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29일 수요일

'트랜스포머 3', 이제 오토봇을 폐차장으로 보내야 할 때

2011년 들어 지금까지 블록버스터라 불릴 만한 흥행수익을 기록한 영화가 없다. 제법 그럴싸한 타이틀은 있었지만 모두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기대에 못 미쳤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헐리우드가 짭짤한 재미를 봤던 3D 영화도 금년 들어 주춤하는 추세다. 많은 북미 소비자들이 가격만 비쌀 뿐 값어치를 못하는 3D 영화에 흥미를 잃고 일반 2D버전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시리즈 처음으로 3D로 제작한 파라마운트의 틴에이저 SF 영화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Dark of the Moon)'가 개봉했다.

과연 '트랜스포머 3'는 이름값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명색이 '트랜스포머'인 만큼 박스오피스에선 아마도 이름값을 할 것이다.

그러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3탄까지가 한계라는 게 드러났다. 지난 2탄도 많은 비판을 들었지만 '애들 보는 영화가 다 그렇지 않냐'며 이해하고 넘어가려 노력했으나 3탄에선 이해해 주는 데도 한계가 느껴졌다.

제작진은 2탄이 좋지 않은 평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1탄의 포뮬라에 맞춰 구색을 갖춰보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플롯은 최소한의 흥미를 끄는 데도 벅찰 정도로 허술했고, 유머도 하나같이 쥐어짜기식의 썰렁한 것들이 전부였다. 물론 이런 영화에 대단한 완성도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트랜스포머 3'는 마지막 클라이맥스 배틀 씬을 제외하곤 볼 게 거의 없었다.

그렇다. 전편에 비해 스케일이 커진 클라이맥스 파트는 볼 만 했다. 다른 덴 모르겠어도, 시카고를 무대로 벌어지는 배틀 씬은 도중에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문제는 재미가 없는 다른 파트들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 다른 파트는 전부 다 잘라내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만 따로 떼어낸다면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클라이맥스 배틀도 기계(터미네이터?) 또는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ABC의 TV 시리즈 'V'?) 흔해빠진 SF 스토리라인이 전부였다. 수가 부쩍 늘어난 디셉티콘 로봇들이 미국의 대도시(시카고)를 때려부수는 CGI 씬이 사실상 하이라이트였는데, 여전히 화려하고 볼 만하긴 했어도 특별하다고 할 건 없었다. 외계인의 침공으로 대혼란에 빠진 미국의 대도시에서 인간과 외계인 간에 전투가 벌어지는 골백번은 본 듯한 상황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너스로 추가된 게 3D다. '트랜스포머 3'는 시리즈 처음으로 3D와 아이맥스 3D로 개봉했다. 2탄까지는 "CGI를 뺀 다른 건 기대하지 말라"는 영화였는데, 3탄에선 "3D도 있다"로 바뀐 것이다.

'트랜스포머 3'가 3D로?

왠지 3D로 보기에 적합한 영화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가지 잊어선 안 될 게 있다. 3D 영화는 영화를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로 만든다는 점이다. 관객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 재주가 없는 사람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시도하는 게 3D 영화다. 이들은 영화계를 떠나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어뮤즈먼트 파크 쪽으로 업종을 바꿔야 할 사람들이다. 영화의 퀄리티, 완성도보다 3D 테크놀로지로 장난을 치려는 데 몰두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정상적인 영화인으로 보기 어렵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은 그의 세 번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스(The Dark Knight Rises)'를 3D로 제작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비슷비슷한 SF, 수퍼히어로 영화를 만들면서도 3D와 같은 테크놀로지로 장난치려 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승부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 3'는?

가뜩이나 CGI를 제외하면 볼 것 없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3D까지 추가되었다는 건 절대로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영화가 더더욱 시시하고 재미없어질 것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였다. 3D와 아이맥스 3D는 볼 것 없는 영화를 근사하게 포장하는 척 하면서 관객들의 지갑에서 $$$를 더 뽑아내는 흡혈 디셉티콘 역할을 맡았다.

