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폴리스 콜츠, 휴스턴 잡고 AFC 남부 1위

NFL에서 달성하기 힘든 것 중 하나는 디비젼 라이벌과의 2 경기 모두를 이기는 것이다. NFL 경기 중에서 승패를 가늠하기 가장 힘든 게 디비젼 라이벌 매치다. 특히 디비젼 1위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 팀들간의 경기는 더더욱 그렇다.

월요일 밤 벌어진 AFC 남부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경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됐다.

디비젼 라이벌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던 휴스턴 텍산스는 2010년 시즌 오프너에서 콜츠를 홈으로 불러 34대24로 물리치면서 시즌을 시작했다. 2010년 텍산스는 과거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만약 텍산스가 콜츠 홈에서 벌어진 2차전까지 이기면 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콜츠를 상대로 2전 전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즌 전적 5승2패가 되면서 AFC 남부 단독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콜츠 홈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던 휴스턴 텍산스는 2010년 시즌에도 또 같은 장소에서 패했다. 콜츠 타잇엔드 달라스 클라크(Dallas Clark)가 시즌엔딩 부상을 당하는 등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흔들리는 콜츠를 상대로 휴스턴 텍산스는 졸전을 벌였다. 콜츠의 수비도 부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였던 만큼 쿼터백 맷 샵(Matt Schaub), 리씨버 앙드레 존슨(Andre Johnson), 러닝백 에이리언 포스터(Arian Foster) '삼총사'의 폭격이 충분히 가능해 보였으나, 텍산스 오펜스는 전반에만 달랑 3점을 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전반엔 콜츠 오펜스도 헤매긴 마찬가지였다. 시즌엔딩으로 빠진 달라스 클라크의 공백이 큰 듯 콜츠 쿼터백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은 첫 번째 공격기회에서 3-AND-OUT으로 물러났다. 백업 타잇엔드들이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패스를 줄줄이 놓친 덕분이었다.

하지만 콜츠 오펜스의 부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매닝은 바로 다음 공격기회에 4개의 패스를 모두 성공시키며 제이콥 태미(Jacob Tamme)에 터치다운 패스까지 성공시켰다. 제이콥 태미는 첫 번째 드라이브에서 충분히 받을 수 있었던 공을 놓쳤던 선수였다. 그러나 매닝은 이에 아랑곳 않고 또 그를 겨냥했고, 태미도 이번엔 흘리지 않았다.

한편, 텍산스 오펜스는 콜츠 디펜스를 상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샵은 2쿼터가 시작하기 무섭게 콜츠의 코너백 켈빈 헤이든(Kelvin Hayden) 에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을 당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엉뚱한 '리씨버'에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반대방향으로 터치다운을 한 것이다. 헤이든의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으로 스코어는 14대0이 됐다.

여기까지만 보고도 누가 승리할 지 알 수 있었다. 에이리언 포스터의 런게임은 그런대로 풀리는 듯 했지만 경기가 전체적으로 텍산스 쪽으로 풀리지 않는 듯 했기 때문이다. 텍산스도 솔리드한 팀 중 하나이긴 하지만, 원정경기에서 디비젼 라이벌 강팀을 상대로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W를 따낼 정도로 뒷심이 있는 팀은 아직 아니었다.

텍산스는 후반이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닝에게 또 터치다운 패스를 내줬다. 이번엔 매닝의 GO-TO-GUY 레지 웨인(Reggie Wayne)의 차례였다. 스코어는 콜츠 24, 텍산스 3.

후반들어 텍산스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3쿼터엔 맷 샵이 그의 GO-TO-GUY 와이드리씨버 앙드레 존슨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고, 4쿼터엔 러닝백 에이드리언 포스터가 러싱 터치다운을 1개 추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콜츠와의 점수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 4쿼터 초반에 포스터가 러싱 터치다운을 했는 데도 스코어는 27대17, 10점차였다. 콜츠 오펜스는 레지 웨인의 리씨빙 터치다운 이후 추가 터치다운을 하지 않았으나, 그 대신 필드골을 차면서 점수차를 계속 벌려나갔다.

텍산스는 30대17로 뒤진 상황에서 마지막 공격기회를 잡았다. 시간이 2분 미만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터치다운→온사이드킥→또 터치다운을 해야만 역전이 가능한 거진 미션 임파시블 수준의 옵션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WHAT THE HELL, eh?

그러나 텍산스는 온사이드킥을 시도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콜츠의 스피디 패스러셔 드와잇 프리니(Dwight Freeney)의 쌕-펌블-턴오버로 경기가 끝났기 때문이다.

파이널 스코어는 콜츠 30, 텍산스 17.

이번 승리로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는 휴스턴 텍산스를 제치고 AFC 남부 단독 1위에 올랐다. 주요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인해 제 실력을 보여주기 힘들 것 같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도 결국엔 AFC 남부 1위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쿼터백이 팀의 전체라 할 수는 없어도, 역시 페이튼 매닝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나 싶다. 아직 헤드코치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페이튼 매닝을 비롯한 팀 리더들이 제 역할을 하는 팀인 것만은 분명하다.

2010년 시즌은 잘할 것 같았던 팀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별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팀이 예상을 뒤집고 좋은 성적을 내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미드시즌에 접어들면서 1위에 오를 만한 팀들은 서서히 제 위치를 찾아가는 듯 하다. AFC 동부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도 뉴욕 제츠(New York Jets)를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패트리어츠는 32개 팀 중 시즌 전적이 가장 좋은(6승1패) 팀이기도 하다.

역시 강팀들은 이기는 방법을 안다.

아, 물론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는 빼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