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7일 월요일

"MUST SEE!" 승부를 결정지은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장거리 패스!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는 9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 브라운스(Cleveland Browns) 였다. 브라운스가 연고지를 클리블랜드에서 발티모어로 옮겨 탄생한 팀이 바로 지금의 발티모어 레이븐스다. 발티모어 콜츠(Baltimore Colts)가 인디아나폴리스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NFL 팀이 없었던 발티모어에 새로 생긴 팀이 레이븐스였다.

과거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가 지금의 발티모어 레이븐스라면, 지금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는 누구냐고?

클리블랜드에 브라운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새로 생긴 팀이다. 오리지날 브라운스를 발티모어로 보낸 뒤 새로운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팀이 만들어진 것이다.

재미있는 건,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와 발티모어 레이븐스가 디비젼 라이벌 사이라는 것. 이들 두 팀은 매년마다 두 번씩 맞붙는다.

브라운스와 레이븐스가 속한 AFC 북부엔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도 있다. 스틸러스는 레이븐스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와 치열한 라이벌 관계였고, 브라운스가 레이븐스로 둔갑한 이후엔 레이븐스와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됐다.

그런데 이들 두 팀이 AFC 디비져널 플레이오프에서 마주쳤다. AFC 챔피언쉽 티켓이 걸려있는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매치에서 두 라이벌 팀이 또다시 마주치게 되었던 것이다. 이미 정규시즌에서 두 차례 경기를 가졌는데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오펜스보다 디펜스를 좋아하는 풋볼팬들은 레이븐스와 스틸러스의 매치를 결코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양팀 모두 전통적으로 오펜스보다 디펜스가 강한 팀들이기 때문이다. 스틸러스는 2000년대 들어 쿼터백 벤 로슬리스버거(Ben Roathlisberger)가 온 이후부터 패싱 공격팀으로 바뀌었지, 그 이전까지는 밀어부치기 식 파워러닝과 막강한 수비로 더 유명한 팀이었다. 레이븐스도 마찬가지였다. 레이븐스는 지난 2000년 시즌 막강수비를 앞세워 수퍼보울 우승까지 했다.

그렇다면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점수가 많이 나지 않았겠다고? 막강 수비 전통의 두 팀이 격돌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되지 않았다.

레이븐스와 스틸러스의 경기는 '누가 실수 많이 하나' 매치였다. 전반엔 스틸러스가 연거푸 턴오버를 당하며 21대7로 죽을 쑤더니, 후반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레이븐스가 연거푸 턴오버를 당하며 스틸러스에 점수를 계속 내줬다. 전반에만 터치다운 3개를 했던 레이븐스는 후반 들어 필드골 하나를 달랑 차는 데 그쳤던 반면, 전반에 터치다운 하나를 하는 데 그쳤던 스틸러스는 후반 들어 연달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점수차를 줄여나갔다.

경기는 막판에 접어들었는데, 스코어는 24대24 동점. 왠지 오버타임으로 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빅 벤은 오버타임을 할 생각이 없었다. 경기 종료를 2분 조금 넘게 남겨두고 빅 벤이 장거리 패스를 성공시킨 것이다. 3rd-and-19 상황이었으므로 빅 벤의 스틸러스 오펜스보다 레이븐스 디펜스에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레이븐스 디펜스가 결정적인 순간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발티모어 레이븐스의 후반전 멜트다운은 24대24 동점 상황에 빅 벤에게 장거리 패스를 내주며 무너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빅 벤의 패스가 바로 터치다운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이븐스는 곧이어 스틸러스에 결승 터치다운을 내주고 24대31로 패했다.

자, 그렇다면 승부를 결정지은 빅 벤의 그 패스를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디비젼 라이벌 팀이 디비져널 플레이오프에서 만났기 때문인지 약간 이상한 경기였지만, 그래도 아주 재미있는 경기였다. 물론 지난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 경기 만큼 익사이팅하고 드라마틱한 매치는 아니었지만, 이번엔 재미있는 코메디 같았다. '삽질병'을 서로 옮고 옮기는 두 디비젼 라이벌 팀들을 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이렇게 해서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발티모어 레이븐스를 집에 보내고 AFC 챔피언쉽에 오르게 됐다.

AFC 챔피언쉽을 통과해야 그 다음이 수퍼보울이다.

댓글 3개 :

  1. 입김이 나는 걸 보니, 무지 추워 보이네요.
    겨울에 하다니.. 덜덜덜 ㅎㅎㅎ
    엄청난 정확한 송구 대단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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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로또 1등 당첨 같은 패스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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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좀 추워보이긴 해도 푹푹찌는 여름에 하는 것보단 편하겠죠.
    전 풋볼은 겨울철에 야외에서 입김 퍽퍽 나며 하는 걸 봐야 제맛이 납니다.

    그리고...

    아주 기막힌 타이밍에 멋진 패스가 성공했죠.
    사실상 펀트를 찬다는 심정으로 던졌을 텐데 말입니다.
    만약 저거 실패했더라면 또 다른 얘기가 됐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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