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6일 일요일

골든 글로브 남녀 연기상은 임자를 찾아갔는데 작품상은...

골든 글로브 어워즈(Golden Globe Awards)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투어리스트(The Tourist)'의 쟈니 뎁(Johnny Depp)과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각각 연기상 후보에 오른 사건(?)이다. 이유야 물론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심했다는 평을 들으며 웃음거리가 되었으니까. 시상식 진행을 맡은 리키 저베이스(Ricky Gervais)까지 한마디 하고 넘어갔을 정도다.

왠지 우스꽝스러운 시상식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골든 글로브 어워즈는 헐리우드 포린 프레스 어소시에이션(The 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이 주관하는 전통깊은 헐리우드 시상식 중 하나다.

자, 그렇다면 2011년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은 누가 받았을까?

예상했던 대로 였다.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은 '킹 스피치(The King's Speech)'의 콜린 퍼스(Colin Firth)에게 돌아갔다. 콜린 퍼스는 앞으로 열릴 영국 아카데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우다.


여우 주연상도 예상대로 였다.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은 싸이고 스릴러 '블랙 스완(Black Swan)'에서 패러노이아에 시달리는 여자 발레리나, 니나를 연기한 나탈리 포트맨(Natalie Porman)에 돌아갔다. 영화감독 대런 애러너프스키(Darren Aronofsky)는'레슬러(The Wrestler)'로 미키 루크(Mickey Rourke)에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안기더니, 이번엔 '블랙 스완'으로 포트맨에 여우 주연상을 안겼다.


포트맨의 수상소감도 재미있었다. 특히 '블랙 스완'에 함께 출연했던 그녀의 약혼남을 소개하는 파트가 최고였다.

포트맨의 약혼남이 '블랙 스완'에 언제 나오냐고?

영화에서 발레 감독, 토마스(빈센트 캐슬)가 연습 도중에 왕자 역을 맡은 남자 발레리나에게 니나(나탈리 포트맨)를 가리키며 "Do you wanna fuck this girl?"이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블랙 스완을 제대로 연기하려면 요염함이 필요한데 니나에게서는 그것을 찾아볼 수 없다며 토마스가 불만을 드러내는 씬이다. 토마스의 질문에 남자 발레리나는 '관심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그 남자 발레리나가 나탈리 포트맨의 약혼남이다. 포트맨은 현재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

포트맨은 "영화에선 나랑 자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그는 나와 함께 자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면서 약혼자, 벤자민을 소개했다.


남우조연상은 '파이터(The Fighter)'의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이 받았다.

'킹 스피치'의 제프리 러시(Geoffrey Rush)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지만, '파이터'의 크리스찬 베일도 조연상을 충분히 받을 만 했다.

그런데, 크리스찬 베일의 헤어스타일은 '배트맨'이 아니라 '배추맨'이더라.


'배트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배트맨이 스파이더맨으로부터 축하를 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소셜 네트웍(The Social Network)'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가 상을 받은 크리스찬 베일을 축하해준 것.

그런데 이게 왜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만남이냐고?

크리스찬 베일은 워너 브러더스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브루스 웨인으로 출연 중이고, 앤드류 가필드는 소니 픽쳐스의 새로운 스파이더맨 영화에서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을 맡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우조연상은 '파이터'의 멜리사 리오(Melissa Leo)가 받았다. 리오는 '파이터'에서 미키-디키 워드 형제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그렇다면 작품상은 누가 받았을까?

소니 픽쳐스의 '소셜 네트웍(The Social Network)'이 받았다.

아니, 페이스북 영화가 작품상을?!

'소셜 네트웍'이 후보에 오를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실제로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봤는데 조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투어리스트'의 쟈니 뎁과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판인데 무엇인들 불가능하겠냐는 생각에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였다.



'소셜 네트웍'은 작품, 감독, 음악, 각본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감독상은 '킹 스피치'의 톰 후퍼(Tom Hooper)나 '블랙 스완'의 대런 애러너프스키에 가는 게 타당해 보였으나, '소셜 네트웍'의 데이빗 핀쳐(David Fincher)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트루 그릿(True Grit)'의 코엔(Coen) 형제는 아예 노미네이트되지도 않았다.

음악은 그렇다 쳐도, '소셜 네트웍'이 각본상 까지 받았다는 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작품, 감독상은 몰라도 각본상은 '인셉션(Inception)'의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 더 받을 만 했던 것 같았다. 적어도 '소셜 네트웍'보다는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2011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연기상은 임자를 찾아간 듯 했지만 나머지는 약간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곧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골든 글로브에서 상을 받았다고 아카데미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적이 많아서다. 아무래도 남녀 주연상은 아카데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나머지 부문에선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카데미에선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 기다려보기로 하자. 제 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27일 열린다.

댓글 4개 :

  1. 올해 나올 캐리비안 해적4를 기대해 보겠습니다..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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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캐리비언 해적4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쟈니 뎁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3D 애니메이션 랭고(Rango)가 먼저 개봉하는군요.
    근데 재미가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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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크리스찬 베일 깔끔한 스타일이 좋던데,
    저 모습은 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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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배트맨이 아니라 배추맨이더라니까요...ㅋㅋ
    산에서 바로 내려온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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