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를 정리하다 발견한 'Stabbing Westward' 앨범들

만약 누군가 나에게 "90년대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래도 "CD"라고 해야 할 것 같다. 80년대에도 CD가 있었지만 내가 CD를 가장 많이 구입했던 때가 90년대였기 때문인 듯 하다.

"저 놈은 돈만 생기면 CD를 산다", "CD에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때도 그 때다. 주위에 괜히 이죽대는 것들이 꼭 몇몇 있더라니까.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만 했던 건 사실이다.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 같은 데서 거진 살다 시피 했었으니까. 지금은 MP3다 뭐다 하면서 컴퓨터에 앉아서 편하게 음악을 구입할 수 있다지만, 뮤직 스토어에 가서 CD를 뒤적일 때의 그 맛이 그리울 때가 많다. 그 때는 뮤직 스토어에 들어서기만 해도, 아니 주차장에서 간판만 봐도 흥분되곤 했었는데, 요새는 마우스로 클릭거리는 게 전부이다 보니 재미가 좀 없다.

물론 아직도 레코드 샵이 있으므로 그곳에 가서 마음껏 CD를 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요샌 그게 맘처럼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요즘 레코드 샵들이 과거처럼 화려한 분위기가 나지 않으며, 디스크라는 미디어가 이젠 과거의 것이 되었기 때문인 듯 하다. 그래서 요즘엔 MP3로 뮤직 쇼핑을 하는 게 재미가 없으면서도 묵묵히 그렇게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지도 모른다. 90년대에 사놓은 CD들이 이제와서 엄청난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봉투로 하나 가득 씩 이미 몇 차례 내다 버렸는데도 처리해야 할 CD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어찌된 게 버려도 줄어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 CD 뿐만 아니라 영화, 비디오게임, 컴퓨터 관련 디스크들까지 늘어나다 보니 이젠 CD가 공포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CD를 추억의 일부로 생각했었는데 이젠 CD 몬스터로 둔갑한 것이다.

그럼 눈 딱 감고 싹 다 버리면 되지 않냐고?

CD가 애물단지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하겠는 CD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락그룹 'Stabbing Westward'의 앨범이다.

사실 나는 락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니다. 어디 가서 "락 좀 듣는다"며 껍적댈 주제가 못 된다. 그래도 자주 들었던 곡/밴드들이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Stabbing Westward'다. 아마도 이들의 어둡고 강렬한 사운드에 중독성이 있어서 인 듯 하다. 내가 머리가 좀 복잡한 편이라서 하드한 스트레스-버스터 스타일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는 점도 한 이유가 될 듯 하다.

내가 갖고 있는 이들의 앨범은 모두 3장.

그 중 가장 오래된 앨범은 'Wither Blister Burn & Peel'이다. 90년대 중반에 나온 앨범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참 즐겨 들었던 곡들이 여러 곡 수록된 앨범이다. 이 친구들의 음악을 듣고 나면 당장 튀어나가서 기타를 사오고 싶은 충동이 생기곤 했다.

'Wither Blister Burn & Peel'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먼저 소개할 곡은 'Shame'. 아마도 이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유명했던, 또는 인기있었던 곡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따로 있다. 바로 이 노래, 'What Do I Have to Do'다.


그 다음으로 내가 즐겨들었던 곡은 'So Wrong'. 내겐 'So Right'이었다.


'Falling Apart'도 내가 참 좋아했던 곡 중 하나다.

그런데 유투브엔 오리지날 앨범 버전이 없는 듯 했다. 유투브에 있는 건 무슨 'Warzone Remix'라는데, 오리지날이 없어 보이는 관계로 이걸로 때우기로 했다.


내가 갖고 있는 두 번째 앨범은 90년대 후반에 발매된 것으로 기억하는 'Darkest Days'다.

이 앨범에도 아주 멋진 곡들이 여러 곡 수록됐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곡은 아마도 'Save Yourself'가 될 것이다. 어쩌면 Stabbing Westward의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조금 더 어두운 분위기의 'Sometimes It Hurts'다.


그 다음으로 내가 즐겨 들었던 곡은 'Everything I Touch'.

"Everything I touch I break..." 하는 파트는 수퍼 악당이 나오는 공포영화나 수퍼히어로 영화 배경음악으로 잘 어울릴 것 같다.


'The Thing I Hate'도 내가 참 좋아했던 곡 중 하나다.


내가 갖고 있는 세 번째 앨범은 2000년대 초에 발매된 것으로 기억하는 'Stabbing Westward'. 앨범 타이틀이 따로 없다.

이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So Far Away'다.


그런데 'Stabbing Westward' 앨범은 이전에 소개한 두 앨범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Stabbing Westward의 트레이드마크는 어둡고 하드한 음악이었는데, 이 앨범에선 밝고 라이트한 분위기로 스타일을 바꿨다.

이 바람에 이 앨범에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김빠진 맥주 같았기 때문이다. 노래 제목만 봐도 분위기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A, angel'?!?!

아무튼 마지막은 바로 이 'Angel'이라는 곡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