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쿼터백이 멀쩡할 때에도 달랑 1승밖에 올리지 못했던 팀이 백업 쿼터백으로 이길 줄 알았수?
그렇다. 쿼터백이 바뀌었어도 결과는 같았다.부상당한 로모를 대신해 카우보이스 주전 쿼터백이 된 베테랑 쿼터백 존 킷나(Jon Kitna)는 잭슨빌 재과스 디펜스에 무려 네 번이나 인터셉트를 당했다.
그러나 모든 게 킷나의 책임은 아니었다. 카우보이스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과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가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패스를 받지 못하면서 인터셉션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2009년 정규시즌 경기를 단 한 번도 뛰지 않았던 킷나가 갑작스럽게 주전 쿼터백이 되었으니 많이 녹슬어있을 게 분명했지만, 카우보이스 와이드리씨버들이 그를 제대로 도와주지 않았다.
오펜스 뿐만 아니라 디펜스도 멍멍이판이었다. 토니 로모를 부상으로 잃자 마자 맥이 풀린 듯 무너져내렸던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이번 주 잭슨빌 재과스와의 경기에서도 경기를 포기한 듯 재과스 오펜스에 맥없이 뚫렸다. 주전 쿼터백을 부상으로 잃고 오펜스가 절룩거린다면 디펜스라도 제대로 경기를 하면서 오펜스의 부담을 덜어줬어야 했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에라 모르겠다' 모드 였다. 토니 로모마저 없으니 이젠 완전히 가망없다고 판단하고 경기와 시즌을 모두 포기한 게 분명해 보였다. 수퍼보울 콘텐더로 불리면서 우쭐대다가 시즌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의 상황에 놓이자 손을 놓아버린 것으로 보였다. 정상적인 팀이라면 오펜스가 헤매면 디펜스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 팀은 그렇지 않았다.
이전에도 오펜스가 턴오버나 필드골 미스 등 실수를 하면 바로 맥이 풀린 듯 디펜스까지 쉽게 점수를 내주곤 하던 게 신경에 거슬렸는데, 이젠 경기를 플레이할 의욕이 아예 없는 듯 보였다. 카우보이스 선수들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젠 막가는 단계에 접어든 듯 했다. 한 번 김이 빠지면 회복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버릇을 보이더니 이젠 다 집어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수퍼보울 콘텐더로 야무진 꿈을 꾸던 팀이 갑자기 주전 쿼터백까지 잃고 대책이 서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 기분이 어떨 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허탈감에 빠져 풋볼할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는 대가로 수백만불을 벌어들이는 프로페셔널 스포츠 선수들은 절대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해서는 안 된다. 플레이오프 희망이 사라지고, 2010년 시즌엔 더이상 기대할 게 없어졌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제대로 된 프로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경기와 시즌을 모두 포기한 채 막가는, 한마디로 웃기는 팀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카우보이스 팬들에겐 이보다 더한 '할로윈 호러'는 없었다.
부상당한 토니 로모 커스튬(?)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카우보이스 팬도 무시무시해 보였지만, 경기를 포기한 채 맥없이 주저앉는 카우보이스 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한편, 레드스킨스 팬들은 신이 났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앙숙지간인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의 홈타운, 워싱턴 D.C에선 '카우보이스의 실패는 레드스킨스의 기쁨'이다. 작년시즌만 해도 쇼핑몰에 가면 "D.C STANDS FOR DALLAS COWBOYS"라고 쓰인 티셔츠가 판매되는 등 부진했던 워싱턴 레드스킨스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인기가 더욱 높은 듯 했지만, 2010년 시즌엔 사정이 달라졌다. 카우보이스가 1승6패로 추락하자 워싱턴 D.C 로컬 TV뉴스는 '헤매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놀리기'를 빼놓지 않고 있다. 워싱턴 D.C NBC 로컬뉴스는 워싱턴 레드스킨스 하이라이트에 이어 달라스 카우보이스 경기 하이라이트까지 보여주면서 "얘네들 왜 이러냐"고 했다.
NBC 로컬뉴스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팬들이 "HURRY UP COWBOYS. WE HAVE A RANGERS GAME TO GO TO"라는 싸인을 들고있는 화면을 보여주면서, 달라스 팬들이 대책이 서지 않는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포기하고 텍사스 레인저스(Texas Rangers)쪽으로 옮겨타고 있다고 전했다.
