도 보지 않으면서 왜 케이블 서비스는 신청해서 매달 70불씩을 내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케이블 TV를 신청하는 게 습관화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사를 하면 제일 먼저 전화를 연결하듯이 케이블 TV도 함께 신청하곤 하는 게 다 습관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베스트바이(Bestbuy) 같은 데 가서 실내 안테나를 사오면 케이블 신청하지 않고서도 ABC, CBS, FOX, NBC, CW 등 공중파 채널을 볼 수 있는 데도 안테나 생각은 하지 않고 덮어놓고 케이블 신청을 하곤 했다.

그렇다. 내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들은 전부 공중파 채널에서 한다. 최근 들어서 보게 된 몇몇 TV 프로그램들은 케이블 서비스 없이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은 고사하고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케이블을 끊지 않는 것일까? '굴뚝' 소리 듣던 내가 담배도 끊었는데 케이블을 못 끊는다니...?

사실 작년 겨울에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동계 올림픽 때문에 '2월까지만 보자'로 연기했다. 이번 동계 올림픽까지는 NBC가 독점으로 중계방송했는데, 동-하계 올림픽 시즌이 되면 NBC는 CNBC, MSNBC 등 케이블 채널들까지 동원해 중계방송을 하곤 했다. 그래서 동계 올림픽 직후에 케이블을 끊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런데 동계 올림픽이 끝나니까 월드컵이 기다리고 있었다. 월드컵은 몇 회째 ESPN이 독점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몇몇 빅게임은 공중파인 ABC에서 방송하지만 나머지 매치는 100% ESPN과 ESPN2에서 한다. 금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럼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끊자'고 또 마음을 바꿨다. 사실 월드컵 이전에 끊었더라도 별 탈 없을 뻔 했다. 금년엔 ESPN3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중계방송을 했고, 다시 보기 또한 가능했기 때문이다. 영어 중계방송을 포기한다면 공중파 스패니시 채널 유니비전(Univision)으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단 월드컵까지 보기로 했으니 계획대로 밀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월드컵이 착 끝나니까 바로 뒤이어서 NFL 시즌이 시작하는 것이었다. NFL 프리시즌(시범경기)은 8월부터 시작하고, 정규시즌은 9월에 개막한다.

미치겠다, 미치겠어...ㅠㅠ

그래서 '에잇, 이렇게 된 김에 NFL 시즌 끝날 때까지만 보자'고 '또' 미뤘다. 만약 NFL 시즌이 막을 내림과 동시에 케이블 서비스를 끊는다면 내년 3월쯤이 될 것이다.

과연 이번엔 케이블 서비스를 끊을 수 있을 지, 아니면 계속 데리고 살게 될 지 두고봅시다.

댓글 4개 :

  1. 참, 갈등이시겠네요...
    고뇌가 느껴집니다.
    근데, 이 블로그는 티스토리가 아니라서, 오공님이 제글에 댓글을 달면 답글 개념이 아닌가요? ;)

    답글삭제
  2. 구글 블로그엔 댓글에 댓글달기가 없어서 좀 이상하게 되죠...^^
    첨엔 별 것 아닌 줄 알았는데요, 쓰다 보니 불편하더라구요.
    이런 것들을 구글이 좀 빨리 개선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답글삭제
  3. 저같은 경우는 베이징 올림픽때문에 케이블을 신청했었는데 그 이후로 가끔 스포츠중계나 Travel채널 외에는 거의 시청하질 않아서 결국 1년만에 끊었습니다. HD채널 추가요금까지 내다보니 매달 나가는 돈이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가뜩이나 다른 유틸비나 인터넷 사용료도 비싼데.. 아무튼 올해 동계올림픽은 안테나 사서 보고 월드컵때는 한인회관가서 보는걸로 해결했네요..^^ UNIVISION덕분에 집에서도 다른 나라 경기들 다 보고.. 그리고 평소에 NFL이나 MLB경기도 안테나로 많이 나와서 좋더군요. 칼리지 풋볼은 TV나 ESPN3에서 보고.. 어쨌든 케이블 없이도 대충 살만하더라구요^^;

    답글삭제
  4. 저도 케이블 없이 살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근데 워낙 오래 사용했다 보니 끊으려 하면 자꾸 아쉬움이...ㅋ
    사실 전 컴캐스트가 NBC 인수하는 것 보면서 걱정이 앞섰었죠.
    혹시 NBC의 썬데이 나잇 풋볼을 MSNBC로 옮기는 게 아닌가 해서요...ㅋㅋ
    HD도 리씨버 대여요금 때문에 만만치 않죠...ㅠㅠ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