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4일 월요일

금년엔 누가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릴까?

NFC와 AFC 챔피언이 결정됐다.

NFC는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를 꺾은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 AFC는 뉴욕 제츠(New York Jets)를 꺾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가 각각 컨퍼런스 챔피언에 올랐다.

NFL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 관계인 NFC 북부 디비젼 라이벌 그린 베이 패커스와 시카고 베어스, 막강 수비로 명성이 자자한 뉴욕 제츠와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각각 컨퍼런스 챔피언쉽에서 격돌하게 되었던 만큼 두 경기 모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가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둘 다 일방적인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린 베이 패커스는 경기 초반부터 14대0으로 앞서더니 리드를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고 21대14로 시카고 베어스를 눌렀다. 파이널 스코어만 놓고 보면 달랑 7점차, 즉 터치다운 1개 차이로 이긴 게 전부이니 '패커스의 일방적인 승리'라고 하기엔 힘들어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패커스가 조금만 더 정신을 집중하고 제대로 경기를 펼쳤더라면 큰 점수차로 이길 뻔 했던 경기였다.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부터 약간 수상했다. 로저스는 경기 초반엔 매우 샤프한 모습을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사가 하나 둘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2개의 인터셉션을 기록했다. 첫 번째 것은 와이드리씨버 도널드 드라이버(Donald Driver)에도 책임이 약간 있는 만큼 전적으로 로저스의 실책이라 할 수 없었지만, 두 번째 것은 전적으로 로저스의 실책이었다. 만약 패커스가 이러한 실수를, 특히 턴오버를 하지 않았더라면 17점차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애런 로저스도 자신이 완벽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했으며, 시카고 베어스 오펜스를 상대로 3개의 인터셉션을 기록한 패커스 디펜스에게 공을 돌렸다.

또, 애런 로저스는 수퍼보울에 오르게 된 소감을 밝히며 도널드 드라이버(Donald Driver), 찰스 우드슨(Charles Woodson) 등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노장 선수들이 수퍼보울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NFC 챔피언이 되어 수퍼보울에 오른 게 로저스에게도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자기 자신의 기쁨보다 노장/선배 선수들을 챙기는 걸 잊지 않은 것이다.

역시 애런 로저스는 클래스가 있는 선수였다.

아래 이미지는 경기가 끝난 뒤 NFC 챔피언 모자를 쓰고 인터뷰를 하는 애런 로저스(위)와 시카고 베어스 3군 쿼터백 케일립 헤이니(Caleb Hanie)의 패스를 인터셉트해 리턴 터치다운을 하는 패커스 디펜시브 라인맨 B.J. 라지(Raji)의 모습.




뉴욕 제츠와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격돌한 AFC 챔피언쉽도 마찬가지였다. 피츠버그에서 벌어진 이 경기에선 스틸러스가 전반에 24대0으로 앞서면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뉴욕 제츠 디펜스는 경기 초반부터 스틸러스의 러싱 공격에 맥없이 뚫렸다. 맥이 빠진 건 뉴욕 제츠 오펜스도 마찬가지였다. 제츠 오펜스는 전반에 한 게 거의 없다시피 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막강한 디펜스에 막힌 제츠 오펜스는 전반을 24대3으로 마친 뒤 후반에 들어 16점을 내며 따라붙었으나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스틸러스는 전반에 낸 24점 이후 추가 득점을 하지 못했으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파이널 스코어는 뉴욕 제츠 19, 피츠버그 스틸러스 24.

이렇게 해서 뉴욕 제츠는 2년 연속으로 AFC 챔피언쉽에서 고배를 마시며 'AFC 동부의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가 되어갔고,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2000년대에 들어 세 번째로 수퍼보울에 진출하게 됐다. 스틸러스는 2005년, 2008년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스틸러스가 수퍼보울 챔피언에 오른다면 스틸러스 주전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Ben Roethlisberger)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와 함께 2000년대에 들어 수퍼보울 우승을 세 번 달성한 쿼터백이 된다.

그렇다. 벤 로슬리스버거(이하 '빅 벤')도 2000년대 들어 수버보울 우승을 두 번씩이나 한 '물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브래디,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등 '엘리트 쿼터백' 그룹에 들지 못하고 있지만 절대로 우습게 봐선 안 될 친구다.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2000년대에 와서 다시 수퍼보울 우승 팀이 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빅 벤 때문이다.

