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 문제가 해결되어 락아웃이 해제될 때까지 모든 NFL 팀들은 프리 에이전트 선수들과 계약하지도, 릴리즈하지도 못했으며, 팀 훈련도 할 수 없었다. 정상적으로는 3월 초부터 시작했어야 할 프리 에이전트 계약도 하지 못했으며, 오프시즌 워크아웃, 트레이닝 캠프 등도 전부 취소되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NFL 드래프트를 제외하곤 모든 게 올스톱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7월25일 리그와 선수 측이 협상 타결을 본 이후부터 프리 에이전트 계약, 릴리즈, 트레이드가 시작되었고, 팀 훈련도 그 때부터 정상화되었다.
2011년 정규시즌이 9월 초부터 시작하는데 7월 말부터 준비해서 시즌을 제대로 치룰 수 있을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매우 많은 프리 에이전트 선수들이 새로운 팀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오프시즌 기간 내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팀을 옮긴 선수들은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런데도 NFL이 정상화 된 지 불과 2주 만에 프리시즌이 시작했다.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번 주말부터 시작한 2011년 NFL 프리시즌 경기들을 보니 그런대로 할 만 할 듯 하다. NFL이 정상화된 지 달랑 2주 만에 갖는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온갖 실수를 남발하고, 콘디션을 실전레벨로 끌어올리지 못한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드러눕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의외로 패널티도 적게 나오고 부상자도 많지 않았다.
지난 목요일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진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의 프리시즌 경기는 생각보다 재미있기까지 했다. 누가 이기든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전들은 경기 초반에 잠깐 나왔다 들어가고 후보들이 남은 경기를 뛰기 때문에 프리시즌 경기는 전통적(?)으로 재미가 없는데, 브롱코스와 카우보이스 경기는 제법 재미있었다.
경기가 어떻게 됐길래 그러냐고?
덴버 브롱코스 23, 달라스 카우보이스 16, 이렇게 7점 차로 뒤지던 카우보이스가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4th다운 컨버젼을 두 번씩이나 성공하면서 터치다운을 한 뒤 2포인트 컨버젼까지 성공시키며 24대23으로 이겼다.
미식축구에선 터치다운(6점)을 한 이후 엑스트라 포인트(1점)와 2 포인트 컨버젼(2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엑스트라 포인트는 골 포스트 바로 코앞인 2야드 라인에서 필드골을 차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은 반면, 2 포인트 컨버젼은 2 야드 라인에서 시작하는 것은 똑같지만 런 또는 패스 공격을 사용해 상대 팀의 엔드존에 들어가야 한다. 다시 말해, 2 포인트 컨버젼은 2 야드 라인에서 터치다운을 한 번 더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2 포인트 컨버젼은 엑스트라 포인트보다 성공확률이 낮다. 이러한 이유에서 NFL 팀들은 터치다운을 한 이후 부득이한 이유가 없는 한 엑스트라 포인트를 차서 터치다운 6점 + 엑스트라 포인트 1점 = 토탈 7점을 만든다. 2 포인트 컨버젼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한다. 1점이 중요한 경우가 많은데, 괜히 2 포인트 컨버젼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서 엑스트라 포인트로 쉽게 1점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까지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카우보이스는 4쿼터 막판까지 23대16, 7점 차로 뒤져있었다. 이 때 카우보이스가 막판에 극적인 터치다운(6점)을 하면서 스코어는 브롱코스 23, 카우보이스 22가 됐다. 이제 결정할 일은 엑스트라 포인트(1점)를 차서 23대23 동점을 만드느냐, 아니면 2 포인트 컨버젼을 해서 24대23으로 리드를 빼앗아오느냐 였다.
