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랜 만에 대승 - 90년대 카우보이스를 봤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2011년 시즌 서프라이징 팀 중 하나인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와의 홈경기에서 모처럼 대승을 거뒀다. 버팔로 빌스는 마치 임자를 만난 듯 했다. 달라스의 '카우보이'들은 버팔로에서 온 '들소'들을 탁월한 실력으로 다루며 44대7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무척 오랜 만에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44대7이란 큰 점수차로 대승을 거뒀다는 점 뿐만 아니라 오르락내리락 하던 롤러 코스터 시즌에서 벗어나 2연승을 거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버팔로 빌스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토니 로모(Tony Romo)와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경기가 시작한 지 채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7대0으로 앞섰다.

▲데즈 브라이언트(#88)의 터치다운 순간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카우보이스에 터치다운을 내준 버팔로 빌스는 추격에 나섰다. 그러나 빌스의 첫 번째 오펜시브 플레이는 카우보이스 스타 라인배커 디마커스 웨어(DeMarcus Ware)의 쿼터백 쌕이었다. 공격의 출발이 좋지 않았던 빌스 오펜스는 별다른 공격을 해보지도 못한 채 공격권을 다시 카우보이스에 넘겨줬다. 그러자 토니 로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와이드리씨버 로렌트 로빈슨(Laurent Robinson)에 패싱 터치다운을 성공시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2쿼터가 시작하자 마자 로빈슨에게 58야드 장거리 터치다운 패스를 또 성공시키며 21대0으로 앞섰다.

쿼터백 토니 로모는 경기 시작에서 2쿼터가 시작한 지 3분이 채 지나기 전까지 11개의 패스를 던져 모두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터치다운 패스를 3개나 만들어 내는 등 신들린 모습을 보였다.

화끈한 패싱어택으로 경기를 시작한 토니 로모는 마지막까지 큰 실수를 하지 않았으며, 26개의 패스 중 23개를 성공시키면서 모두 270 야드를 던졌고 3개의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인터셉션은 없었다.

버팔로 빌스 전의 토니 로모는 분명히 달라 보였다.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들로 다 이겼던 경기를 놓치며 역전패를 당하는 빌미를 만들었던 이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내가 언제 그런 적이 있었느냐'는 듯 토니 로모는 버팔로 빌스 전에서 톰 브래디(Tom Brady),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 퀄리티의 엘리드 쿼터백의 모습을 보여줬다.


패싱어택 뿐만 아니라 러닝어택도 만족스러웠다. 부상으로 빠진 주전 러닝백 필릭스 존스(Felix Jones)를 대신해 주전 롤을 맡은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DeMarco Murray)는 역시 '물건'이었다. 머레이는 버팔로 빌스 전에서도 러싱 터치다운 1개를 기록하며 100야드 이상을 달렸으며, 로모로부터 스크린 패스도 여러 차례 받는 등 러싱공격 뿐만 아니라 패싱공격에서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머레이는 태클을 하려는 버팔로 빌스 수비수의 머리 위로 점프를 해 뛰어넘는 재주까지 보여주며 점프실력까지 과시했다. 대학을 갓 나온 어린 루키라서 그런지 문자 그대로 날아다녔다.

▲버팔로 빌스 수비수를 뛰어넘는 디마코 머레이(#29)
오펜스 뿐만 아니라 디펜스도 버팔로 빌스 오펜스를 상대로 단 1개의 터치다운만 내주며 좋은 경기를 가졌다. NFL 최강 런 디펜스를 자랑하던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버팔로 빌스의 스타 러닝백 프레드 잭슨(Fred Jackson)에게 100야드가 넘는 러싱야드를 헌납했다는 게 옥의 티이긴 하지만,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인터셉션 3개(그 중 하나는 리턴 터치다운으로 연결됐다)와 펌블 1개 등 토탈 4개의 턴오버를 만들어내며 빌스 오펜스를 봉쇄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카우보이스 44, 빌스 7.

90년대 말 카우보이스 헤드코치를 맡았던 적이 있었던 현재 버팔로 빌스 헤드코치 챈 게일리(Chan Gailey)는 그의 이전 팀 카우보이스에 박살패를 당하고 돌아가게 됐다.

챈 게일리가 카우보이스 헤드코치였던 90년대 말 카우보이스의 주전 쿼터백은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이었고 백업 쿼터백은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이었다. 그렇다. 현재 달라스 카우보이스 헤드코치인 바로 그 제이슨 개렛이다. 개렛은 90년대 카우보이스의 백업 쿼터백 출신이다.

챈 게일리, 제이슨 개렛 등 90년대 카우보이스 멤버들이 많이 모였기 때문일까? 버팔로 빌스 전에서 보여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모습이 마치 90년대 카우보이스를 보는 듯 했다.

