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4일 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막판에 무너지는 습관 고쳐야 한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홈에서 또 졌다. 2010년 시즌 들어 지금까지 홈에서 달랑 한 경기를 이긴 게 전부인 팀인 만큼 이번에도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를 홈에서 꺾기 힘들 것으로 보였는데,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풋볼팬들은 카우보이스가 이길 수 없는 경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디비젼 라이벌 매치에선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지만, 거의 유일한 플레이메이커였던 카우보이스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까지 빠진 상태에서 카우보이스가 이글스를 격추시키기 힘들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카우보이스는 생각보다 선전했다. 이글스는 최근 들어 매번 하던대로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먼저 득점하는 데 성공했지만, 카우보이스도 이에 질세라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질 땐 지더라도 쉽게 지진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글스도 카우보이스가 잃을 게 없는 팀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눈치였다. 도박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플레이하다간 잘못하면 막 나가는 카우보이스에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이글스 헤드코치 앤디 리드(Andy Reid)도 잘 알고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카우보이스가 어떻게 나오느냐 였는데, 바로 동점 터치다운을 하는 것을 보니 카우보이스도 한 번 해보자는 듯 했다.

이렇게 되면 경기가 재미있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들이 카우보이스의 덜미를 잡았다. 스페셜팀에서 삐끗하면 바로 오펜스가 휘청이고, 이어 디펜스의 실점으로 이어지는 2010년 카우보이스의 레파토리가 재현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디펜스에 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그리고 뉴욕 제츠(New York Jets)와 같은 수비가 강한 팀들은 오펜스가 슬럼프에 빠지면 디펜스 혼자서 경기를 이긴다. 레이븐스는 막강 수비를 앞세워 수퍼보울 챔피언에도 오른 바 있다. 그러나 달라스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저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가 안 풀리면 디펜스가 먼저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카우보이스가 수비에 약한 팀이었던 것도 아니다. 해고된 전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가 수비 전문 코치였고, 그가 디펜시브 코디네이터까지 직접 맡았었다. 뿐만 아니라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작년 시즌엔 NFL 탑5에 드는 엘리트 유닛이었다. 카우보이스 디펜스도 만만치 않은 유닛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엔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간에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1년 사이에 아주 웃겨진 것은 사실이다.

필립스가 해고된 이후 카우보이스 디펜스도 조금씩 제 정신을 찾는 듯 했다. 태클도 이전보다 더 강해지는 등 전체적으로 어그레시브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막판에 맥없이 무너지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막판에 수비가 무너지면서 리드를 날려 역전패를 당하거나 그렇게 될 뻔 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글스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또 마지막에 무너져내렸다.

지난 추수감사절에 열렸던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와의 경기에서 카우보이스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세인츠에 역전 터치다운을 내주고 드러누웠다.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디펜스가 어이없이 뚫리며 드러누웠던 것이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와의 경기에서도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또 콜츠에 막판 터치다운을 허용하며 오버타임까지 갔다. 결국 오버타임에서 이기긴 했지만, 카우보이스에겐 승패가 무의미한 상태이므로 'W'를 챙겼다는 사실보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수비가 또 무너졌다는 점이 더욱 기억에 남았다.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이 버릇이 또 나왔다. 20대20 동점 상황에 이글스 와이드리씨버 드샨 잭슨(DeShawn Jackson)에 91야드 터치다운을 내준 것이다. 그렇다. 카우보이스 디펜스의 4쿼터 무너지기 버릇이 또 나온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점을 내준 카우보이스는 30대20으로 뒤처졌으나,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터치다운을 하면서 30대27, 3점차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끝내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글스 오펜스를 막고 공격권을 빼앗아왔더라면 카우보이스는 역전 또는 적어도 동점 필드골을 시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이번엔 이글스의 러싱 공격에 맥없이 뚫리기 시작했다. 타임아웃 3개가 모두 남아있었으므로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이글스의 공격을 제대로 막고 공격권을 빼앗아왔더라면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시간 걱정을 하지 않고 동점 또는 역전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이글스 러싱어택에 무기력하게 뚫렸다.