70년대에 네 차례 수퍼보울 우승을 했던 스틸러스는 그 이후 수퍼보울과 인연이 없는 듯 했다. 헤드코치 빌 카우어(Bill Cowher)가 이끈 1995년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수퍼보울에 오른 적이 있었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에 무릎을 꿇은 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스틸러스가 빅 벤을 드래프트한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스틸러스는 전통적으로 강수비에 파워 러닝공격으로 유명한 팀이었지 패싱 팀은 아니었다. 쿼터백과 패싱공격으로 소문난 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빅 벤이 온 이후로 이 모든 게 바뀌었다. 만만치 않은 화력을 자랑하는 패싱 팀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렇다고 디펜스와 러싱공격이 예전만 못한 것도 아니었다. 패싱-러싱 오펜스와 디펜스 모두 흠잡을 데가 없는 매우 솔리드한 팀이 완성된 것이다. 그 결과는 수퍼보울 트로피 였다. 빅 벤과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2000년대에 들어 두 개의 수퍼보울 트로피를 가져갔다.

그리고 2주 뒤 세 번째, 팀 통산 일곱 번째 트로피에 도전한다.

아래 이미지는 AFC 챔피언 모자를 쓰고 인터뷰를 하는 빅 벤(위)과 뉴욕 제츠 쿼터백 마크 산체스(Mark Sanchez)를 덮쳐 공을 놓치게 만드는 스틸러스 코너백 아이크 테일러(Ike Taylor)의 모습(아래).




컨퍼런스 챔피언에 오른 그린 베이 패커스와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2월6일 텍사스 주의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에서 격돌한다.

자, 그렇다면 금년엔 누가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릴까?

피츠버그 스틸러스? 아니면 그린 베이 패커스?

라스베가스는 그린 베이 패커스의 우세를 점쳤다. 라스베가스 라인은 패커스가 2 1/2 페이버릿이다.

라스베가스 라인이 아니더라도 2010년 그린 베이 패커스가 2010년 피츠버그 스틸러스보다 더 나은 팀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린 베이 패커스의 '달라스 징크스'다. 이번 수퍼보울이 하필이면 달라스에서 열리는데, 패커스는 달라스 홈에서 벌어진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의 경기에서 매번 10점차 이상으로 패한 가슴아픈 기억이 있다. 달라스에서 경기를 가졌다 하면 무조건 10점차 이상으로 패했던 것이다.

다만, 이번에 수퍼보울이 열리는 장소가 그린 베이 패커스를 울렸던 텍사스 스테디움이 아닌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이라는 차이가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이라는 점은 같아도 '건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린 베이 패커스는 아직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새 홈구장인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경기를 가진 적이 없다. 이번 수퍼보울이 처음이다.

게다가 이번엔 상대도 달라스 카우보이스(홈팀)가 아닌 피츠버그 스틸러스다.

뿐만 아니라 이번엔 NFC 팀이 홈팀이 될 차례라서 그린 베이 패커스가 홈팀이다.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지는 수퍼보울의 홈팀이 그린 베이 패커스라는 것이다.

이 정도 조건이면 그린 베이 패커스가 '달라스 징크스'를 극복할 만 해 보인다.

만약 그린 베이 패커스가 이번에도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10점차 이상으로 진다면 패커스는 달라스 쪽으론 내려올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린 베이 패커스가 NFC에선 처음으로 6번째 최하위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에 수퍼보울에까지 오른 팀이라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건, 2005년 시즌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AFC 6번째 최하위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수퍼보울 우승을 했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번엔 그린 베이 패커스가 우승할 차례일까? 아니면 피츠버그 스틸러스가 통산 일곱 번째 우승을 달성하게 될까?

2월6일이 되면 모든 게 밝혀진다.

댓글 6개 :

  1. 얼마 안 남았군요.
    전 아무나 이겨라는 정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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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뭐 이기는 편 우리편입니다...^^
    그래도 패커스가 이기면 이야깃 거리가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근데 한국분들은 하인스 워드 때문에 일방적으로 스틸러스를 응원하지 않을까 하는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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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역시 오공님 챔피언십 게임 리뷰가 올라왔군요 저도 나름 리뷰라고 올려봤으니 함 놀러와주세요 ^^
    전 팬심으로 스틸러스 우승과 하인즈 워드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캡쳐와 동영상 작업은 직접 하시는건지 궁금하네요..
    전 그런 소스가 없어서 그냥 유튭에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하는 상황이지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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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미지와 동영상 캡쳐는 직접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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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린베이의 저력이 대단하군요.
    와일드카드로 꾸역꾸역 올라간거 보면, 행운이 그린베이 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친구가, 그린베이, 위스컨신에 거주하는데요.
    거기는 지금 난리도 아니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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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얼마 전에 재미있는 TV광고가 하나 있었는데요.
    패커스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린베이는 유령타운이 되는데 차가 한 대 지나가는겁니다.
    그러자 경찰(이었나?)이 하는 말:
    "아마 시카고 베어스 팬일 것..."

    전 패커스 팬은 아니지만 패커스 팬이 NFL 최고의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뭐 그린베이 그 동네는 지금 난리 났을겁니다.
    안 봐도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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