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일 월요일

워싱턴 레드스킨스, 멀쩡한 도노반 맥냅을 왜 벤치시켰을까?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가 벤치 신세라는 건 NFL 팬이라면 다들 알고있는 사실이다. 지난 주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와의 경기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다.

그러자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 쿼터백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도 뒤따라 벤치 신세가 됐다.

그도 부상을 당했냐고?

아니다.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었는데 레드스킨스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Mike Shanahan)은 맥냅을 벤치시키고 백업 쿼터백 렉스 그로스맨(Rex Grossman)으로 교체했다.

왜 그랬을까?

주전 쿼터백을 잃고 백업 쿼터백으로 절절매고 있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이게 아니었다면 도대체 설명이 안 된다.

워낙 이해가 안 가는 쿼터백 교체였기 때문일까? 워싱턴 D.C 로컬 NBC 뉴스의 첫 번째 뉴스는 "McNABB BENCHED" 였다. 내일모레가 선거일이지만, 선거고 나발이고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이 베테랑 쿼터백 도노반 맥냅을 벤치시켰다는 게 톱뉴스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워싱턴 레드스킨스가 약체로 평가받는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에게 또 패했기 때문이다.

물론, 풋볼을 하다 보면 약체에 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이상하게 졌다는 게 문제다.

경기 내내 양팀의 오펜스는 별 볼 일 없었다. 베테랑 쿼터백 도노반 맥냅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호수비에 막혀 별다른 플레이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어깨부상에서 회복한 뒤 오랜만에 돌아온 라이온스 주전 쿼터백 매튜 스태포드(Matthew Stafford)도 몸이 덜 풀린 듯 했다.

양팀 오펜스가 침묵하는 사이 디펜스와 스페셜팀의 활약이 눈부셨다. 지지부진한 오펜스를 대신해 디펜스와 스페셜팀이 득점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양팀 오펜스의 득점도 펀트리턴, 킥리턴 등 스페셜팀의 활약 덕이 컸다. 레드스킨스 리터너가 킥/펀트리턴을 잘 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 바로 뒤돌아 서서 라이온스도 똑같이 따라 했다. 스페셜팀 빅플레이→득점으로 연결되는 패턴이 양팀 모두 비슷했던 것이다.

4쿼터엔 라이온스가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역전을 하자 마자 레드스킨스 킥리터너, 브랜든 뱅크스(Brandon Banks)가 96야드 킥리턴 터치다운을 하면서 바로 재역전을 시키기도 했다.


이 덕분에 초반엔 다소 지루했던 경기가 후반에 들어서는 연속으로 리드가 바뀌는 흥미진진한 경기로 바뀌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레드스킨스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경기종료 2분을 조금 넘게 남겨놓고 28대25로 뒤지고 있던 레드스킨스는 4다운 컨버젼까지 시도했으나 맥냅이 쌕을 당하면서 실패했다. 4타운 컨버젼에 실패한 레드스킨스는 바로 그 지점에서 라이온스에 공격권을 넘겨줬다.

그런데 문제는 그 위치가 레드스킨스 진영 30야드 이내였다는 것이다. 다소 무리였던 4th-and-10 컨버젼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레드존 바로 코앞에서 'TURNOVER-ON-DOWN'을 당한 것이다. 3점차밖에 나지 않는 데다 레드스킨스 진영 깊숙한 곳에서 공격이 멈춰섰고, 4th-and-10 상황이었던 만큼 펀트를 차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으나, 레드스킨스 헤드코치 마이크 섀나핸은 바로 4다운 컨버젼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라이온스는 이 기회를 살려 필드골 하나를 더 추가하며 31대25로 점수차를 벌렸다. 레드스킨스가 무조건 터치다운을 해야만 이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라이온스에 터치다운을 내주지 않은 레드스킨스 디펜스의 승리였다. 그 상황에 만약 터치다운을 내줬더라면 남은 시간 안에 레드스킨스가 재역전한다는 게 완전히 불가능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레드스킨스 디펜스가 필드골만 허용한 덕분에 레드스킨스 오펜스는 또 한 번의 역전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바로 이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경기종료까지 2분도 채 남지 않았고, 6점차로 뒤진 상황이었는데 헤드코치 섀나핸이 베테랑 쿼터백 도노반 맥냅을 벤치시키고 백업 쿼터백 렉스 그로스맨을 투입한 것이다.

물론 맥냅이 경기 내내 샤프하지 않았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레드스킨스 오펜시브 라인도 맥냅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했고, 이 덕분에 쌕도 많이 당했다. 하지만 경기종료에 임박해 역전을 노리는 순간 베테랑 쿼터백을 벤치시키고 백업 쿼터백으로 교체했다는 건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맥냅이 부상당한 것도 아니었으니 그 상황에 맥냅을 벤치시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맥냅을 대신해 그로스맨이 레드스킨스의 마지막 공격을 위해 투입되었다.

그 결과?

참담했다. 재앙 수준이었다.

