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일 토요일

'콜롬비아나', 신선도 제로의 니키타 라틴 리믹스

'터프한 액션영화 여자 주인공'이라고 하면 많지는 않아도 생각나는 캐릭터들이 더러 있다. '에일리언(Alien)' 시리즈의 리플리(시고니 위버), '툼 레이더(Tom Raider)' 시리즈의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하나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 룩 베송(Luc Besson)이 만들어낸 니키타(Nikita)다. '사형당한 줄 알았는데 깨어나 보니 프랑스 정보부 에이전트가 되어있었다'는 여자 캐릭터가 바로 그녀다.

1990년 프랑스 영화 '니키타(La Femme Nikita)'는 헐리우드에 의해 '포인트 오브 노 리턴(Point of No Return)'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었으며, TV 시리즈로도 여러 차례 만들어졌다. 곧 시즌2로 돌아오는 매기 큐(Maggie Q) 주연의 '니키타'도 룩 베송의 캐릭터를 기초로 삼은 TV 시리즈다.

20년전 '물건'급 캐릭터, 니키타를 탄생시켰던 룩 베송이 2011년 또다른 터프걸 캐릭터를 데리고 왔다.

그녀의 이름은 카탈레야(Cataleya).

카탈레야(조 살다나)는 콜롬비아 마약 범죄조직에 살해당한 부모의 복수를 위해 프로페셔널 킬러가 된 복수의 화신이다. 카탈레야는 어렸을 때 부모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 이후 복수를 다짐하고 프로페셔널 킬러의 길로 바로 들어선 삭막한 친구다.


룩 베송의 새 영화 '콜롬비아나(Columbiana)'의 여주인공 카탈레야도 니키타 만큼 뜰 것 같냐고?

Nah~

공통점/차이점을 이것 저것 비교할 것 없이 한마디로 말하자면, 카탈레야는 '니키타 라틴 리믹스'라고 할 수 있다. 니키타와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니키타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터프걸 캐릭터를 탄생시키려 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카탈레야는 '니키타 짝퉁'에 그쳤다.

'콜롬비아나'의 문제는 메인 캐릭터가 전부가 아니었다. 스토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으로 보였을 정도로 엉성했다. '콜롬비아나'의 메인 줄거리는 '범죄자들을 죽이고 다니던 매우 비밀스러운 여성 프로페셔널 킬러, 카탈레야가 그녀의 부모를 죽인 마약 범죄조직을 찾아내 한바탕 한다'는 매우 단순한 스토리였다. 그런데 여기에 약간의 로맨스와 FBI의 추격전 파트를 보태면서 쓰레기통으로 뛰어들어갔다. 여자 킬러가 범죄자들을 죽이고 다니다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뒤를 FBI가 추적한다는 간단하고 흔해 빠진 스토리도 제작진은 매끄럽게 다듬지 못했다. 그 누구도 이런 류의 액션영화에서 대단한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으므로 아주 신경에 거슬릴 정도만 아니면 충분했으나 '콜롬비아나'는 이것 조차 힘에 겨워 하는 사람들이 만든 듯 했다.

천상 볼거리라곤 액션 밖에 없는 영화였다면 액션이라도 멋지고 화려했어야 했다. 그러나 '콜롬비아나'엔 기억에 남은 액션 씬이 없었다. 캐릭터, 스토리 뿐만 아니라 액션 씬도 비슷비슷한 다른 영화들에서 여러 차례 본 듯한 그렇고 그런 씬들이 전부였을 뿐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만 한 게 없었다.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영화를 그럭저럭 볼 만하게 만들어준 것은 카탈레야 역의 조 살다나(Zoe Saldana) 덕이 컸다. 살다나가 액션걸 역할에 그럭저럭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콜롬비아나'를 보니 생각보다 아주 잘 어울렸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터프걸 이미지는 아니었지만, 카탈레야처럼 매우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는 역할에 잘 어울려 보였다.

'콜롬비아나'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은 아마도 조 살다나 캐스팅이 될 듯 하다. 만약 룩 베송이 '콜롬비아나'를 만들지 않고 '니키타'를 영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하면서 살다나를 니키타 역으로 캐스팅했다면 상당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콜롬비아나' 속편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약 룩 베송이 터프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운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니키타'를 리메이크하든지 아니면 '니키타 2'를 만드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

댓글 6개 :

  1. 이 영화는 처음 보는데, 거기서만 개봉한 것 같군요.
    감독이 뤽 베송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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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거긴 아직 안 들어간 모양이군요. 그냥 관심 끄셔도 될 듯...^^
    아, 룩 베송이 감독은 아닙니다. 베송은 프로듀서구요, 감독은 올리비에 메가톤입니다.
    근데 영화는 메가톤급이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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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예고편 보고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요...
    액션 영화에는 액션만 끝내줘도 될텐데...
    음.. 여러가지로 좋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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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영화는 좀 꽝입니다.
    전 룩 베송이 만든 아웅산 수치 영화는 어떨지 몹시 궁금합니다.
    수치 역을 양자경이 맡았다 보니 자꾸 엉뚱한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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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에고, 어디서 에러가 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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