갑자기 텍사스 레인저스가 왜 나오냐고?
카우보이스 스테디움 옆에 있는 레인저스 볼파크(Rangers Ballpark)가 홈구장인 메이저 리그 야구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수퍼보울 경기를 갖게 될 것이라던 풋볼 팀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승6패로 추락한 대신 야구 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홈구장에서 월드 시리즈 경기를 할 줄 누가 알았으랴!
몇 년전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있었을 때 한 뉴욕 자이언츠 팬이 "나는 '자이언츠' 하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an Francisco Giants)가 먼저 생각나는 야구팬"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더이상 그녀 앞에서 뉴욕 자이언츠 얘기를 꺼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래도 내가 계속 뉴욕 자이언츠 얘기를 하면 그녀는 느닷없이 "배리 본즈(Barry Bonds)가 어쩌구..." 하면서 동문서답을 하곤 했다.
이젠 내가 그렇게 할 차례인 듯...ㅡㅡ;
2년째 오공본드님 블로그 보고 있는데 처음 덧글 써 보내요. 휴스턴 팬이지만 사는 동네가 동네라서 달라스도 관심있게 보고 있는데, 올해는 정말 너무해서 오공본드님이 혹시라도 포스팅 그만 두실까 걱정이 다 됩니다.
답글삭제그나저나 왜 달라스는 킷나를 쓰는지 모르겠네요. 로모가 한 두 경기 빠질 거라면 킷나로 버티고 로모에게 넘겨주는 것도 괜찮지만 무려 10경기인데요. 38살 먹은 쿼터백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어보여요. 다른 팀에서 즉시 전력감 쿼터백을 데려오든지, 아니면 차라리 맥기에게 기회를 주는게 낳을 것 같습니다. 프리시즌 때 보니까 맥기를 로모 백업으로 키우려고 하는거 같은데 남은 시즌을 통째로 유망주에게 주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그나저나 한 ESPN 칼럼니스트는 제리 존스는 슈퍼보울보다 NFL 드래프트를 주최하는게 낳을뻔 했다고 조롱하더군요. 올해 드래프트 상위 픽할 만한 좋은 선수가 있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OPEN ID가 자꾸 에러가 나서 anoymous롤 올립니다. 디꼬라고 불러주세요.
이 정도로는 까딱없습니다. 까짓 거 내친 김에 1승15패 채우라고 하죠 뭐...ㅋ
답글삭제저도 카우보이스의 백업 쿼터백 관리에 불만이 좀 있습니다. 베테랑 쿼터백을 선호하는 이유까지는 알겠는데, 나이가 너무 많은 쿼터백은 피해야 할 것 같거든요. 물론 킷나가 이전의 브래드 존슨에 비하면 양반이긴 합니다만, 궁지에 몰린 팀을 되살릴 만큼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는 아닌 듯 합니다.
그래서 결국엔 곧 맥기로 교체되지 않을까 합니다. 킷나가 몸이 풀려서 발동걸릴 수도 있으니 한 두 경기 더 지켜보다가 계속 헤맨다 싶으면 맥기로 바꿀 것 같습니다. 혹시 킷나가 시즌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오라기 같은 기대에서 킷나를 주전으로 세운 건데, 가망없다 싶으면 바로 바꾸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아이디 문제는요, Comment as: 에서 Name/URL을 선택하시면 원하는 아이디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MNF 보고 댓글 올리네요. 콜츠가 텍산스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습니다. Manning being Manning 인가요? ^^ 전 매닝보단 프리니의 플레이 때문에 콜츠 게임을 본답니다. 작년 수퍼볼에서도 프리니의 부상만 아니었다면... (짧지만 프리니 관련 포스팅 보러오세요~)
답글삭제야구는 샌프란시스코의 승리로 막을 내렸네요.. 뉴욕 자이언츠 이름으로 1954년 우승한 이후 처음이라고 하네요.
프리니도 대단한 선수죠. 근데 콜츠가 워낙 오펜스로 유명한 팀이라서 별로 인정을 못 받는 듯 합니다. 콜츠 디펜스는 항상 저평가받곤 하거든요. 곧잘 하면 "제법 하네" 하는 소리만 들을 뿐 페이튼 매닝과 오펜스 만큼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답글삭제수비는... 발티모어 레이븐스처럼 수비로 수퍼보울 우승까지 하는 팀들이 무섭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