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5일 금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카우보이스 킬러' 랜디 모스 막을 수 있을까?

2010년 NFL 정규시즌 6째 주 경기 중 가장 기대되는 매치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의 경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양팀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1승3패)을 기록중인 바람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만만치 않은 팀들이다.

또한, 와이드리씨버 랜디 모스(Randy Moss)가 또 카우보이스를 상대하게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랜디 모스 vs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최대 관전 포인트인 이유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8년 NFL 드래프트에 나선 랜디 모스는 카우보이스가 그를 드래프트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모스를 드래프트할 것처럼 움직이다가 다른 선수(그레그 엘리스)를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90년대 당시 카우보이스를 대표했던 와이드리씨버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이 마약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NFL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는 등 경기 외적인 문제로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90년대말 카우보이스는 단지 마이클 얼빈 뿐만 아니라 여러 선수들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었다. 한 때 '달라스 배드보이스(Badboys)', '달라스 크리미널스(Criminals)'라는 오명을 달고 다니던 때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있었던 오너 제리 존스(Jerry Jones)는 마약 복용 등의 혐의로 수감되었던 경력이 있는 랜디 모스를 드래프트하지 않기로 했다. 랜디 모스가 '플레이메이커'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 이전에 '트러블메이커' 포텐셜이 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카우보이스가 자신을 드래프트하지 않았다는 데 실망한 랜디 모스는 그의 루키시즌이었던 1998년 텍사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진 추수감사절 스페셜 경기 때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상대로 맹활약을 펼쳤다. 내가 이 경기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이 경기를 텍사스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랜디 모스를 보면서 그를 드래프트하지 않은 제리 존스를 얼마나 원망했었는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카우보이스에도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 에밋 스미스(Emmitt Smith),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 등이 버티고 있었지만, 황금기를 지나 쇠락의 길로 접어든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바이킹스 오펜스의 폭발적인 공격력에 대적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여전히 30점 이상을 득점했지만, 그 사이 랜디 모스와 바이킹스는 40점 이상을 냈다.

카우보이스에겐 불행한 이야기지만, 랜디 모스와의 악연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모스가 루키시즌이던 1998년 이후로 지금까지 카우보이스는 랜디 모스를 상대한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랜디 모스가 바이킹스를 떠나 약체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 Raiders)로 옮겼을 때에도 카우보이스는 레이더스에 패했으며, 그가 패트리어츠로 팀을 옮기자 패트리이어츠에도 패했다. '랜디 모스가 무슨 색깔의 유니폼을 입든 카우보이스는 그를 못 이긴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모스는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상대할 때마다 카우보이스가 그를 드래프트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 랜디 모스는 가장 유명한 '카우보이스 킬러'가 됐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랜디 모스를 또 한 번 상대해야만 한다. 10월17일 미네소타 바이킹스 홈에서 경기를 갖기 때문이다. 그를 드래프트했던 과거의 팀으로 다시 돌아간 랜디 모스가 미네소타에서 그의 '밥'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우보이스 오너 제리 존스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존스가 랜디 모스를 드래프트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NCAA에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2009년 시즌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던 오클라호마 주립대(Oklahoma State University) 출신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를 2010년 NFL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난 1998년 랜디 모스를 드래프트하지 않았던 실수를 또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역대 최고 카우보이스 와이드리씨버들이 입었던 88번 유니폼을 브라이언트에 물려주기 까지 했다.

제리 존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며칠 전엔 농반진반으로 랜디 모스에 사과 까지 했다. 달라스 모닝 뉴스(Dallas Morning News)에 의하면, 제리 존스는 랜디 모스가 그를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I Apologize"를 세 번씩이나 거듭 반복하며 지난 1998년 그를 드래프트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I apologize, I apologize, I apologize. I don't believe that's going to do any good. He's too much of a competitor. He's a real competitor, and I've known all my life that when people say you can't do it or when people pass over you saying somebody else can do it, all that does is inspire you. We probably awoke a sleeping giant if it meant that much to him. Certainly, he's made us pay, and I'm sorry we've got to play him." - Jerry Jones

그렇다면 랜디 모스는 뭐라고 했을까?

제리 존스의 사과 제스쳐에 대해 모스는 "용서는 하지만 잊진 않는다"고 말했다.

"I always forgive, man, that's in the Bible. I always forgive but I never forget. Jerry Jones, I still respect his organization, the accomplishments that he has made over the years, I don't hold a grudge and I'm not bitter about the situation - this is my 13th year in the league and like I said I forgive him but I don't forget. We're still cool.'' - Randy Moss

이렇게 해서 제리 존스와 랜디 모스는 농반진반의 사과와 용서를 주고받았다.

자, 그렇다면 오는 일요일엔 어떤 결과가 나올까? 또 똑같은 결과가 나올까? 아니면 이번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카우보이스 킬러' 랜디 모스를 막고 그를 상대로 첫 승을 올릴까?

만약 카우보이스의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의 맹활약으로 카우보이스가 미네소타 바이킹스를 물리친다면 제리 존스는 뿌듯해 할 것이다. 랜디 모스를 건너뛴 실수를 또 반복하지 않기 위해 드래프트한 데즈 브라이언트가 모스의 바이킹스를 꺾는 데 큰 역할을 해준다면 제리 존스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은 씨나리오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데즈 브라이언트는 지난 테네시 타이탄스(Tennessee Titans)와의 경기에서 입은 발목부상으로 출전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그가 출전한다 해도 브라이언트는 아직 랜디 모스와 대결을 펼칠 만한 NFL 와이드리씨버가 못 된다.

바이킹스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주전 쿼터백 브렛 파브(Brett Favre)가 우스꽝스러운 '섹스트(Sext)' 성희롱 사건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데다,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여차하면 달라스 카우보이스전에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팔꿈치 부상 때문인지, 아니면 바이킹스가 스캔달을 이유로 파브를 벤치시키려는 것인지 아직 분명치 않지만, 파브의 출전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것만은 사실인 듯 하다.

하지만 시즌전적 1승3패를 기록중인 양팀 모두에게 이번 경기가 매우 중요한 만큼 어지간 하면 모두 출전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1승3패도 충분히 한심한데 1승4패가 되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1승4패가 된다고 해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퍼보울 콘텐더로 불리던 팀이 1승4패로 추락했을 때 팀이 겪을 실망감과 사기저하를 고려하면 리바운드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미네소타 바이킹스 둘 중 누가 1승4패로 떨어지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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