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일 토요일

'본드23'에 빠져선 안 될 것

2011년 새해가 밝았다.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던 게 2008년이었으니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가 된 듯 하지만 스물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본드23(제목미정)'는 2012년 11월 개봉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하려면 아직도 거진 2년이나 남은 것이다.

'본드23'가 2012년 11월이 돼야 개봉한다니 아직도 한참 멀게 느껴지긴 하지만 세월은 참 빠르게 흐른다. 눈 감았다 뜬 게 전부인 것 같은데 벌써 2012년 11월이 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2011년 11월11일 '본드23'가 개봉하지 않는다는 건 아쉽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007 시리즈 50주년에 맞춰 2012년말에 개봉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50주년 기념작 없이 시리즈 50주년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단 현재로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본드23'는 2010년초 제작이 중단되었다가 MGM 사태 해결과 함께 제작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본드23'는 어떤 영화가 될까? 또, 어떻게 만들어야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렇다면 '본드23'에 빠져선 안 될 것들이 무엇인지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건배럴 씬

건배럴 씬을 원위치시켜야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차이점은 007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오프닝 건배럴 씬의 위치를 바꿨다는 것이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선 건배럴 씬을 주제곡이 흐르는 메인 타이틀 씬과 연결시켰고,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선 황당하게도 건배럴 씬을 영화의 맨 마지막에 넣었다. 제 1탄 '닥터노(Dr. No)'부터 20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까지 영화의 오프닝으로 사용되었던 건배럴 씬을 맨 마지막으로 옮겼던 것이다.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건배럴 씬의 위치를 바꾼 이유가 무엇이었는 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쓸데 없는 짓이었다는 점엔 차이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젠 이런 유치한 장난은 그만할 때다. '본드23'에선 예전에 했던 대로 건배럴 씬을 원위치시켜주기 바란다.

◆Q와 머니페니

007 시리즈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캐릭터 중 Q와 머니페니(Miss Moneypenny)가 있다. Q는 제임스 본드에 특수무기, 가젯 등을 제공하는 캐릭터이고, 머니페니는 정보부 HQ에 근무하는 여비서다.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부터 이들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Q는 영화를 지나치게 코믹북 스타일로 만드는 캐릭터라서 나름 리얼한 스타일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터무니 없어 보이는 가젯들을 없애고 제법 그럴 듯 해 보이는 것을 들고 나온다면 크레이그의 영화에서도 별 탈 없을 듯 하다.

머니페니는 1탄부터 20탄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007 시리즈에 등장했던 캐릭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부터 시리즈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는 건배럴 씬 위치를 바꿔 팬들을 약올렸던 것과 마찬가지 수작이 아닌가 싶다. 그녀도 이제 돌아올 때가 됐다.

