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월요일만 오면 고민을 하게 된다. '본드걸' 스타나 캐틱(Stana Katic) 주연의 ABC 시리즈 '캐슬(Castle)'을 보느냐, 아니면 CBS의 '하와이 파이브-0(Hawaii Five-0)'를 보느냐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 중 어느 것을 챙겨가면서 볼 것인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싱거운 녀석, 별 게 다 고민이라고?
내가 원래 좀 그렇다우...ㅋ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은 항상 ABC의 '캐슬'에 가 있다. 스타나 캐틱이 비록 단역이었긴 했어도 '한 번 본드걸은 영원한 본드걸'인 만큼 그녀가 출연한 시리즈를 챙겨야 할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캐슬' 시리즈를 참 재미있게 봤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런데도 막상 월요일 밤 10시(미국 동부시간)가 되면 손은 ABC가 아닌 CBS로 간다. 머리에선 ABC라고 하는데 빌어먹을(?) 손은 자꾸 CBS로 간다. 원래 내 손이 말을 잘 안 듣기로 유명하다. 머리에선 어깨를 만지라는데 가슴을 만지는 등...
도대체 '하와이 파이브-0'에 자꾸 끌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와이 경치 때문일까?
그런데 Ala Moana BLVD, Waikiki가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다.(아래 스크린샷 참고) 알라모아나 블루버드는 와이키키까지 들어가지 않는다. 와이키키의 메인 스트릿은 칼라카우아(Kalakaua)와 쿠히오(Kuhio)이지 알라모아나 블루버드는 아니다.
보아하니 '하와이 파이브-0'에 나온 장소는 알라모아나 블루버드인 것까지는 맞지만, 와이키키가 아니라 호놀룰루 다운타운이다. 뒤에 보이는 건물이 알로하 타워(Aloha Tower)로 보인다. 달리는 검정색 자동차도 와이키키와 정 반대 방향인 서쪽으로 달리고 있다. 저 검정색 자동차가 달리는 방향, 즉 서쪽으로 계속 가면 공항-진주만-아이에아(Aiea)가 나올 뿐 와이키키와는 갈수록 멀어진다.
그런데 왜 'Ala Moana BLVD, Waikiki'라는 부정확한 자막을 넣었을까? '와이키키'가 '호놀룰루'보다 인지도가 더 높아서 였을까?
그렇다고 실수를 물고 늘어지는 건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그렇다는 게 전부다. 눈에 선한 동네를 자주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땡큐인데 뭘...
그렇다면 낯익은 하와이 경치 때문에 자꾸 보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간간히 나오는 비키니 차림의 비치걸들 때문일까?
이런 하와이 이미지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90년대초 하와이 로컬 밴드 T.N.G가 부른 'Sweet Okole'다. 'Okole'는 하와이 말로 'ASS'를 뜻한다. 그러므로, 영어로 하자면 'SWEET ASS'가 된다.
오랜만에 이 노래도 한 번 들어보자.
역시 '하와이 커넥션' 때문에 이 시리즈에 끌리는 것일까?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다. 몇 년 전 셰릴 크로우(Sheryl Crow)의 'Soak Up the Sun'이 내가 가장 즐겨듣는 곡 중 하나가 되었던 이유도 뮤직비디오 촬영지 때문이었다지?
내가 ABC의 메가히트 시리즈 '로스트(Lost)'를 에피소드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보게 되었던 이유 또한 촬영 장소가 하와이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TV 방송 자체를 거의 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TV 시리즈를 매 시즌 꼬박꼬박 챙겨 본 역사가 없던 나를 바꿔놓은 몬스터 같은 시리즈가 바로 '로스트'였는데, 이 또한 하와이에서 촬영한 시리즈 였다.
'로스트'?
'하와이 파이브-0'도 하와이에서 촬영하기 때문일까? 에피소드2에 '로스트'를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몇 가지 둘러보기로 하자.
첫 째, 여러 전자장비들로 가득한 밀실은 '로스트'의 DHARMA 스테이션들을 연상시켰다.
여러 전자장비들로 가득한 밀실은 물론 여러 영화나 시리즈에 자주 나온 바 있으므로 '로스트'와 연결짓기에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범죄조직이 하와이 레이다망을 해킹해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레이다에 포착되지 않고 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부터 '로스트' 생각이 솔솔 나기 시작했다. '로스트'에 등장했던 문제의 미스테리한 섬이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도록 철저하게 숨겨진 섬이었다는 게 생각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비행기가 착륙하는 지점은 어디일까?
코노(그레이스 박)에 의하면, "I even take Evan out to Mokuleia beach for a swim."이라고 한다.
모쿨레이아 비치?
오아후섬 서북쪽에 위치한 모쿨레이아 비치는 '로스트'의 오시아닉 815 여객기가 추락한 바로 그 곳이다.
그렇다. '하와이 파이브-0'의 정체불명의 비행기도 오시아닉 815가 추락했던 바로 그 곳을 향해 날아갔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근처에 비행기가 착륙할 만한 장소가 있냐고?
있다. 바로 딜링햄 에어필드(Dillingham Airfield)다. 딜링햄 에어필드는 모쿨레이아 비치와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저 비행기가 딜링햄 에어필드를 향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형사가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친호(대니얼 대 킴)다.
친호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와이에서 오래 산 로컬이라서 알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땐 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몇 년 전 대니얼 대 킴이 모쿨레이아 비치에 추락한 오시아닉 815 탑승객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로스트'를 촬영하면서 모쿨레이아 근처 지리에 밝아진 대니얼 대 킴이 비치파크 근처에 있는 딜링햄 에어필드를 모를 리 없겠지?
이렇게 해서 대니얼 대 킴은 과거 '로스트' 촬영 장소를 다시 한 번 찾아가게 됐다.
재미있는 건 이게 전부가 아니다. 대니얼 대 킴이 맡은 캐릭터 이름도 '로스트'와 비슷한 데가 있다. '로스트'에서 대니얼이 맡았던 캐릭터 이름은 진(Jin)이었는데, '하와이 파이브-0'에선 친호(Chin Ho)다. '친호'가 한국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가정해 보면 'Chin Ho'는 '진호'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대니얼 대 킴이 '하와이 파이브-0'에서 맡은 캐릭터 이름 역시 '진'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아래 스크린샷은 '하와이 파이브-0'의 '진'이 샷건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로스트'의 진정한 제이콥은 바로 대니얼 대 킴이라니까...
그렇다면 얼마 전 종영한 '로스트'의 흔적도 느낄 수 있어서 '하와이 파이브-0'에 자꾸 끌리는 것일까?
이것 또한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로스트'를 썩 좋아했던 건 아니지만, 파일럿 에피소드부터 시리즈 피날레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방송 당일 꼬박꼬박 챙겨 본 유일한 시리즈가 바로 '로스트'였으니 아무래도 가끔씩 생각이 나는 게 정상인 지도 모른다. 게다가 '로스트'에 출연했던 대니얼 대 킴이 또다시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출연한 바람에 무의식중에 '로스트'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렇다. '하와이 파이브-0'엔 내게 스페셜한 것 두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내게 가장 스페셜한 장소인 '하와이'와 싫든 좋든 내게 가장 스페셜한 TV 시리즈가 된 '로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오는 월요일 밤에도 '하와이 파이브-0'를 볼 것이냐고?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스토리가 엉성한 게 썩 맘에 들진 않지만, 아무래도 또 보게 되지 않을까... 언제까지 계속될 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는 월요일엔 변화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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