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8일 월요일

제프리 디버 "다음 007 소설은 호주를 배경으로 할 수도..."

007 시리즈는 지난 50여년 동안 전세계 여러 곳을 누비고 다녔다. 최근에 나오는 제임스 본드 이미테이션 스파이 영화들이 하나 같이 세계 여러 곳을 정신없이 오가는 것도 007 시리즈의 영향이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가 아직까지 방문하지 않은 곳이 한군데 있다.

바로 호주다.

호주 태생 영화배우 조지 레젠비(George Lazenby)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도 했었는데 007 시리즈가 아직까지도 호주에서 촬영한 적이 없다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 소설 시리즈에서도, 007 영화 시리즈에서도 모두 제임스 본드는 호주를 찾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호주의 본드팬들이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호주에도 멋진 관광명소들이 많아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로케이션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데 미스터 본드가 찾아주지 않아 섭섭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새로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 마케팅 투어를 위해 호주 멜번을 방문 중인 미국 소설가 제프리 디버(Jeffery Deaver)가 한마디 했다. 호주의 헤럴드 썬에 의하면, 디버는 멜번을 배경으로 007 어드벤쳐를 충분히 만들 수 있으며 매력적인 본드걸들도 많이 눈에 띈다면서, 그가 만약 다음 007 소설을 쓰게 되면 호주를 배경으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디버는 단 한 편의 영화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난 유일한 호주 태생 제임스 본드, 조지 레젠비를 높게 평가하고, 다음 번 호주 태생 제임스 본드 후보로 가이 피어스(Guy Pearce)를 꼽았다. 가이 피어스는 영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호주 영화배우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메멘토(Memento)'로 유명한 배우다.

디버는 이언 플레밍이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가이 피어스와 매우 흡사하다면서, 제임스 본드와 가이 피어스는 붕어빵처럼 닮았다(Dead Ringer)고 말했다.



Really, Mr. Deaver?

우선 가이 피어스가 제임스 본드와 붕어빵이라는 것부터 살짝 짚어보자.

가이 피어스가 멋진 배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플레밍이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다. 원작소설 속 제임스 본드가 로저 무어(Roger Moore),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처럼 밝고 핸섬한 플레이보이가 아닌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가이 피어스처럼 매우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도 아니다. 그런데 이언 플레밍의 클래식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으면서 가이 피어스의 얼굴을 제임스 본드로 떠올렸다면 디버는 너무 한쪽 만을 보는 듯 하다.

게다가 가이 피어스는 현재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보다 나이가 한 살 많다. 그런데 그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을 제임스 본드 후보가 될 수 있겠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호주 팬들 앞에서 '현실적인' 립서비스를 하려면 샘 워딩턴(Sam Worthington), 알렉스 올러플린(Alex O'Loughlin) 등 크레이그의 뒤를 잇기게 적당한 연령대의 호주 남자배우들의 이름을 댔어야 했다.

자, 그럼 이번엔 디버의 007 시리즈 미래에 대해서 짚어 보자.

디버가 '카르트 블랑슈'의 후속편을 또 쓰고 싶은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노땡큐'다. 디버가 제임스 본드를 21세기 버전으로 업데이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는 007 소설을 쓰기에 적합한 작가가 아닌 듯 하다. 디버는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의 어느 부분을 과장해서 부풀리고 어느 부분에서 현실감을 살려야 하는지, 21세기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악당을 어떻게 설정하고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도록 해야 하는지 등을 모두 모르고 있는 듯 해서다. 이렇게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코어 펀더멘털을 파악하지 못한 작가가 소설을 쓰면, 그가 스파이 소설 전문 작가라 할지라도, 요새 흔히 볼 수 있는 제임스 본드 이미테이션 중 하나가 나올 뿐이다.

'카르트 블랑슈'가 바로 그랬다. 디버는 오피셜 제임스 본드 소설을 마치 제임스 본드 이미테이션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은 오피셜 제임스 본드 소설이 제임스 본드 이미테이션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나름 명성있는 스릴러 작가인 제프리 디버에게 007 소설을 맡겨본 듯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도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므로 디버는 007 시리즈를 떠나는 게 옳을 듯 하다. 만약 '카르트 블랑슈'가 읽을 만 했다면 그가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쓰는 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며, 두 번째 007 소설의 배경을 호주로 하든 뉴질랜드로 하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디버는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에 대한 계획을 논할 때가 아니라 007 시리즈를 떠나야 할 때다. 007 시리즈는 잊고 다시 그의 전문 스타일로 돌아가 멋진 범죄 소설이나 계속 썼으면 좋겠다.

마지막은 지미가 제프에 바치는 노래로 하자.



댓글 4개 :

  1. 디버 옹께서는 제발 본드에서 손 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왜이리 항상 컨티넨털 GT 앞에서 포즈를 취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하나도 안어울리는데요.^^

    사실 디버가 범죄소설에 일가견이 있어서 이번에는 본드도 본드지만 악역이나 헨치맨에 굉장한 기대를 가지고 읽었지만 너무나 실망이 크네요.

    제 생각엔 제대로 된 본드 작가가 되려면 뼛속 깊이 007의 DNA가 각인되어 있는 사람이던지, 아니면 기막힌 발상을 가진 사람이던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이 피어스도 카지노 로얄 때 후보에 올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드 역을 맡았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가 자리잡은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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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그랬습니다.
    이 양반이 범죄소설 전문인 만큼 나름 리얼하면서도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악당이 나올 걸로 기대했거든요.
    예를 들어 스펙터 짝퉁이나 요새 영화에 나오는 콴텀 같은 조직도 괜찮을 것 같았구요.
    근데 시체 뼉다귀 나오는 거 보고 우리 본 콜렉터 아저씨는 어쩔 수 없구나 했죠.
    아무래도 디버는 아닌 듯 합니다.

    가이 피어스는...
    제 생각엔 본드 역으로 너무 어두운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어둡고 날카로운 인상도 좋지만 일단 호감이 가는 얼굴이어야 하는데요,
    피어스는 여기에서 조금 부족한 듯 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악역에나 어울릴 얼굴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피어스는...ㅡㅡ;
    꽃미남도 곤란하지만 너무 우락부락한 스타일도 좀 곤란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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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미 까르뜨 블랑슈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을 터인데, 다음 007이라뇨.
    ㅋㅋㅋ 정신 좀 차려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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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재미가 없었더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았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고 싶었는데요,
    카르트 불량슈를 보고 나니 미래가 안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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