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4일 월요일

필라델피아로 돌아온 도노반 맥냅, 이글스전 승리

금년초 디비젼 라이벌 팀으로 트레이드되어 화제를 모았던 쿼터백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이 필라델피아를 찾았다.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에 의해 드래프트되어 11년간 몸담았던 팀을 떠나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로 팀을 옮긴 이후 첫 방문이었다.

왠지 분위기가 살벌했겠다고?

원래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들은 한 성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90년대엔 방문팀 선수가 부상으로 쓰러졌는데도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매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인터뷰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마저도 "충격적이었다", "실망스러웠다"고 했을 정도 였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들은 워싱턴 레드스킨스 유니폼을 입고 돌아온 도노반 맥냅을 큰 박수와 함께 따뜻하게 환영했다. 경기 시작 전 스테디움 아나운서가 도노반 맥냅을 소개하자 관중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맥냅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들이 레드스킨스 유니폼을 입은 도노반 맥냅을 큰 박수로 환영하는 순간을 다시 한 번 보자.


팬들 뿐만 아니라 작년시즌까지 맥냅의 팀메이트였던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도 '돌아온' 맥냅을 반갑게 맞이했다.

맥냅이 떠난 뒤 필라델피아 이글스 주전 쿼터백이 된 마이클 빅(Michael Vick)도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맥냅을 찾아가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다정했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맥냅이 워싱턴 레드스킨스 헬멧을 쓰고 필드에 서자 이글스 팬들은 '우리가 언제 박수를 쳤냐'는 듯 맥냅을 향해 야유를 날리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분위기가 180도 반전!

순식간에 표정 싹 바꾼 필라델피아 팬들의 모습도 다시 한 번 보자.


그러나 팬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수비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글스 수비는 1쿼터에만 레드스킨스에 2개의 터치다운을 내주면서 순식간에 14대0으로 뒤처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필라델피아 팬들은 맥냅이 아닌 이글스 수비에 야유를 날리기 시작했다. 무슨 수비를 그따위로 하냐는 것이었다.

이글스 팬들이 더욱 약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번째 터치다운이 도노반 맥냅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맥냅이 타잇엔드 크리스 쿨리(Chris Cooley)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던 것.



물론, 맥냅은 필라델피아 이글스 홈구장에서 많은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그러므로 맥냅이 링컨 파이낸셜 필드(Lincoln Financial Field)에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그러나 필라델피아의 링컨 파이낸셜 필드에서 맥냅이 이글스 유니폼이 아닌 레드스킨스 유니폼을 입고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므로 이 장면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한편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도 풀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쿼터에 주전 쿼터백 마이클 빅까지 갈비뼈 부상을 당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골라인 바로 앞에서 2명의 워싱턴 레드스킨스 수비수들에게 샌드위치 태클을 당한 마이클 빅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않았다.



아래는 마이클 빅이 부상당하는 순간이다.


마이클 빅이 갈비뼈 부상으로 쓰러지자, 시즌 오프너에서 머리부상을 당한 사이 마이클 빅에게 주전 쿼터백 자리를 빼앗겼던 케빈 캅(Kevin Kolb)이 빅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섰다. 부상을 당한 사이에 빅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겻던 캅이 이번엔 빅의 부상 덕분에 다시 주전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아직 1쿼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스코어는 레드스킨스 14, 이글스 0였고, 이글스는 주전 쿼터백까지 부상으로 잃었다. 아무래도 레드스킨스의 일방적인 경기가 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쿼터에 화끈했던 레드스킨스 오펜스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레드스킨스 쿼터백 맥냅도 이해가 안 가는 패스를 하는 등 이상해지더니 결국 한 차례 인터셉트를 당하고 말았다. 옛 필라델피아 홈구장에서 가진 첫 경기라서 였는지 맥냅도 그다지 샤프해 보이지 않았다.

2009년 시즌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 홈구장을 찾은 브렛 파브(Brett Favre)는 4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지만, 맥냅은 터치다운 1개 인터셉션 1개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파브와 같았다. 파브가 그린 베이에서 패커스를 이겼던 것처럼 맥냅도 필라델피아 홈구장에서 이글스를 꺾었다. 파이널 스코어는 레드스킨스 17, 이글스 12.

NFC East 디비젼 라이벌인 레드스킨스와 이글스는 오는 11월15일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레드스킨스 홈구장 페덱스 필드(FedEx Field)에서 2차전을 갖는다. 모든 NFL 팀들은 디비젼 라이벌 팀들과 두 차례 경기를 갖기 때문이다.

작년 시즌 브렛 파브는 그린 베이 패커스와의 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패커스를 바이킹스 홈으로 불러 승리한 뒤 그린 베이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이겼다.

과연 맥냅도 작년에 파브가 했던 것처럼 이전 팀을 상대로 2전2승을 기록할 수 있을 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2개 :

  1. 막판까지 행여나 기대했는데, 졌었지요ㅠ
    4쿼터에 케빈 캅이 너무 공격을 천천히 한다는 생각도 들고 막 ㅠ
    마이클 빅 나가고 나선 드션 잭슨을 너무 활용 안 하는 것 같기도 하고..레드스킨스 러싱게임을 전혀 목 막는 디펜스..
    아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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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카고 베어스와 함께 이글스도 한 번 질 때가 되었다 싶었는데 둘 다 지더군요. 캅이 중장거리 패스를 거의 안했죠. 주전이 됐다가 내려왔다가 다시 주전이 되었으니 캅도 아마 정신이 없었을 겁니다...ㅋ 하필이면 맥냅과의 경기에서 이글스의 쿼터백 사정이 정신없게 되었으니 이를 지켜보던 이글스 팬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참...ㅋ 아무리 생각해봐도 디비젼 라이벌 팀으로 스타 쿼터백을 트레이드한 건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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