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레이븐스는 이번 주에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지난 주 패트리어츠에 아쉽게 패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약체로 꼽히는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에 정신없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동안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수퍼스타 세이프티, 에드 리드(Ed Reed)까지 복귀했음에도, 레이븐스 디펜스는 빌스 오펜스에 속수무책이었다. 레이븐스 오펜스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으나 빌스 오펜스는 레이븐스 디펜스를 상대로 24점씩이나 기록했다.
레이븐스 오펜스가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건 전반 종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았을 때 부터 였다. 빌스의 실수(턴오버)가 24대10으로 크게 뒤져있던 레이븐스에 기회를 줬다. 레이븐스 오펜스가 리듬을 찾아갈 때 나온 빌스의 턴오버 실수로 레이븐스는 24대20, 4점차로 바짝 추격한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레이븐스 오펜스는 정신이 되돌아온 듯 금새 27대24로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 내내 빌스에 리드를 빼앗겼던 레이븐스가 처음으로 앞선 것이다.
그러나 빌스도 만만치 않았다. 아직까지 2010년 시즌 1승을 올리지 못한 빌스는 경기 종료 직전 동점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34대34로 경기를 오버타임으로 이끌었다.
발티모어 레이븐스는 지난 주 경기에서도 오버타임까지 갔다가 패했다. 그런데 이번 주에도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같은 AFC East에 속한 버팔로 빌스와의 경기에서 또 오버타임에 가게 된 것이다. 여차하면 발티모어 레이븐스도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처럼 2주 연속으로 오버타임 패배를 당한 팀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원정팀인 빌스가 오버타임 코인토스에서 지는 바람에 레이븐스가 선제공격권을 따왔으나, 레이븐스 오펜스는 득점없이 펀트를 차고 말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지난 주 경기의 데자뷰 처럼 보였다. 레이븐스는 지난 주 경기 오버타임에 패트리어츠와 펀트만 서로 열심히 주고받다가 오버타임 종료를 2분 남겨놓고 결승 필드골을 내주며 패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또 지난 주와 같은 엔딩을 맞는 것일까?
아니었다.
이번엔 레이븐스의 수비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레이븐스의 수퍼스타 라인배커, 레이 루이스(Ray Lewis)가 빌스 와이드리씨버의 품에서 공을 빼앗은 것이다.
그렇다. 펌블이었다.
빌스 와이드리씨버가 레이븐스 수비수들에 잡혀 전진을 하지 못하던 상태였으므로 심판이 플레이가 끝났음을 선언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으며, 그 사이에 레이 루이스가 빌스 리씨버의 손에서 공을 빼앗았다.
빌스 입장에선 다소 억울한 감이 들 것이다. 어떨 때는 주심이 무지하게 빨리 휘슬을 불면서 플레이를 중지시키다가도 어떨 때는 공격수가 여러 수비수들에 둘러싸여 꼼짝 못하고 있는 데도 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렇게 애매한 상황에 펌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레이 루이스의 펌블 리커버리로 공격권을 빼앗아온 레이븐스는 바로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37대34로 승리했다.지난 주엔 오버타임에서 패트리어츠에 결승 필드골을 내주고 패하더니 바로 다음 주 경기에선 필드골로 오버타임 승리를 챙긴 것이다.
이렇게 해서 레이븐스는 지난 주 다 잡았던 경기를 오버타임까지 가서 놓쳤던 아쉬움을 버팔로 빌스에게 물려줬다. 지난 주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당했던 것 그대로 버팔로 빌스에 되돌려준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의 씁쓸한 기억을 그 다음 주 상대에게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도 실력과 정신력 모두가 강한 팀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아무나 하는 게 아닐 것이다.
한편, 강호 레이븐스를 상대로, 그것도 발티모어 홈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거머쥐는 듯 하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오버타임에서 패한 버팔로 빌스는 시즌 6패째를 기록했다.
레이븐스가 이렇게 극적이면서도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면 오버타임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킨 킥커가 누구인지 한 번 확인해 주는 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레이븐스의 킥커는 2000년대 중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킥커였던 빌리 컨디프(Billy Cundiff)다. 한 때 카우보이스 팬들로부터 'Billy the Kick'이라 불렸던 그 선수다.
레이븐스의 킥커는 2000년대 중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킥커였던 빌리 컨디프(Billy Cundiff)다. 한 때 카우보이스 팬들로부터 'Billy the Kick'이라 불렸던 그 선수다.
'Billy the Kick'?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갱스터, 헨리 매커티(Henry McCarty)의 별명 'Billy the Kid'에서 따온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Billy the Kid'의 이야기를 그렸던 영화 '영 건스 2(Young Guns 2)'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었던 본 조비(Bon Jovi)의 'Billy Get Your Gun'이나 들어봅시다.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