빌 파셀스(Bill Parcells)가 카우보이스 헤드코치였을 때엔 이렇지 않았다. 그 때엔 정 반대로 4쿼터에 강한 팀이었다. 마지막에 저렇게 맥없이 무너지는 팀이 아니었다. 만약 그가 지금까지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았더라면 지금처럼 디펜스가 경기 후반에 맥없이 뚫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지금 프리시즌과 다름없는 의미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오프가 걸려있는 상황에 디펜스가 저런다면 걱정이 크겠지만, 지금은 이기든 지든 아무 상관이 없으니 차근차근히 내년 시즌 준비나 하면 된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이렇게 된건 제이슨 개렛의 책임이 아니다. 카우보이스의 정신력을 해이하게 만든 건 전임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의 책임이며, 개렛은 설겆이를 하는 게 전부다. 제이슨 개렛으로 헤드코치가 교체된 이후 그나마 나아진 게 이 정도다. 만족스럽든 어떠하든 간에 개렛은 현재까지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오, 잠깐!

드디어 제이슨 개렛을 2011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로 인정하기 시작한 거냐고?

아직은 아니다. 개렛이 잘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일부 달라스 지역언론들은 "제이슨 개렛은 제 2의 숀 페이튼(Sean Payton)"이라면서, 개렛에게 헤드코칭 기회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혹시 개렛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개렛이 카우보이스 유니폼을 입고 패스를 던지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찌 그를 싫어할 수 있겠는지 생각해보라. 마치 친형제처럼 친밀감이 느껴지는 친구다.



나는 개렛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제리 존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존스의 입장에서 볼 때엔 개렛이 마치 그의 친아들처럼 느껴질 테니까. 요즘엔 프리 에이전시 등등으로 인해 과거처럼 패밀리 분위기가 나는 팀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개렛을 볼 때마다 '그는 카우보이스 패밀리'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만약 그가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아 '제 2의 숀 페이튼', 다시 말하자면 카우보이스를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끈다면 이보다 멋진 씨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가 당장 내년부터 그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이다.

준비가 되었다 하더라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카우보이스의 문제점들을 생각하면 갈 길이 막막할 것이다.

댓글 4개 :

  1. 생각외로 굉장히 이글스도 뭔가 안 풀렸던 경기네요.
    마이클 빅도 엄청나게 견제당하고,
    디펜스가도 영..턴오버 머신 아샨테 세뮤얼도 부상이고..
    달라스는 킷나도 잘 해주고, 타이트엔드 위튼은 굉장히 탐이 나는 선수더라구요.

    어떻게든 이겼다, 라는 느낌입니다 ㅎㅎ;

    드션 잭슨의 저 91야드 터치다운 말인데요.
    저게 원래 파울이 되는 행동이었나요?
    유쾌하게 봤는데..
    만약 라인을 통과해서 세러모니성이었다면
    파울이 되지 않았을까요?;;

    드션 잭슨이 원래 좀 깝죽대는 선수(..)이라
    앞으로도 저럴까 싶어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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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FL 룰이 터치다운 자축할 때 무조건 서서 하게끔 되어있거든요.
    기도(?)할 때 무릎을 꿇는 것만 허락하지 앉거나 누워선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 제약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코믹하지만, 룰이 그러니 어쩔 수 없죠.
    제 생각엔 드션 잭슨이 뒤로 넘어진 걸 지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골라인을 넘을 때는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거든요.
    그러므로 우아하게(?) 뒤로 다이빙을 했다고 파울이 될 순 없습니다.
    일단 터치다운을 하고 나서 뒹굴렀다면 파울이지만, 저건 파울이 아니었습니다.
    쎌러브레이션 파울이 아니라면 'Taunting'으로 볼 수는 있겠죠.
    그저 혼자 다이빙하는 것과 상대팀 선수를 바라보며 뒤로 다이빙하는 건 또 다르므로...
    NFL 'Taunting' 룰도 좀 웃긴 게 많습니다.
    아무튼 주심이 봤을 때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 저 정도는 내버려둬야겠죠.
    저런 것도 다 경기의 일부인데...

    제이슨 위튼은 물건입니다. NFL 탑3 타잇엔드에 들 겁니다.
    토니 곤잘레스, 안토니오 게이츠 클래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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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리모니 룰이 좀 그렇다는 것도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별 걸 다 규정하고 있다는 좀 우스운 생각도 들구요.
    어쨌든 오공님의 팀인 카우보이스가 져서 속상하네요.
    ㅠㅠ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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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너무 지나친 경우도 간혹 있지만 어지간한 건 내버려둬야 재미있는데 너무 단속하는 것 같습니다.
    풋볼이 매우 피지컬한 게임이므로 이해도 가지만 그래도 좀 너무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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