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2일 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문제는 토니 로모에 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2011년 시즌 오프너에서 뉴욕 제츠(New York Jets)에 역전패 당했다. 헤드코치 교체, 디펜시브 코디네이터 교체, 오펜시브 라인 물갈이, 와이드리씨버 부족, 여전히 불확실한 디펜시브 백 등 문제점이 많았던 카우보이스는 뉴욕 제츠를 상대로 의외로 좋은 경기를 펼쳤으나 마지막 4쿼터를 버티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팀은 생각보다 잘 싸웠다. 걱정되었던 오펜시브 라인은 그런대로 잘 해줬고, 디펜시브 코디네이터의 교체로 물음표가 붙었던 수비도 생각보다 잘 해줬다. 한심했던 2010년 시즌에 비해 약간이나마 나아진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아직도 2010년 시즌인 줄 알고 있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토니 로모(Tony Romo)였다. 뉴욕 제츠 전의 결정적인 패인은 경기 후반에 터진 토니 로모의 실수 때문이었다.

토니 로모의 첫 번째 실수는 펌블이었다. 타잇엔드 제이슨 위튼(Jason Witton)이 골라인 바로 코앞까지 공을 가져다 놓았는데 토니 로모가 어이없는 펌블로 득점기회를 날렸다. 카우보이스가 리드하고 있었던 데다 굳이 터치다운을 하지 않아도 필드골(3점)은 사실상 확보한 상황이었으므로 터치다운 욕심을 부릴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토니 로모는 계속해서 이상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세컨드 다운엔 말도 안 되는 패스를 했다가 거진 인터셉트를 당할 뻔 하더니 결국 세 번째 다운에서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쓸데없는 러닝 플레이를 하다가 공을 흘리는 사고를 친 것이다. 패스를 할 데가 마땅치 않으면 포기를 하고 그저 슬라이딩을 했어도 여전히 필드골을 찰 수 있었으므로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상황이었는데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득점기회를 완전히 날리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토니 로모의 두 번째 실수는 펀트블락 터치다운을 내줘 24대24 동점이 된 이후에 발생했다. 경기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만큼 최대한 시간을 소비하면서 필드골 레인지까지 전진해 결승 필드골을 성공하도록 하는 게 토니 로모의 임무였다. 그러나 이전에 범한 펌블 실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었는지 토니 로모는 공격기회를 넘어받자마자 퍼스트 다운에 패스를 시도했다. 토니 로모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로모가 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며 성급한 결정을 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인터셉션이었다.

그렇다. 토니 로모는 또 퍼스트 다운에 성급하게 패스를 했다가 또 인터셉트를 당했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진 않았어도 필드골 레인지까지 전진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는데도 로모는 차분하게 공격을 풀지 못하고 퍼스트 다운부터 성급하게 패스를 시도했다가 또 턴오버를 당하고 말았다. 로모는 부상으로 겨우 달리는 시늉을 내는 게 전부였던 데다 2명의 제츠 수비수가 더블 커버를 하던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에게 아무 생각 없다는 듯 패스를 했고, 결국 NFL 최고의 코너백으로 불리는 뉴욕 제츠 코너백 대럴 리비스(Darrelle Revis)에게 인터셉트를 당했다. 브라이언트에게 패스를 한 게 아니라 대럴 리비스에게 패스를 한 것처럼 보이는 어이없는 인터셉션이었다.

뉴욕 제츠는 토니 로모의 인터셉션으로 얻은 절호의 기회를 살려 결승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뉴욕 제츠 27, 달라스 카우보이스 24가 됐다.

그렇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다 이겼던 경기를 경기 막판에 연거푸 터진 토니 로모의 실수로 날려버리며 역전패 당했다.

그러나 문제는 뉴욕 제츠 전 역전패가 아니라 토니 로모를 믿을 수 있느냐는 데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순간 성급한 판단으로 인터셉션을 너무 자주 당하는 토니 로모로는 미래가 밝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의견이 떠오르고 있다.

새삼스럽지 않은 얘기이지만, 매우 일리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토니 로모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잘 무너지는 쿼터백은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해도 절대로 성공한 엘리트 쿼터백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공한 쿼터백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 수비를 읽고 이해하는 눈과 머리, 강한 어깨와 정확한 패스 능력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침착하게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도 반드시 요구된다.

NFL 엘리트 쿼터백으로 불리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의 톰 브래디(Tom Brady)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들은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고 파편이 날아다녀도 꿈쩍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패스를 하는 것에만 몰두할 것 같은 스타일이다. 어떠한 위기가 닥쳐도 당황하거나 허둥대지 않고 침착하게 일을 제대로 해결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필드에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듬직해 보인다. 그만큼 믿음이 간다는 것이다. 하늘이 통째로 무너져내려도 눈썹 하나 찡긋하지 않고 솟아날 구멍을 찾아낼 것 같은 친구들이다. 이런 게 프로페셔널이다.

그러나 토니 로모에겐 브래디, 매닝처럼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대학을 나와 드래프트 되지도 못하고 영원한 3군 쿼터백 신세로 보낼 것 같았던 무명 선수가 전세계 스포츠 팀 중 두 번째로 가치가 높은 팀인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주전 쿼터백이 되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드라마틱한 것은 사실이다. 제법 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성을 잃고 성급한 결정을 하는 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토니 로모는 절대 NFL 엘리트 쿼터백이 될 수 없다.

물론 앞으로 나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80년생 로모는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다. 로모는 2003년부터 달라스 카우보이스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2006년 시즌부터 카우보이스의 주전 쿼터백으로 뛰었다. NFL 경력 9년차에 주전 쿼터백 6년차라면 절대 어린 아이가 아니다. 이 정도의 경력과 경험이라면 지금쯤 열매를 맺어야 할 때이지 앞으로 계속해서 성숙,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할 단계가 아니다. 그 때는 이미 지났다.

그렇다면 로모의 습득 능력이 매우 더딘 것이 아니면 여기까지가 그의 한계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현재로썬 이러한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야 2011년 정규시즌이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토니 로모의 시대가 저무는가'라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물론 이런 기사를 쏟아대는 것도 성급한 행동이다. 토니 로모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일 수는 있어도 당장 쿼터백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시즌엔 어찌 될 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금년 시즌엔 별 이상이 없는 한 토니 로모로 끝까지 갈 것이다.

그.러.나...

작년 시즌엔 토니 로모보다 백업 쿼터백 존 킷나(Jon Kitna)가 더 많은 경기를 이겼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록 시즌 첫 경기는 토니 로모가 혼자서 말아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15개 경기가 더 남아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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