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년 프리시즌 경기 중엔 생각보다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은 듯 하다. 지난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경기도 재미있었고, 이번 주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경기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두 경기의 공통점은 승리팀이 경기 종료 직전까지 뒤지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짜릿한 역전승을 했다는 것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4th 다운 컨버젼을 두 번씩이나 하면서 막판에 가까스로 터치다운을 한 뒤 2 포인트 컨버젼을 성공시켜 1점차 승리를 거뒀고, 어제 벌어진 그린 베이 패커스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의 경기에선 8점차로 뒤지고 있던 패커스가 경기 종료 45초를 남겨놓고 4th 다운에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뒤 2 포인트 컨버젼까지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고 경기종료 3초를 남겨놓고 결승 필드골까지 차 24대21로 이겼다.
대개의 경우 프리시즌 경기는 집중해서 보지 않는데, 경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집중해서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다.
경기 초반엔 그린 베이 패커스가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 빠진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를 가볍게 누를 것처럼 보였다. 매닝이 빠진 콜츠 오펜스는 계속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지만 2010년 시즌 수퍼보울 MVP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가 버티고 있는 그린 베이 패커스 오펜스는 시원스러운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7대0으로 금세 앞섰다.
아래 동영상은 애런 로저스의 터치다운 패스 순간이다.
그러나 로저스를 비롯한 주전 선수들이 빠진 이후부터 경기의 흐름이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쪽으로 기울었다. 목수술에서 회복중인 쿼터백 페이튼 매닝을 대신해 주전으로 나선 백업 쿼터백 커티스 페인터(Curtis Painter)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 듯 2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역전을 한 것이다. 그린베이 패커스도 추격에 나섰으나 필드골을 추가하는 데 그친 반면 콜츠는 터치다운을 하나 더 추가하면서 계속해서 점수차를 벌려나갔다.
결국 파이널 스코어 21대13으로 콜츠가 승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패커스의 3군 쿼터백 그레이햄 해럴(Graham Harrell)이 경기 종료 45초를 남겨두고 극적인 패싱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점수차가 8점이었으므로 터치다운(6점)을 했어도 여전히 2점이 더 필요했다. 엑스트라 포인트(1점)로는 동점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동점을 만들기 위해선 성공 확률이 엑스트라 포인트보다 낮은 2 포인트 컨버젼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경기가 아니라 프리시즌 경기인데 경기 종료를 30여초 남겨두고 동점을 만들어 오버타임까지 가는 게 현명하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저래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프리시즌 경기였으므로 엑스트라 포인트를 차서 1점차로 패하면서 집에 일찍 가는 게 더 현명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커스 헤드코치 마이크 매커시(Mike McCarthy)는 2 포인트 컨버젼을 지시했다. 오버타임에 갈 땐 가더라도 일단 2 포인트 컨버젼에 도전해본 것이다. 성공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므로 이래저래 손해볼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런데 그레이햄 해럴이 2 포인트 컨버젼까지 패스로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경기는 21대21 동점이 됐다.
아래 동영상은 그레이햄 해럴이 터치다운 패스와 2 포인트 컨버젼 패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드는 순간이다.
자 그럼 이젠 어떻게 할 것이냐? 입장표를 사서 경기장에 온 관중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원하지 않는 프리시즌 오버타임을 기어이 하고야 마는 거냐??
패커스 헤드코치 매커시는 이것에 대한 해답을 이미 찾아놓았던 듯 하다.
그 해답은 바로 온사이드킥이었다. 온사이드킥이란 공을 짧게 차서 10야드 전진할 때 까지 기다린 다음 킥을 한 팀이 공을 리커버해 공격권을 유지하는 방법을 뜻한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공이 35야드라인에 놓여있고, 중계방송사가 45야드라인에 노란색 라인을 그어놓은 것이 보인다. 35야드라인에서 찬 공이 10야드를 전진해서 45야드라인을 넘어선 이후에 킥킹팀이 공을 리커버해야 성공한다는 온사이드킥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송사가 노란색 줄을 그어놓은 것이다.