메갠 폭스를 대신해 투입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로지 헌팅튼-화잇리(Rosie Huntington-Whiteley)도 실패 수준에 가까웠다. 그녀가 등장하는 씬 거의 모두가 마치 빅토리아 시크릿 광고처럼 보였을 뿐 영 부자연스럽게 보였다. 물론 제작진이 무슨 이유에서 그녀를 캐스팅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섹스심볼로 부상하면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최대 볼거리 중 하나로 성장한 메갠 폭스(Megan Fox)를 대신할 여배우를 찾아야 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을 택한 건 실수였다. 메갠 폭스를 능가하는 늘씬-쭉빵-섹시들은 널려있다지만 이런 식으로 캐스팅하는 건 곤란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60년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아닌데 섹스 어필만을 보고 메인 여자 캐릭터를 골랐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헌팅튼-화잇리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처음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금세 싫증이 났다. 그녀가 맡은 롤이 무엇인지 빤히 보였고, 그녀의 표정도 왠지 항상 울상인 것처럼 보였다. TV광고나 화보에선 그런 표정이 섹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에선 그리 섹시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금 누가 누구보다 낫다, 못하다를 따지려는 건 아니다. 매겐 폭스도 연기력이 좋은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트랜스포머' 세계에 제법 잘 어울려 보였던 반면 헌팅튼-화잇리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그래도 '트랜스포머' 시리즈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Michael Bay)가 온갖 액션 씬, 비쥬얼 효과 등을 총동원하면서 이번 영화를 시리즈 최고로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 건 사실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이긴 해도 2탄보다 나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3탄을 2탄보다 재미없게 봤다. 2탄까지만 해도 거대한 로봇들이 자동차로 변신하면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게 제법 볼 만 했고, 기억 속에 묻혀있던 과거 여름철 패밀리 영화의 추억들을 되살려주기도 했지만, 3탄에선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트랜스포머' 시리즈 자체에 이제 식상했기 때문인 듯 하다. 처음엔 과거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패밀리 영화 탬플릿에 맞춰 만든 화끈한 CGI 액션 위주의 '트랜스포머'에 제법 호감이 갔지만 이젠 오토봇을 폐차장으로 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지금까지 세 편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메인 롤을 맡았던 샤이아 라버프(Shia LaBeouf)도 3탄을 끝으로 시리즈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버프는 MTV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과 함께라면 어떤 영화든 같이 할 생각이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이젠 떠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에 개봉한 3탄으로 메가트론 트릴로지도 막을 내린 듯 하다. 사실 '트랜스포머' 시리즈 스토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싶지만, 옵티머스 vs 메가트론의 이야기는 이번 3탄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샤이아 라버프까지 떠난다고 했으니 샘의 이야기도 트릴로지로 끝난 셈이다.

그렇다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트릴로지로 막을 내리는 걸까?

그렇게 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젠 틴에이저와 변신 로봇들의 이야기에 조금 질리는 감이 있다. 거대한 로봇들이 나오는 영화는 여전히 쿨할 것 같으면서도 '트랜스포머' 스타일은 이젠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기왕 로롯 영화를 만들 바엔 건담이나 마징가 같은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래도 '트랜스포머'는 돌아올 것 같다. 스토리고 나발이고 다 제쳐두고 돈만 벌어들이면 되는 시리즈를 3탄으로 끝낼 이유가 없어 보인다. 계속 울궈먹을 수 있는 시리즈를 그냥 묻어둘 리 없다. 아마도 곧 새로운 장소, 새로운 얼굴,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한 새로운 '트랜스포머'가 발표되지 않을까...

댓글 6개 :

  1. 저도 트랜스포머3를 보고 난후 정말 화려한 영상말고는 남는게 없더군요. 기대에 못미치는 영화였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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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이클 베이 감독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니,
    폐차장에서도 안 받아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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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nonymous:
    별로 기대를 안했는데요, 이번 영화는 기대했던 것보다도 아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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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즈라더:
    제가 폐차장 주인이면 안 받을 지도...ㅋㅋㅋ
    어떻게 이렇게 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이번엔 참 실망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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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스코어 앨범이나 기대해봐야겠네요
    항상 이어지는 속편들은 이런 식이죠.
    패자의 역습도 완전 꽝이었고, 달의 어둠도.....
    믿을 건 자블론스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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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런데도 트랜스포머 3가 2011년 미국 개봉 첫 날 가장 많은 돈을 번 영화가 됐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본다는 거죠.
    전 스코어는 모르겠고 가수들이 부른 사운드트랙만 들었는데요,
    이번엔 사운드트랙도 전편만 못한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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