그로스맨이 맥냅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서자 마자 첫 플레이에 펌블을 한 것이다.

더욱 끔찍했던 건, 그로스맨이 떨어뜨린 공을 라이온스의 루키 디펜시브 라인맨 엔더마켄 수(Ndamukong Suh)가 집어들고 리던 터치다운을 했다는 사실!

맥냅을 벤치시키고 그로스맨을 넣었더니 들어가자 마자 펌블을 하면서 라이온스에 터치다운을 내주는 아주 'GROSS'한 시츄에이션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라이온스 37, 레드스킨스 25.

도대체 헤드코치 섀나핸이 그 상황에 맥냅을 빼고 그로스맨을 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헤드코치 섀나핸은 그로스맨으로 교체해야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쿼터백을 벤치시키고 들쑥날쑥한 플레이로 주전 쿼터백에서 밀려나 백업 신세가 된 그로스맨을 투입하는 게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섀나핸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주전 쿼터백 교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섀나핸이 갑자기 미치지 않은 이상 맥냅이 그로스밴보다 훨씬 나은 쿼터백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섀나핸은 그의 입으로 직접 "주전 쿼터백은 도노반 맥냅"이라고 밝혔다. 쿼터백 교체와 같은 쓸데 없는 오해가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려 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잦은 패스미스와 쌕으로 공격을 원활히 풀어가지 못한 맥냅을 지켜보는 데 한계를 느낀 섀나핸이 그를 벤치시키고 그로스맨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아 보인다. 부정확한 패스에다 중요한 4다운 컨버젼까지 쌕으로 맥없이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벤치시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너도 제대로 못하면 벤치시킨다"는 메시지를 맥냅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맥냅에게 이런 메시지가 필요했을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맥냅도 자존심이 상당히 센 선수라서, 이런 식으로 모욕을 주면 시즌 내내 부진이 계속될 수도 있다. 맥냅이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소속이었을 때 이글스 헤드코치 앤디 리드(Andy Reid)가 맥냅을 벤치시키는 똑같은 실수를 했었는데, '벤치 사건' 이후 맥냅은 기대이하의 시즌을 보냈다. 아무리 수퍼스타 쿼터백이더라도 부진하면 뺄 수도 있는 것이며, 헤드코치가 그러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수에게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몇 년을 서로 함께 한 사이라면 상대의 성격을 잘 아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섀나핸과 맥냅 모두 금년 시즌이 레드스킨스로 옮긴 첫 해다. 둘이 함께 한 게 금년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규시즌을 절반도 마치기 전에 헤드코치가 수퍼스타 주전 쿼터백을 벤치시켰으니 둘 사이의 신임에 금이 간 것처럼 비춰지게 됐다. 실제로 금이 갔을 수도 있다.

레드스킨스가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이글스에서 모셔온 게 바로 도노반 맥냅이다. 그가 워싱턴 D.C에 도착했을 때 현지 방송사들은 헬리콥터까지 띄워가며 맥냅의 도착순간을 실황중계 했었다. 그런데 첫 시즌에 벤치당하는 수모를 당했으니 맥냅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게 분명하다. 내색은 하지 않겠지만, 불쾌하게 생각할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며칠 지나면 모두 잊고 넘어갈 일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맥냅을 벤치시켰다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를 대신해 투입했던 그로스맨이 그라운드에 서자 마자 바로 펌블 리턴 터치다운을 내줬다는 것이다. 헤드코치 섀나핸은 맥냅을 벤치시킨 것 뿐만 아니라 "펌블리턴 터치다운 내주려고 그로스맨을 투입한 것이냐"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데드스킨스'가 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은, 레드스킨스가 다음 주 바이(BYE)위크라는 점이다. 예상치 못했던 순간 쿼터백 교체→펌블리턴 터치다운으로 이어지면서 뒤숭숭해진 팀 분위기를 수습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위크 다음 주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해 보면 다시 우울해 진다.

이런 상황에 레드스킨스의 다음 상대가 하필이면 필라델피아 이글스다.

맥냅은 이글스와의 1차전에서 샤프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어도 W를 챙기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2주 뒤 이글스를 다시 만났을 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예측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맥냅 vs 올드팀 라운드2'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틱한데, 여기에 '벤치사건'까지 추가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되었기 때문이다.

레드스킨스와 맥냅, 헤드코치 섀나핸과 맥냅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4개 :

  1. 후후
    첫번째 영상 혼자 독주를 하네요.
    대체 몇 야드를 뛴건지 대단하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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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96야드를 뛰었습니다. 혼자서 거진 끝에서 끝을 뛴 셈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해놓고 졌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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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단한 킥리턴 터치다운이네요!
    근데 진짜 왜 맥냅을 벤치로 불러들인걸까요.
    어찌됫던간에 기가 팍 꺾인채로 이글스랑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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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부상 때문이었다는 둥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오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모습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상황에 몸도 풀리지 않은 그로스맨을 넣었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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