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9일 일요일

영화업계의 3D, 아이맥스 사기치기 언제까지 갈까

요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보면 "저게 무슨 3D 영화냐", 또는 "저게 무슨 아이맥스 영화냐"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요새 개봉하는 3D 영화 중에서 3D 영화 다운 영화를 찾아볼 수 없고, 일반 멀티플렉스에 설치된 아이맥스 스크린이 아이맥스 전용관의 것보다 작은 데도 불구하고 바가지 요금을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D 영화 편 수는 늘어나고, 아이맥스 상영관 수도 불어나는 추세다. 3D 영화 다운 영화가 없고, 아이맥스 다운 아이맥스가 아닌 데도 아직도 많은 관객들이 돈을 더 주고 비싼 3D와 아이맥스를 본다는 얘기다. 전혀 가치가 없을 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3D, 또는 아이맥스, 아니면 아이맥스 3D로 봐야 영화를 제대로 본 것 같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

2년 전 미국의 유명한 영화 프로듀서 중 하나인 프랭크 마샬(Frank Marshall)이 "아이맥스는 허위광고"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마샬은 뉴욕에 있는 AMC에서 실제 아이맥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이맥스 상영관을 보고 놀랐다면서(Stunned), "이것(아이맥스)을 위해 돈을 쓰지 말라(Don't spend money for this)"라고 했다.

이어 마샬은 (아이맥스가) 어떻게 이러고도 문제가 안 생기는 지 모르겠다면서, "이것은 허위광고(It's really false advertising)"라고 했다. 한마디로 말해 '사기'라는 것이다.


프랭크 마샬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 등 헐리우드의 여러 히트작들을 제작한 프로듀서다.

프랭크 마샬의 트위터 글에 등장한 로저 이버트(Roger Ebert)는 미국의 유명한 영화 평론가이고, 아지즈 안사리(Aziz Ansari)는 인도계 영화배우다. 이들 두 명 모두 멀티플렉스에 등장한 디지털 아이맥스를 비판했다.

로저 이버트는 "That's Not the IMAX That I Grew Up With"라면서, 실제 아이맥스 스크린과 멀티플렉스의 가짜 아이맥스의 스크린 사이즈를 비교했다.



아지즈 안사리는 그의 블로그에 "WARNING: AMC theaters are running FAKE IMAX's and charging $5 extra for slightly bigger screen. Boycott IMAX, AMC, and Regal. Don't let them fool you."라고 썼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 모든 게 2009년 5월과 6월, 다시 말해서 2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아지즈는 IMAX를 비롯해 AMC, Regal 등 디지털 아이맥스 상영관을 설치한 미국의 대표적인 극장 체인들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이들은 일반 스크린보다 코딱지 만큼 큰 스크린을 걸어 놓고 아이맥스라면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 프랭크 마샬은 이를 두고 "False Advertising"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이들은 멀쩡히 영업중이다.

아지즈는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 아이맥스가 일반보다 5불을 더 받는다고 했는데, 내가 사는 곳에서는 일반버전과 아이맥스의 차이가 거진 2배나 된다. 일반이 9불 50센트인데 아이맥스는 18불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아이맥스가 일반 2D버전보다 여러모로 퀄리티가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가격 차가 날 정도는 절대 아니다. 특히 아이맥스 전용관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멀티플렉스에 있는 아이맥스가 가짜 아이맥스라는 걸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린을 보면 "스크린이 왜 이렇게 작냐"는 실망감이 제일 먼저 생길 테니까. 동네에서 가장 큰 아이맥스 스크린이 설치되었다는 멀티플렉스에 가서 스크린을 확인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18불을 내고 가짜 아이맥스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맥스 뿐만 아니라 3D 영화 역시 3D 영화 같지 않은 3D 영화들로 욕을 먹고 있다. 3D로 영화를 보려면 일반 2D버전보다 돈을 더 줘야 하는데, 문제는 돈을 더 낸 값어치를 못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자막만 3D, 영화의 일부분만 3D 등 무성의하게 만든 3D 영화들이 천지인데도 더 비싼 돈을 내고 봐야만 한다.

그렇다. 3D 영화들도 대부분 사기다.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론이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3D와 아이맥스를 피하고 있다. 인근 지역 영화관의 상영 스케쥴을 체크하면 일반, 3D, 아이맥스 3D 세 버전으로 상영중인 영화들이 있는데, 이 경우 나는 항상 일반버전 스케쥴만 확인한다. 그런데 이것도 일이다. 3D나 아이맥스가 없었을 때엔 별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는데, 요새는 정신집중해서 3D와 아이맥스를 걸러내야 하는 새로운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때로 3D나 아이맥스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실수 또는 스케쥴 상의 문제 때문이다. 일반버전 스케쥴인 줄 알고 갔는데 알고보니 3D 또는 아이맥스인 경우가 있었고, 때로는 다음 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비싼 값을 주고 3D나 아이맥스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시간 여유가 있다면 1시간을 기다리는 한이 있어도 일반 버전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사기 당하는 기분이 들어도 할 수 없다.

