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QB 토니 로모, 헤드코치 신임 잃었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강호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와의 원정경기에서  20대16으로 패했다.카우보이스와 패트리어츠의 경기는 항상 점수가 많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이번엔 어떻게 졌을까?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주 전 카우보이스 홈에서 벌어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와의 경기에서경기 후반에 어이없이 무너지며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뉴욕 제츠(New York Jets)와의 시즌 오프너에서도 역시 경기 후반에 무너지면서 큰 점수차 리드를 날리고 역전패를 당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또 역전패를 당했을까?

16대13으로 앞서 있다가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겨두고 패트리어츠에 역전 터치다운을 내주며 패했으므로 또 역전패를 당한 것은 맞다.

그렇다면 토니 로모가 또 4쿼터에 인터셉션을 연발하며 무너졌냐고?

그건 아니다. '역전패를 당했다'는 결과는 같지만 이번엔 그 과정이 조금 다르다.

토니 로모는 이번 경기에선 1쿼터에 인터셉트를 당하며 2주 전 디트로이트 라이온스 전의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로모 뿐만 아니라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Tom Brady)까지 나사가 풀린 듯 했다. 브래디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홈경기에서 그들답지 않게 인터셉션 2개, 펌블 2개 등 턴오버 실수를 여러 차례 범하면서 달라스 카우보이스 흉내(?)를 냈다. 양팀 모두 헬멧이 은색인 데다 짙은 파란색 유니폼을 즐겨 입는 공통점이 있는 관계로 얼핏보면 헷갈릴 수도 있는 팀이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인데, 이날 경기에선 양팀 모두 사이좋게 삽질까지 하다보니 마치 같은 팀끼리 연습경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래 카우보이스는 곤색보다 흰색 유니폼을 즐겨 입는데, 이날 경기에선 카우보이스가 곤색 유니폼을 입고 패트리어츠가 흰색을 입고 나온 바람에 더 헷갈렸다.


문제는 운명(?)의 4쿼터가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토니 로모는 이전 경기들과는 달리 4쿼터에 별다른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또다시 4쿼터에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패트리어츠에 승리를 헌납하는 게 아닌가 했으나 (적어도) 이번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패의 가장 큰 책임은 토니 로모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왜냐, 카우보이스가 승리 굳히기를 해야하는 순간 카우보이스 헤드코치가 안전한 플레이를 택했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3분여를 앞두고 카우보이스는 16대13으로 3점 차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카우보이스 수비는 톰 브래디의 패트리어츠 공격을 제법 효과적으로 막고 있었으므로, 마지막 3분만 버티면 승리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기나긴 3분을 어떻게 버티냐 였다.

카우보이스의 목표는 남은 시간을 모두 소비시켜 톰 브래디와 패트리어츠 오펜스에 마지막 공격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소비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계속해서 러닝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경기 막판에 리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할 때 사용하는 것이 러닝 플레이다. 패싱 공격 대신 러닝 공격을 사용하는 이유는 러닝 공격을 하면 러닝백이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경기 시계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패싱 공격을 했을 경우 리씨버가 공을 받지 못하면서 패스가 실패로 끝나면 시계가 자동으로 멈추지만 러닝 공격은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은 시간을 빨리 소비하는 게 첫 번째 미션인 경우엔 러닝 공격을 한다.

그런데 이번 시즌 들어 카우보이스의 러닝 공격이 미덥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지난 90년대엔 쿼터백 트로이 에익맨(Tory Aikman), 와이드 리씨버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 타잇엔드 제이 노바첵(Jay Novacek) 등이 패싱 공격으로 점수 차를 벌려놓고 경기 후반엔 러닝백 에밋 스미스(Emmitt Smith)가 시간을 소비해 가면서 경기를 마무리하곤 했지만 지금의 카우보이스엔 이러한 위닝 포뮬라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만약 카우보이스가 공격권을 상대 팀에 넘겨주면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한 무시무시한 톰 브래디를 상대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선 후회를 할 때 하더라도 모험을 택했어야 했다. 러닝 플레이로 시간을 소비시키려 할 게 아니라 패싱 공격으로 밀어부치면서 추가 득점을 노렸어야 했다. 러닝 플레이로 시간을 끌고 싶어도 러닝백이 퍼스트 다운을 계속 해주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는데, 카우보이스 러닝백들이 패트리어츠 수비를 상대로 막판에 꾸준히 전진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으므로 싫든 좋든 토니 로모의 패싱 공격에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은 모험 대신 안전을 택했다. 패싱 공격으로 모험을 하는 대신 러닝 공격으로 시간을 최대한 끌어보자는 쪽으로 작전을 지시한 것이다. 러닝 공격을 시도해봤자 시간을 얼마 소비하지도 못하고 공격권을 패트리어츠에 넘겨주게 될 것이 뻔해 보였는데도 헤드코치 개렛은 러닝 공격을 지시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퍼스트 다운을한 두 차례는 해야 승리를 굳힐 수 있었던 상황이었으므로 러닝 공격으로 시간을 조금 소비해봤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개렛은 안전한 러닝 공격을 지시했다.