만약 정규시즌 경기였다면 2포인트 컨버젼 대신 엑스트라 포인트를 차서 23대23 동점을 만들며 오버타임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괜히 2 포인트 컨버젼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동점을 만들 기회를 날리면서 23대22로 패하게 되므로, 정규시즌이었다면 무모한 2 포인트 컨버젼 시도를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프리시즌에선 사정이 다르다. 승패가 중요치 않은 무의미한 프리시즌 경기에선 오버타임까지 가는 것을 모두 원치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은 2포인트 컨버젼을 지시했다. 이래저래 승패는 무의미하니까 이기든 지든 간에 오버타임은 피하고 보자를 택한 것이다.
그러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던 달라스 카우보이스 3군 쿼터백 스티븐 맥기(Stephen McGee)는 바로 뒤돌아 서서 2포인트 컨버젼까지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카우보이스 24, 덴버 23.
스티븐 맥기는 2쿼터 중반에 투입되어 터치다운 3개, 2포인트 컨버젼 1개, 인터셉션 1개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처음엔 몸이 덜 풀렸는지 인터셉트를 당하는 등 시작이 좋지 않았으나 후반에 3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짜릿한 24대23 역전승을 일궈냈다.
스티븐 맥기는 지난 시즌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와 2군 쿼터백 존 킷나(Jon Kitna)가 모두 부상당했을 때 투입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시즌에도 주전 쿼터백이 토니 로모이고 2군 쿼터백이 베테랑 존 킷나의 몫인 것엔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맥기가 계속해서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머지 않아 킷나를 대신해 2군 쿼터백으로 승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킷나가 불안하다는 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NFL에서 주전 쿼터백을 할 만한 실력을 지닌 선수이며, 그가 지난 시즌 부상당한 토니 로모를 대신해 매우 좋은 경기를 펼치며 백업 쿼터백으로써의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킷나는 한동안 백업 쿼터백으로 벤치를 지키다 갑자기 경기에 투입되어 몸이 안 풀렸는지 처음 두 경기에선 죽을 쒔으나, 경기감각을 되찾은 세 번째 경기부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이라도 다른 NFL 팀으로 옮겨 주전 쿼터백으로 뛰어도 전혀 손색을 없을 만큼 솔리드함에도 저평가받는 선수가 바로 킷나인데, 지난 시즌 킷나는 자신의 가치를 NFL 팬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문제는 킷나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72년생의 킷나가 앞으로 언제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킷나가 카우보이스의 2군 쿼터백이겠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으며, 30대 후반의 모빌리티가 떨어지는 쿼터백인 만큼 부상위험도 높다. 그러므로 작년 시즌처럼 토니 로모에 이어 존 킷나까지 연달아 부상으로 드러눕는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젊고 튼튼한 데다 솔리드하기까지 한 3군 쿼터백 스티븐 맥기의 가치는 한마디로 'Priceless'다. 그는 모빌리티도 뛰어나고, 포켓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달리면서도 패스를 정확하게 성공시키는 등 패스능력도 수준급이었다.
물론 지금이 프리시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정규시즌에서 상대 팀의 1군 수비를 상대하게 되면 또다른 얘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기는 이미 작년시즌에 본의 아니게 정규시즌도 맛을 봤으므로 '프리시즌 스타'라는 수식어는 부적절해 보인다.
그래도 아직은 NFL 주전 쿼터백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앞으로 어찌 되든 간에 적어도 현재로써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매우 훌륭한 3군 쿼터백을 보유한 것만은 분명해 보이며, 맥기는 금년 시즌에도 변함없이 달라스 카우보이스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텍사스 주에서 태어나 텍사스 A&M 대학을 다닌 '로컬 키드' 스티븐 맥기가 달라스 카우보이스에서 어떠한 NFL 쿼터백으로 성장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 할 듯 하다.
이야, 포인트를 ㅎㅎㅎ
답글삭제재밌게 역전시켰군요.
상당히 불리했는데, 프리시즌이라 저리 선택했다는 것도 재밌구요. ㅎㅎ
원래 프리시즌이 별로 재미가 없지만...
답글삭제정규시즌에서 보기 힘든 선택을 할 때가 종종 띄는 게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