만약 그린 베이 패커스가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키면 45~50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되며, 만약 실패하게 되면 인디아나폴리스 콜츠가 비슷한 위치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패커스가 온사이드킥을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양팀 모두 남은 35초 동안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먼 거리를 전진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35초 안에 승부를 쉽게 가릴 수 있는 옵션을 열어둔 것이다.
사실 그 상황에 패커스가 온사이드킥을 시도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 지나고 나니까 매커시의 선택이 얼마나 멋진 것이었는지 이해가 됐다.
과연 패커스가 온사이드킥을 성공했을까?
성공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패커스의 선수가 45야드라인(노란색 선)을 넘어서 공을 리커버 했다. 그러므로 온사이드킥은 성공적이었고, 패커스는 공을 리커버한 지점에서 공격을 시작하게 됐다.
온사이드킥 성공으로 공격권을 유지하게 됐으면, 이제 남은 일은 35초 안에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짓는 것이다. 필드골(3점)로 이길 수 있으므로 무리하게 터치다운을 노릴 필요도 없었다.
경기 종료 3초를 남겨 놓고 패커스는 결승 필드골을 찰 기회을 만들었다.
그런데 약간 문제가 있었다. 거리가 조금 멀다는 것이었다. 50야드 필드골이라서 실패할 가능성도 제법 높았다.
만약 패커스가 필드골을 성공시키면 패커스 승리로 경기를 마치는 것이고, 만약 실패하면 21대21 동점으로 오버타임으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이미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패커스 24, 콜츠 21.
2010년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 그린 베이 패커스는 2011년 시즌에도 NFL 최강 팀 중 하나로 꼽히며 수퍼보울 우승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도 예전 만은 못해도 여전히 콘텐더 중 하나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이번 수퍼보울 경기는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홈구장인 루카스 오일 스테디움(Lucas Oil Stadium)에서 열린다.
그렇다면 내년 2월에 두 팀이 루카스 오일 스테디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충분히 그렇게 될 수도 있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는 AFC에 강팀들이 많은 관계로 약간 힘들 수 있지만, NFC의 그린 베이 패커스는 그리 어렵지 않게 수퍼보울에 진출할 수 있을 지 모른다. NFC의 드림팀으로 불리는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도 그들이 과연 드림팀인지 두고볼 일이고,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는 시즌 10승에 플레이오프 진출만 해도 '땡큐 베리 마치'인 처지로 보이며, 아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 뉴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 등도 무시할 수 없는 강팀이라지만 공수 모든 면에서 빈틈이 거의 없어 보이는 그린 베이 패커스에 얼마나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현재로썬 패커스가 한 번 더 수퍼보울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과연 이번 시즌도 패커스의 시즌이 되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NFL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작전 등은 잘 몰라서 저만의 수싸움은 못하지만.. ㅎㅎ 정말 매력적인 스포츠에요 뷰온
답글삭제NFL... 제가 풀시즌 내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유일한 종목입니다...^^
답글삭제축구, 야구 등 야외에서 하는 구기종목은 다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 중에서 미식축구를 가장 즐겨봅니다.
짜릿한 역전승이군요. ㅎㅎㅎ
답글삭제터치다운 존이 좀 특이하네요.
얏바리 동영상이 올라오니, 더 재밌네요.
역시 스포츠는 글이나 사진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동영상이 왔다죠...^^
답글삭제근데 올리는 이 입장에선 시간이 좀 걸린다는 데 흠...^^
작년엔 언제 어떤 플레이가 있었다는 걸 종이에 기록하면서 봤다는...
하이라이트를 추리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구요...^^
저는 제츠랑 뉴올리언스 좋아하는 데 공본드님은 어디좋아하세요?
답글삭제저는 오랫동안 달라스 카우보이스 팬입니다...^^
답글삭제하지만 이밖에도 제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팀들은 꽤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