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일 목요일

인도로 간 '본드23', 이번엔 아시아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지난 50년간 제임스 본드는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제임스 본드는 지금까지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뿐만 아니라 우주까지 다녀왔다.

그런데 미스터 본드가 되도록이면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아시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제임스 본드가 아시아에 가면 영화가 항상 이상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와 아시아의 악연은 60년대부터 시작했다. 일본에서 촬영했던 숀 코네리(Sean Connery)의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가 첫 번째다. '두 번 산다'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와 함께 숀 코네리의 최악의 제임스 본드 영화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제임스 본드가 아시아 다음으로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미국인데, '두 번 산다'는 아시아였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미국 라스베가스를 무대로 한 영화였다.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태국에서 촬영했던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과 함께 로저 무어의 최악의 제임스 본드 영화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제임스 본드가 아시아와 미국에서 영화를 찍으면 죽을 쑤는 버릇이 로저 무어 시대로 이어진 결과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아시아에서 촬영한 영화였고, '뷰투어킬'은 미국 샌 프란시스코에서 촬영한 영화였다.

이 전통은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대로 넘어와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와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가 여기에 해당된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와 '다이 어나더 데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촬영했거나 줄거리가 그쪽 지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화였는데, 둘 다 브로스난의 최악의 제임스 본드 영화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인도에서 촬영한 로저 무어 주연의 1983년 영화 '옥토퍼시(Octopussy)'는 그런대로 괜찮은 축에 든다. 인디아나 존스 (Indiana Jones)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 클래식 '골드핑거(Goldfinger)'를 뒤섞어 놓은 듯한 영화였지만,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선 '나쁘진 않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주 잘 된 영화라고 하긴 힘들어도, 그런대로 O.K였다.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가장 잘 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건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주연의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다. '골드핑거' 탬플릿을 사용한 전형적인 007 영화였지만, 색다른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전형적인 007 시리즈의 재미를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영화로 꼽힌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찾아간 곳은 아프가니스탄. 물론 실제로 촬영한 장소는 모로코였지만 극중 설정은 아프가니스탄이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고 해도, 제임스 본드가 아시아에 가서 성공한 적보다 실패한 적이 더 많다는 사실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007 시리즈가 아시아 지역에서 촬영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을 수밖에 없다. 007 시리즈가 아시아에서 촬영한다면 안 봐도 결과가 뻔해 보여서다.

그런데 2012년 개봉 예정의 '본드23'가 인도에서 촬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타임즈 오브 인디아의 보도에 의하면, 인도의 I&B(Information and Broadcasting) 미니스트리가 인도의 델리(Delhi), 노스 고아(North Goa) 등지에서의 촬영을 허가했다고 한다.

'본드23' 인도 촬영설은 인도 철도청이 007 제작진이 원하는 열차 액션 씬 촬영 허가에 난색을 표하면서 알려졌다. 이 덕분에 (화물) 열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이 영화에 나온다는 점도 새롭게 알려졌다.

그런데...

인도...?



열차...??



왠지 1983년작 '옥토퍼시'와 비슷한 데가 많아 보인다. 번잡한 인도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 열차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 씬 모두 '옥토퍼시'에 나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본드23'의 제목까지 'Property of a Lady'가 된다면 아주 흥미로울 듯 하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숏 스토리 'Property of a Lady'의 스토리는 영화 '옥토퍼시'에 사용되었지만 동명의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스토리는 이미 영화에 사용되었어도 제목은 여전히 영화 시리즈에서 사용 가능하다. 그래도 'Property of a Lady'가 실제로 '본드23'의 오피셜 타이틀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그렇게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플레밍의 또다른 숏 스토리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본드22'의 제목이 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다 좋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과연 '본드23'는 아시아에서 잘 할 수 있을까?

아시아에서 촬영했거나 아시아와 관련 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 대부분 시원찮았던 007 시리즈 전통이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시대를 지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까지 이어지는 걸까? 아니면 '본드23'는 어딘가 다른 데가 있을까?

'본드23'가 인도/아시아에서 촬영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단한 낭패감이 밀려왔던 게 사실이다. 007 시리즈가 아시아로 향했을 때마다 죽을 쒔기 때문에 그쪽 동네는 앞으로 다시 가지 말았으면 했는데, 하필이면 50주년 기념작을 거기에서 찍겠다고 하니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영화 전체를 인도에서 촬영하지는 않겠지만, "제임스 본드 영화를 아시아에서 찍는다"고 하면 일단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이번엔 좀 다르길 기대하는 수밖에...

댓글 8개 :

  1. 이번엔 제발 잘 되기를 빌어봅니다.
    일단 샘 멘데스 감독이니..... 제발...ㅠㅠ

    지난번 퀀텀에서 '물' 자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퀀텀이란 조직이 인도에서 뭘 하게
    될 것인지 감이 잡힐 듯 말 듯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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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이번엔 잘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콴텀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 같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돌아온다면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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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공님이 기대하는 만큼의
    영화가 되보길 저도 기대하겠슴둥~
    ㅎㅎㅎ
    아시아에서의 성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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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번에는 잘 되야할텐데요.
    로저 무어와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걱정입니다.
    샘 멘데스가 본격 액션 영화를 감독해본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이네요.
    마틴 캠벨이 짱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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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EN:
    007 시리즈가 아시아와는 인연이 없어서 좀 신경쓰입니다만...
    이번엔 좀 다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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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CJ:
    이번엔 많은 변화를 줘야 할 것 같은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여기까지가 한계일 수가 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이걸 맨데스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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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렇군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아시아 징크스를 깨버릴만한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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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007 시리즈 40주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도 아시아 얘기로 때우더니,
    50주년작도 또 거기로 가는 듯 합니다.
    괴, 괴롭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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