그렇다. 3D나 아이맥스를 피하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또다른 문제는 영화관에서 일반 2D보다 비싼 3D 티켓을 팔기 위해 고객들을 성가시게 군다는 점이다. 마치 맥도널드, 버거킹에서 점원이 '엑스트라 치즈', '업 사이즈'를 권하는 것처럼 이젠 극장 점원도 3D 버전을 자꾸 권한다.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하거나 티켓 판매기로 구입하면 스트레스가 덜 하지만, 박스오피스에서 점원을 통해 구입할 때엔 3D 버전 업그레이드 권유로 은근히 짜증날 때가 있다. 끈질긴 점원에게 걸리면 "3D로 봐야 진짜다", "아이맥스로 봐야 제 맛이 난다"며 바람까지 잡아가면서 두 번, 세 번 계속 물어보고 나중엔 "정말로 원치 않느냐"고 확인까지 하더라. 요즘 들어 멀티/메가플렉스들이 장사가 잘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영화관객들이 3D 영화를 피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헐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5월말 개봉한 '캐리비언의 해적 4'의 북미지역 흥행수익에서 일반 2D버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전했다. 3D보다 2D로 돈을 더 많이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화관객들이 값어치 못하는 비싼 3D 대신 일반 2D를 택했다는 얘기다.

이어 헐리우드 리포터는 이번 주말에 개봉한 '그린 랜턴(Green Lantern)'과 7월 중순 개봉 예정의 '해리 포터(Harry Potter and the Deadly Hallows Part 2)'온라인 티켓 판매량에서도 모두 2D가 3D를 앞섰다고 전했다. BTI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 티켓 판매 사이트 팬댕고(Fandango)의 티켓 판매를 분석한 결과 '그린 랜턴'과 '해리 포터' 모두 2D가 3D를 앞서고 있었다면서, 미국 영화관객들이 점차 3D 영화에 지쳐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돈을 더 주고 일부러 3D로 볼 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미국 영화관객들이 점차 깨닫는 듯 하다.

Finally, eh?


그렇다면 드디어 3D 영화 유행이 수그러드는 것일까?

앞으로 3D 영화의 수가 줄어드는지 지켜볼 일이다. 소비자들이 일반 2D 쪽으로 꾸준히 기우는 추세를 보인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돼야만 지금처럼 허접한 3D 영화를 겁없이 내놓지 못할 듯 하다.

가짜 3D 영화와 함께 가짜 아이맥스도 함께 청산해야 한다. 그 가격을 그대로 다 받으려면 스크린 사이즈를 훨씬 크게 바꾸든가 아니면 티켓 가격을 낮추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다. 아이맥스 같지도 않은 아이맥스로 바가지를 씌우는 극장들, 비싼 티켓을 팔려고 소비자를 성가시게 구는 극장 점원들, 이를 뻔히 알면서도 뻔뻔스럽게 아이맥스라고 대문짝만하게 홍보하는 스튜디오 모두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댓글 8개 :

  1. 최근에 3D영화 보고 완전히 근 실망해서...;;
    값도 2배나 차이 나는데 돈만 아깝더라고요...;;
    아이맥스는 아직 안봐서... 패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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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멀티플렉스 아이맥스에 가면 갑자기 거인이 된 착각에 빠집니다...^^
    3D는 아이맥스보다 더 흔하기 때문에 더 피곤하죠.
    3D 영화 같지도 않으면서 값만 비싼 짜증나는 영화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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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 저도 얼마전에 "쿵푸 팬더 2" 3D로 보고 실망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극장에서 일반 버전은 스케줄, 상영관 모두 축소하고, 3D를 밀어서 어쩔수 없이 3D를 볼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는게 서글픈 현실이죠.
    설마 본드 23은 안그렇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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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실적인 드라마를 3D로 만들 필욘 없겠죠... ㅎㅎㅎ
    3D 3D 아주 환장을 했네요.
    3D면 3D를 보여줘야죠.
    이건 겉만 3D니, 비쌉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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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J:
    이야, 그런 식으로 3D 밀어주기를 하나요?
    3D 수익이 해외에서 높게 나온다더니 혹시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일반을 안 봐서 그러는 걸 수도 있다지만...

    본드23가 그렇게 되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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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KEN:
    3D가 일반과 같은 값이라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값은 더 비싼 데 그 값어치를 못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3D도 사기고, 아이맥스도 사기고, 아이맥스 3D는 사기의 총합이고...
    제 생각엔 이제부턴 3D 영화가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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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거 트랙백으로 걸어서 블로그에 글 쓰고 싶은데, 혹시 트랙백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트랙백 주소가 안 보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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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제가 사용하는 구글 블로그에선 트랙백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구글 블로거 유저들끼리는 트랙백 비슷한 게 있는 듯 한데요,
    사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http://www.google.com/support/blogger/bin/answer.py?hl=en&answer=4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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