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4일 화요일

'홈랜드', 걸작 스파이 TV 시리즈 될 가능성 보인다

최근에 나오는 스파이 픽션들은 대부분 중동 테러리즘을 소재로 한 것들이다. 국가 대 국가의 첩보전을 그린 과거 냉전시대 스파이 소설과는 달리 요즘엔 알 카에다와 같은 중동 테러조직을 추적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중동 테러리스트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리얼한 모던 스파이 스릴러 소재로는 그것이 최고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쇼타임의 새 TV 시리즈 '홈랜드(Homeland)'도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를 추적하는 CIA의 이야기를 그린 중동 테러리스트 소재의 스파이 드라마다.

우선 스토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니콜라스(데이미언 루이스)는 알 카에다에 잡혀 8년간 포로 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구조된 미 해병대 병사다. 사망한 것으로 알았던 니콜라스가 8년만에 살아 돌아오자 미국에선 그에게 영웅 대접을 해준다.

그런데 니콜라스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바로 CIA 에이전트 캐리(클레어 데인)다. 캐리가 니콜라스를 의심하는 이유는 그녀가 이라크에서 마지막으로 입수한 정보가 "미군 포로 중에 알 카에다로 전향한 자가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캐리가 이 정보를 입수했을 때만 해도 니콜라스가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갑자기 니콜라스가 살아서 돌아오자 혹시 그가 변절자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선 아무도 그녀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어느 누구도 니콜라스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자 캐리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니콜라스의 집에 카메라와 도청장지를 설치한 뒤 그의 모든 것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들통나면 교도소에 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허락없이 밀어부친 것이다.

니콜라스가 분명히 거짓말을 하는 부분이 있으며,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가 테러리스트와 한 패라는 증거도 없다.

캐리가 과민반응을 보인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니콜라스는 미국에 테러공격을 하기 위해 침투한 테러리스트일까?


분위기를 보아하니 '홈랜드'는 니콜라스가 테러리스트냐 아니냐를 놓고 오락가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에피소드에선 니콜라스가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의심스럽게 보이다가도 다른 에피소드에선 이와 반대로 테러리스트라는 의심이 전혀 들지 않도록 하면서 그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도록 하는 쪽으로 흘러갈 게 분명해 보였다.

그렇다면 니콜라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캐리가 의심하는 대로 니콜라스가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으며, 거꾸로 알 카에다에 침투한 CIA 에이전트일 수도 있다. 알 카에다는 니콜라스를 자기네 편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CIA가 심어놓은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캐리는 한쪽 소스만을 듣고 '변절한 미군 포로가 있다'는 정보만 알고 있을 뿐이므로 이 모든 게 그녀가 모르고 있는 CIA의 또다른 오퍼레이션일 수도 있다. 따라서 니콜라스가 실제로 알 카에다와 접촉을 한다고 하더라도 덮어놓고 그를 테러리스트로 몰아선 안 된다. 성질이 급해 보이는 캐리는 니콜라스가 아랍계 인물과 접촉하는 순간 바로 레드 플래그를 뽑아들 수도 있지만, 니콜라스가 알 카에다에 침투한 CIA 에이전트라면 오히려 캐리가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상상은 자유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니콜라스의 정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드라마를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을 듯 하다는 점이다.

이 정도라면 '홈랜드'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잡아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전쟁영웅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는다'는 설정도 흥미로웠으며, 니콜라스의 정체에 대한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파트도 앞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질 것 같았다.


또 한가지 눈에 띈 것은 잭 바우어(Jack Bauer)라는 인기 캐릭터를 탄생시킨 FOX의 인기 TV 시리즈 '24'와 비슷한 데가 많다는 점이었다. 캐릭터도 다르고 스토리 역시 달랐지만 '24'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 만큼 전체적인 스타일과 분위기가 '24'의 그것과 비슷했다. 아마도 '24' 제작진이 참여한 새로운 시리즈이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24'처럼 하이테크 액션/스릴러가 되진 않을 듯 하다. '24'는 잭 바우어라는 수퍼 에이전트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액션 위주의 시리즈였으나 '홈랜드'는 내부에 침투한 적을 잡아내는 '몰 헌팅' 성격의 보다 전형적인 클래식 스파이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홈랜드'는 시대배경은 현재이지만 분위기는 과거 냉전시대의 스파이 스릴러인 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드라마가 끝난 뒤 흐르는 엔딩 곡이 다른 하이테크 액션 스릴러처럼 전자음악이 아니라 과거 6~70년대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재즈 풍이라는 점도 우연이 아닐 듯 하다.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니콜라스 역을 맡은 데이미언 루이스(Damian Lewis)는 NBC의 형사 미스테리 시리즈 '라이프(Life)'에서 전직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치어리더 사라 샤히(Sarah Shahi)와 함께 출연했던 영국 배우다. 캐리 역의 클레어 데인스(Claire Danes)는 리오나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와 함께 출연한 '로미오 앤 줄리엣(Romeo+Juliet)', '터미네이터 3(Terminator 3)', '스타더스트(Stardust)' 등의 영화에 출연했던 낯익은 여배우다. 뿐만 아니라 니콜라스의 아내, 제시카도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다. ABC의 SF 시리즈 'V' 리메이크에서 외계인 리더 역을 맡았던 브라질 태생 여배우 모레나 배커린(Morena Baccarin)이다.


▲모레나 배커린(왼쪽), 데이미언 루이스(오른쪽)

그렇다. 쇼타임의 새 시리즈 '홈랜드'는 스토리부터 분위기와 스타일, 출연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매우 흥미를 끄는 드라마다. '홈랜드'는 '24'를 즐겨 보던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스파이 스릴러물 팬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걸작 스파이 TV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중동 테러리스트를 다룬 스파이 물엔 '일단 천천히'로 접근하는 버릇이 있는데, 쇼타임의 '홈랜드'엔 강하게 끌린다.

아무래도 매주 마다 꼬박꼬박 찾아 보게 될 시리즈가 하나 더 생긴 듯 하다.

'홈랜드'는 매주 일요일 밤 10시(미국 동부시간) 프리미엄 채널 쇼타임에서 방영된다.

댓글 5개 :

  1. 휴~ 이제 댓글 달 수 있나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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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음.. 한국에선 언제쯤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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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KEN:
    정확하게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직접 테스트해봤더니 IE에선 디폴트 세팅으로 안 되구요,
    프라이버시 세팅을 한 단계 낮춰야만 되더라구요.
    그러나 파이어폭스와 구글 크롬에선 됐습니다.
    사파리에선 되다 안 되다 해서 잘 모르겠구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임베디드 폼을 팝업 폼으로 바꿨습니다.
    혹시 IE 사용하시나요? IE 말고 파이어폭스나 크롬도 사용하시나요?
    IE에선 댓글 등록이 안 될 수 있다고 써놓고 임베디드로 돌아갔으면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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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즈라더:
    한국에도 곧 들어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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