결국 카우보이스는 퍼스트 다운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으며,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데도 실패한 채 펀트로 패트리어츠에 공격권을 넘겨줬다.

이 쯤 되었으면 NFL을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면 '카우보이스가 졌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3점 차로 간신히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 NFL에서 베스트 중 베스트로 불리는 톰 브래디가 버티고 있는 패트리어츠 오펜스에 마지막 공격 기회를 넘겨줬으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톰 브래디는 경기 종료 20여초를 남겨두고 역전 패싱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패트리어츠 20, 카우보이스 16.

 물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이는 토니 로모의 책임이 아닌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의 판단 미스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만약 토니 로모가 4쿼터에 무너지는 버릇이 없었다면?

다시 말하자면, 헤드코치 개렛이 토니 로모를 믿었다면  그 상황에 누가 봐도 안 될 게 뻔해 보였던 러닝 플레이를 반복으로 지시했겠냐는 것이다.

헤드코치 개렛이 토니 로모에게 패싱 공격을 지시하지 않은 덕분에 토니 로모는 이번 경기의 직접적인 패인으로 지목받는 걸 면할 수 있었다. 아주 좋은 경기를 펼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 경기처럼 '로모 때문에 졌다'는 지적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이슨 개렛이 마지막 순간 토니 로모의 패싱 공격에 의존하지 않고 러닝 공격으로 무모한 시간끌기를 택한 이유는 로모에 대한 믿음이 예전만 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이번 시즌 들어 벌써 두 번 씩이나 경기 막판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던 토니 로모에게 또다시 부담을 주기 싫었을 수도 있지만, 로모에 대한 개렛의 믿음이 변함없었다면 그 순간 러닝 공격을 반복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토니 로모가 제이슨 개렛의 신임을 잃은 것일까?

2주 전 지독한 역전패를 경험한 토니 로모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였을 수도 있다. 16대1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던 경기 후반에 토니로모에 패스를 지시했다가 인터셉트라도 당하면 또다시 "토니 로모의 막판 실수 때문에 또 졌다"는 비난이 쏟아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 때는 지더라도 "로모 때문에 졌다"는 비난은 피하고 보자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얘기가 이렇게 되면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게 된다. 그 때 그 상황에선 승리를 굳히기 위해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토니 로모가 패싱 공격으로 추가 득점을 노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는데 제이슨 개렛은 승리 대신 토니 로모에 안전한 플레이를 지시한 게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살살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카우보이스가 반드시 추가 득점을 했어야만 했다는 건 아니다. 추가 득점을 하겠다는 기세로 공격을 진행했더라면 퍼스트 다운을 여러 차례 계속 했을 것이고, 이렇게 공격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을 소비할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러싱 공격으론 시간을 소비하는 게 천상 불가능했으니 조금 위험해 보이더라도 패싱 공격으로 이판사판 쐐기박기를 하는 게 현명했다는 것이다.

물론 세 차례 패스 시도 실패로 시간을 소비하지도 못하고 바로 공격권을 넘겨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라도 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개렛은 단 한 차례도 패스 공격을 지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결정적인 순간 토니 로모가 또 인터셉트를 당하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 당하는 게 아닌지 두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개렛은 자신의 주전 쿼터백이 결정적인 순간 팀을 승리로 이끌 것으로 믿지 않는다는 게 된다. 많은 풋볼 팬들과 마찬가지로 제이슨 개렛도 토니 로모를 불안하게 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제이슨 개렛도 새가슴?

이번 시즌으로 정식 NFL 헤드코치 데뷔를 한 '초보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의 한계일까?

많은 풋볼팬들은 토니 로모와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지난 2주 전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극복했는지가 관심사였다. 질 땐 지더라도 1주간 쉬면서 그 충격에서 벗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전에서 역전패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또다른 멜트다운이 두려워 소심해지고 위축된 모습만을 보여줬다.

카우보이스가 패트리어츠를 잡고 W를 낚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으므로 카우보이스가 패했다는 점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어떻게 졌느냐가 가장 신경에 걸린다.

물론 다음 주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다음 주 상대는 0승5패 시즌 전적의 세인트 루이스 램스(St. Louis Rams).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비하면 쉬운 상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는 2011년 들어 아직까지 1승도 기록하지 못한 약체 세인트 루이스 램스에 시즌 첫 승을 헌납하기 딱 알맞아 보인다. 그것도 역전패로...

과연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이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 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