Q와 머니페니가 돌아오면 유머가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유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자주 받곤 하는데, 제임스 본드, M, Q, 머니페니가 오피스에서 서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도록 하면 삭막한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본드카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투명 자동차로 살짝 오버를 했던 007 제작진은 그 이후론 총알 한 방 안 나가는 평범한 본드카를 연달아 등장시켰다.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사용된 본드카는 특수한 장치들이 없는 평범한 아스톤 마틴 DBS였다. 그 대신 제작진은 DBS가 크게 파손되는 격렬한 카 체이스 씬을 넣었다. 약간 터무니 없어 보이는 가젯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사실적인 자동차 액션 씬을 원했던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30만불짜리 럭져리 스포츠카가 박살이 나는 카 체이스 씬도 그리 사실적으로 보이지도, 위기감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무기만 없다는 게 전부였을 뿐 끝까지 몸으로 버틸 수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아슬아슬한 카 체이스 씬엔 고급 스포츠카보다는 약간 허르스름한 자동차가 나와야 스릴이 배가되는데, 아스톤 마틴 DBS는 긁히고 찌그러지고 문짝이 떨어져도 여전히 새것 같고 단단해 보였다.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카 체이스 씬에 사용되었던 자동차가 노란색 시트로엥(Citroen)이 아니라 로터스 터보(Lotus Turbo)였더라면 007 시리즈 역대 가장 스릴넘치는 카 체이스 씬 중 하나로 꼽힐 수 있었겠는지 생각해 보면 무슨 얘기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본드23'에도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는 씬이 많은 격렬한 카 체이스 씬이 또 나온다면 이번엔 아스톤 마틴과 같은 번쩍거리는 고급 스포츠카가 아닌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팍삭 주저앉을 것 같은 허르스름한 자동차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만약 고급 스포츠카를 자동차 액션 씬에 사용하고 싶다면,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의 빨간색 포드 머스탱(Mustang)처럼 스크래치 하나 없이 추격자들을 따돌리는 추격 씬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것도 아니라면 약간의 무기를 달아주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잘못하다간 우스꽝스러운 가젯 천지의 과거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지만, 머신건과 미사일 정도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등장시켜도 별 탈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진지해 보이던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도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에서 미사일 발사가 가능한 아스톤 마틴 볼란테(Volante)를 태연스럽게 몬 바도 있다. 무기들이 너무 다양하고 지나치게 터무니 없어 보이면 곤란하겠지만, 간단한 두 서너가지 정도의 무기를 갖춘 본드카는 크레이그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게다가 '본드23'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므로 너무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무장한 본드카가 나오더라도 크게 실망할 사람들은 없을 듯 하다.

◆멋진 로케이션

최근 들어 007 시리즈가 소홀히 하는 것 중 하나가 로케이션이다. 예전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관광명소들만 골라서 보여줬지만 요새는 다르다. 배경그림이 예전 만큼 좋지 않다.

제작진은 007 시리즈가 이미 어지간한 세계 명소는 두루 방문한 데다, 최근엔 해외관광객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관광명소를 찾아다녀야 할 메릿이 없어진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치가 좋지 않은 데서 찍을 이유는 없다.

007 제작진은 관광명소 대신 일반인들이 방문하기 힘든 곳들에 매력을 느끼는 듯 하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을 보여주며 흥미를 끌어보겠다는 것 같다. 하지만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본드걸과 아름다운 경치라는 것을 제작진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의 분위기가 아무리 어둡고 우중충해도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카메라에 담아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너무 어둡고 경직된 듯 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007 시리즈도 아름다운 경치를 이용해 분위기를 바꿔보는 게 어떨까 싶다.

그렇다면 어떠한 곳이 좋을까?

아열대 해변가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으니 이번엔 멋진 설경이 좋을 것 같다. 설경도 그저 눈덮힌 산 정도가 아니라 대형 스키 리조트가 위치한 관광지가 더 좋을 것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멋진 스키 리조트를 옆에 낀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지면('For Your Eyes Only' anyone?) '본드23'가 개봉하는 2012년 겨울철 홀리데이 시즌과도 매치가 되는 등 여러모로 멋질 것 같다. 개인적으론 산보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007 시리즈에선 이젠 바다보단 산을 보고 싶다. 그것도 눈 덮인 산으로...

자 그럼 다음 기회엔 '본드23'에 빠져야 할 것들을 훑어보기로 합시다.

댓글 4개 :

  1. 뷰 발행은 안 하셨어요?
    007 무쟈게 좋아하시는 오공님 ㅎㅎㅎ
    Happy New Year~~~
    내년에 뵙자 하시고, 바로 2011이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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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와 더불어 차기 본드작에서는 제대로 된 주제곡도 좀 들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2011년이 밝았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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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 포스팅이 시간이 되면 자동등록이 되도록 해놨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뷰 발행이 좀 늦어졌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금세 내년이 됐군요...ㅋㅋ
    세월 참 빠르다니까요...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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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맞습니다. 주제곡도 좀 나아져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근데 도대체 누가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에 나온 더피의 최신앨범을 들어보니 이 친구도 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듀란 듀란 새앨범도 들어봤는데, 이들도 좀 아닌 것 같구요...^^
    하지만 주제곡 부를 가수를 정하는 게 제일 마지막 작업이니 시간은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CJ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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