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8일 금요일

눈이 조금만 왔다 하면 난리가 난다

워싱턴 D.C 지역에 눈이 왔다. 작년 이맘 때에 비하면 온 것도 아니지만 금년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무지막지하게 쏟아진 건 아니었지만 전기, 인터넷, 케이블이 끊기고, 신호등이 나가고, 가로수가 부러져 도로에 뒹굴 만큼은 왔다.

전기는 폭설로 인해 끊어졌다가 한참만에 다시 들어왔는데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이 정상화되지 않았다. 이 바람에 인터넷과 케이블 TV로 뉴스를 확인할 수 없어 안테나를 펼쳐놓고 간신히 로컬뉴스를 봤다.

그런데 뉴스를 봤더니 전기 끊어진 것 정도가 전부가 아니었다.

새벽에 내렸던 눈이 오후에 비로 바뀌었다가 딱 퇴근시간에 맞춰 다시 눈으로 돌아가 폭설이 쏟아지면서 길게는 12시간동안 꽉 막힌 도로에 갖혀있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뉴스에 의하면, 폭설이 쏟아지면서 길이 꽉 막히자 운전을 포기하고 자동차를 길거리에 그냥 세워둔 채 떠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나가보니 마치 내버린 것처럼 길옆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들이 여러 대 눈에 띄었다. 특히 복구가 더딘 좁은 길에서 '버려진 차'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렇게 제멋대로 세워놓은 자동차들과 부러진 나뭇가지들 때문에 통행하는 다른 자동차들은 S자 운전을 해야만 했다. 도로 양쪽 옆에 길을 막고 버티고 있는 장애물들을 피해서 운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폭설이 쏟아진 수요일 다음날인 목요일 오후엔 날씨가 푸근했던 덕분에 빙판길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지만 도로 주변에 예상치 못했던 장애물들이 많았다.

사실 이번 눈이 첫 눈은 아니었다. 눈다운 눈이 오지 않았을 뿐 조금씩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왔다. 그래도 이번 겨울엔 폭설은 면하고 넘어가나 했다. 이번엔 삽질다운 삽질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가 했던 것이다. 매년 겨울마다 심각하게 삽질을 해야 할 정도의 눈이 오는 건 아니었으므로 금년엔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랐다. 삽질은 지난 해 겨울에 신나게 했으니 이번엔 좀 편하게 넘어갔으면 했다.

그런데, 웬 걸,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금년에도 변함없이 삽을 들게 되었으니까.


이번에 온 눈은 작은 삽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전선이 끊기고, 신호등이 나가는 등 생각했던 것 보다 피해가 큰 것 같았지만, 눈이 그리 많이 온 것은 아니었다. 나무가 무지하게 많은 동네인 만큼 전선을 지하에 묻었더라면 피해가 적었겠지만, 가로수와 전봇대가 뒤엉켜있는 곳들이 많다 보니 조금만 눈이 와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정전이 되곤 한다.

하와이에선 이렇지 않았다. 하와이에도 허리케인 시즌이 있지만 바람이 좀 분다 싶으면 바로 정전이 되거나 하지 않는다. 하와이에서 10년 살면서 딱 한 번 정전을 겪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에도 원인은 아파트의 퓨즈에 있었지 날씨 탓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미국에서 가장 늙은 북동부와 가장 어린 하와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공평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 북동부가 늙은 동네라 해도 아직까지 전선을 지하에 묻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한다. 사방이 온통 나무 천지인 동네인데 그 정도의 재개발은 일찌감치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해서다.

아마도 이쪽 동네 사람들은 허물고 다시 짓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치장하고 뜯어고치기 좋아하고, 반짝거리는 새것만 좋아하는 촌스러운 사람들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냐고?

물론 불편하다. 다른 건 다 좋아도 불이 안 들어오는 건 참기 힘들다. 불이라도 들어오면 하다 못해 책이라도 읽을 수 있지만, 이것마저 잘 안 될 때는 참 지루하다. 처음 몇 번엔 환장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젠 여기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돼서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불편하고 짜증나긴 해도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평범한 날들과 다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가 아니면 촛불 켜놓고 책을 읽을 일이 있겠수?

아무래도 내가 낮엔 삽질하고, 밤엔 촛불 켜놓고 책을 읽는 '낭만적인 미국 동부 겨울철 관광 패키지'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삽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앞으로 더 삽질을 해야 할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에 스노우 스톰이 또 온단다. 얼마나 더 오려는 지는 모르겠어도 다음 주 초에 또 한바탕 할 모양이다. 이번에 쏟아진 게 5~10인치였다는데 다음 주엔 얼마나 올 지 모르겠다.

실컷 눈 얘기를 했으니, 마지막도 눈과 관련있는 노래를 들으며 끝내자.

Dream Dance Alliance의 새 싱글 'Snowflakes'는 프로그레시브와 하드 트랜스를 결합시킨 듯 한 트랜스 곡이다.


프로그레시브와 하드 트랜스를 결합시켰다고 하니 Talla 2XLC의 'Shine 2010' 싱글에 수록된 Daniel Kandi Proglift 리믹스가 생각난다.

그렇다. 'Proglift'란다.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와 업리프팅(Uplifting) 스타일을 합쳐놓은 리믹스라는 얘기인 듯 하다.

내친 김에 마지막으로 이곡까지 듣기로 하자.



댓글 6개 :

  1.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도 많이 오고, 무쟈게 춥네요.
    오공님이 계신 곳도 마찬가지인 것 같구요. ㅎ

    답글삭제
  2. 여기도 춥긴 했는데 눈은 별로 안 왔거든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겼는데, 결국은 삽을 들게 만들더라구요.
    뭐 즐겨야죠...^^

    답글삭제
  3. 아직 저는 눈때문에 정전된 적은...ㅎㅎ;;
    눈삽 좋네요..!! 지난 주말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삽이 없는 관계로 긴 막대에다가 두꺼운 종이 붙여서 저도 삽질을..ㅋㅋ;

    답글삭제
  4. 전 눈 때문에 몇 번 정전 당했습니다...ㅡㅡ;
    삽은 저도 어지간 하면 안 사려고 했는데,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더라구요...ㅋ

    답글삭제
  5. 의외이긴 하네요....? 눈 때문에 정전된다는게 여긴 그닥 흔한 일이 아니니... 왠지 미국이라면 최신식(?)으로 대처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답글삭제
  6. 저도 날씨 탓에 정전된 건 이 동네 와서 처음 겪어봤습니다.
    좀 문제가 있죠.
    다운타운만 착 벗어나면 온통 나무 천지인데 전봇대들이 서 있으니...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것에 대한 불평, 불만보다 MOTHER NATURE에 인한 일이라며 넘어가더군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