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7일 화요일

엘리트 쿼터백 뒤에는 항상 훌륭한 헤드코치가 있었다

지난 90년대에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세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다는 건 NFL 역사에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시 카우보이스 쿼터백은 지금 FOX에서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이었다.

그렇다면 그를 드래프트한 건 누구였을까?

당시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는 현재 FOX 스튜디오 애널리스트로 활동중인 지미 존슨(Jimmy Johnson)이다. 지미 존슨은 칼리지 풋볼 내셔널 챔피언쉽과 NFL 수퍼보울을 모두 우승한 2명의 헤드코치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지미 존슨 뒤를 이어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았던 배리 스윗져다.) 존슨은 비록 NFL에서 성공한 헤드코치로써 오랜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지금도 존경받는 헤드코치 중 하나로 꼽힌다.

지미 존슨이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사령관이었을 당시 카우보이스의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엔 조 깁스(Joe Gibbs)라는 명장이 버티고 있었다. 조 깁스는 8~90년대에 레드스킨스를 모두 세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헤드코치다. 깁스는 세 번의 수퍼보울 모두 다른 주전 쿼터백으로 우승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 첫 번째 수퍼보울 트로피를 안긴 레드스킨스 쿼터백은 조 다이스맨(Joe Theismann)이었다. 다이스맨은 NFL 데뷔시엔 그리 섹시한 플레이어가 아니었으나, 70년대말 조 깁스의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입단하면서 프로보울 쿼터백으로 성장했다. 조 다이스맨은 1985년 시즌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의 라인배커 로렌스 테일러(Lawrence Taylor)의 태클로 양쪽 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은퇴했으며, 다이스맨의 부상 장면은 2009년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에 등장하기도 했다.

뉴욕 자이언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당시 자이언츠에도 명장이 버티고 있었다. 8~90년대에 뉴욕 자이언츠를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 빌 파셀스(Bill Parcells)가 바로 그다. 빌 파셀스의 뉴욕 자이언츠의 수퍼보울 챔피언 쿼터백은 지금 CBS에서 중계방송을 하는 필 심스(Phil Simms)다. 파셀스는 90년대초 뉴욕 자이언츠를 떠나 최하위권에 머물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헤드코치가 되어 또 하나의 스타 쿼터백을 발굴했다. 바로 드류 블레소(Drew Bledsoe)다. 파셀스와 드류 블레스의 90년대 패트리어츠는 1996년 시즌 수퍼보울까지 올라갔으나 브렛 파브(Brett Favre)의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에 패했다. 빌 파셀스는 2000년대에 들어선 지금 달라스 카우보이스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을 발굴해냈다. 만년 후보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무명의 토니 로모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여러 베테랑 쿼터백들과 함께 하면서 경험을 쌓도록 했던 게 바로 파셀스다.

브렛 파브가 그린 베이 패커스에서 수퍼보울 우승을 맛봤을 때엔 마이크 홈그렌(Mike Holmgren)이라는 훌륭한 헤드코치가 있었고, 조 몬타나(Joe Montana)가 지난 80년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를 네 차례 수퍼보울 챔프로 이끌었을 당시엔 작고한 빌 왈시(Bill Walsh)가 있었다. 70년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를 네 차례 수퍼보울 챔프로 이끈 쿼터백 테리 브래드샤(Terry Bradshaw)도 척 놀(Chuck Noll)이라는 훌륭한 헤드코치의 지도를 받았고,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의 스타 쿼터백 댄 마리노(Dan Marino)는 돈 슐라(Don Shula), 버팔로 빌스의 쿼터백 짐 켈리(Jim Kelly)는 마브 리비(Marv Levy)가 있었다.

2002년 시즌부터 2009년까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를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려놓고, 2006년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엘리트 쿼터백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뒤에도 훌륭한 헤드코치가 있었다. 현재 NBC에서 스튜디오 애널리스트로 활동중인 토니 던지(Tony Dungy)가 바로 그다. 페이튼 매닝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Tom Brady)와 함께 NFL 탑2 쿼터백으로 불리는 엘리트 중 엘리트 쿼터백이다.

그런데 페이튼 매닝의 2010년 인디아나폴리스 콜츠가 잘못하다간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2009년 시즌엔 14승2패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수퍼보울까지 올랐다가 뉴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에 졌는데, 2010년 시즌엔 수퍼보울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투명한 상태다.

2010년은 토니 던지가 콜츠를 떠난 지 2년째가 되는 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토니 로모도 비슷한 상황이다. 2010년 토니 로모는 콜라본 골절상으로 사이드라인 신세가 되기 전까지 1승6패의 루징 쿼터백이었다. 2010년 카우보이스는 헤드코치가 시즌 도중에 교체되고, 로모의 부상으로 주전 쿼터백까지 바뀐 이후에 3승을 추가해 이제서야 겨우 4승8패를 기록중이다.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만약 파셀스가 지금까지 계속해서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고 있다면 수퍼보울 우승을 벌써 맛보지 않았을까? 'WHAT IF 놀이'처럼 실없는 짓도 없지만, 시즌 도중 헤드코치가 교체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만약 파셀스가 계속 남아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콜츠도 마찬가지다. 만약 던지가 지금도 계속 콜츠 헤드코치인데도 2010년 콜츠가 6승6패로 내려앉았을까?

물론 중요한 오펜시브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드러누운 바람에 콜츠의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변명을 댈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매닝이 두 경기 연속으로 4개의 인터셉션을 기록했다는 건 조금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 경기에 4개의 인터셉션을 기록하는 것도 NFL 엘리트 쿼터백중에선 보기 드문 일인데, 매닝은 한 번도 아니고 2주 연속으로 그런 경기를 가졌다.

물론 수퍼보울에서 패한 팀이 이듬해 시즌에 죽을 쑤는 경우가 잦았으므로, 페이튼 매닝과 2010년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도 여기에 걸린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디아나폴리스 콜츠가 세 경기 연속으로 패하고, 그 사이에 매닝이 무려 11개의 인터셉션을 기록했다는 건 쉽게 믿기지 않는다. 만약 던지가 헤드코치로 있는 데도 매닝이 저렇게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겠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물론 'WHAT IF 놀이'는 루저들이 즐겨 하는 부질없는 궁시렁일 뿐이다. 하지만 콜츠의 가장 큰 문제가 헤드코치에 있는 건 아닌 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헤드코치 교체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하는 건 아닌 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댓글 4개 :

  1. 역시 엘리트 쿼터백에 엘리트 헤드코치가 중요하군요...
    헤드코치 선택도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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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스터만 빵빵하면 헤드코치는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제 생각엔 그들이 틀린 것 같습니다.
    스타들이 넘쳐도 올바른 지도를 받지 못하면 오합지졸일 뿐이라고 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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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팀에 있어서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가 생각나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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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예전엔 '블라인드 사이드' 하면 마이클 오어가 제일 먼저 생각났는데요,
    요샌 샌드라 블럭 남편의 외도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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