90년대 카우보이스는 경기 초반엔 쿼터백 트로이 에익맨과 와이드리씨버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의 패싱어택으로 점수 차를 벌려 놓고, 후반엔 러닝백 에밋 스미스(Emmitt Smith)의 러닝어택으로 시간을 소비해가며 경기를 마무리하곤 했다. 패싱공격과 러닝공격이 모두 잘 풀렸기 때문에 빠르게 점수를 내야 할 땐 패싱공격으로 한 다음 시간을 소모하면서 승리 굳히기를 할 때엔 러닝공격으로 밀고 가며 추가 터치다운을 했다.

버팔로 빌스 전에서의 카우보이스가 딱 그랬다. 연달아 세 개의 패싱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21대0으로 앞선 카우보이스는 수퍼스타 러닝백으로 떠오른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가 꾸준하게 뛰어주면서 경기를 여유있게 풀어갔다. 금년 시즌 들어 경기 후반에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지는 버릇을 보이던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도 버팔로 빌스 전에선 전반에만 터치다운 패스를 3개 성공시킨 뒤 후반엔 여유있게 게임을 풀어갔다.

물론 버팔로 빌스가 운이 없게도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그런' 경기를 가졌던 덕분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토니 로모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주전 쿼터백이 된 이래 지금까지 믿을 만한 러닝백과 함께 한 적이 없었다. 위협적인 러닝백과 함께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토니 로모가 이끄는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거의 전적으로 패싱공격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토니 로모의 패싱야드가 과거 90년대 트로이 에익맨의 것보다 많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도 패스와 런의 비율이 패스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카우보이스를 상대하는 수비팀들도 런 디펜스보다 패스 디펜스 쪽에 비중을 두게 됐고, 결과적으로 토니 로모가 패싱공격을 풀어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상대 수비팀이 카우보이스의 러닝어택은 위협으로 판단하지 않고 패싱어택만 막으면 된다는 쪽으로 나오자 토니 로모도 그만큼 패스를 성공시키기 더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가 수퍼스타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카우보이스를 상대하는 수비팀들이 '토니 로모의 패싱공격만 막으면 된다'던 데서 이젠 '디마코 머레이도 잊어선 안 된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로모, 데즈 브라이언트, 제이슨 위튼(Jason Witten) 등 카우보이스 패싱공격의 주요 선수들에만 신경을 쏟다간 이젠 디마코 머레이의 러닝어택에 뚫리는 수가 있어서다. 머레이가 러닝 플레이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면 상대 수비팀은 런 디펜스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런 페이크 패스(플레이 액션 패스)로 수비의 허점을 노리는 패싱어택을 할 기회가 열린다. 디마코 머레이의 활약이 단지 러닝공격 뿐만 아닌 패싱공격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눈에 띄게 공격을 순조롭게 풀어가기 시작한 것은 디마코 머레이가 주전 러닝백을 맡고 나서부터다. 대패했던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전에선 경기 초반부터 워낙 점수 차가 나는 바람에 달릴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머레이는 70야드 이상을 뛰었다.

그렇다면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드디어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은 것일까?

조금 더 두고봐야 겠지만, 현재로써는 '그렇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디마코 머레이는 NFL 수퍼스타 러닝백이 될 만한 선수로 보인다. 지금처럼 계속 좋은 플레이를 보인다면 머레이는 토니 로모의 패싱공격으로 쏠리던 부담을 크게 덜어줄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로모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실수도 줄여줄 것이므로 그를 지금보다 나은 쿼터백으로 만드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경기 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주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 전에서 디마코 머레이가 139야드를 뛰는 동안 쿼터백 토니 로모는 279야드를 던지며 2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고, 인터셉션은 없었다.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주 버팔로 빌스 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머레이는 빌스 전에서도 135야드를 달렸고, 그 사이 로모는 270 패싱야드에 터치다운 3개, 인터셉션 0개를 기록했다.

▲공을 들고 달리는 디마코 머레이(#29)
여기서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자. 카우보이스 러닝백이 2주 연속으로 100야드 이상의 러싱야드를 기록한 적이 언제였던가?

잠깐! 그럼 2011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그 지긋지긋한 롤러 코스터에서 드디어 내린 것이냐고?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2011년 카우보이스가 머레이의 등장과 함께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그러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주 카우보이스 상대가 5연패 늪에 빠지며 승리에 목이 마른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이기 때문이다. 믿음직스러운 플레이오프 팀이라면 비실거리는 레드스킨스 정도는 무난하게 넘어가야 정상이겠지만, 카우보이스는 아직 그 만한 신뢰가 가지 않는 팀일 뿐더러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는 디비전 라이벌 간의 매치라는 변수 때문에 '롤러 코스터와의 이별' 파트는 일단 다음 주 결과를 본 이후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 하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롤러 코스터 탈출 뿐만 아니라 벌써 후반에 접어든 2011년 달라스 카우보이스 시즌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90년대 카우보이스를 세 차례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끌었던 에익맨-스미스-얼빈 '트리플렛'처럼 로모-머레이-브라이언트의 21세기 버전 '트리플렛'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상당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2011년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NFC 동부 1위에 올라있는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가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에 패하면서 카우보이스와 한 경기 차로 좁혀진 점은 긍정적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카우보이스의 미래가 그다지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

댓글 2개 :

  1. 어...엄청난 스코어..
    일방적인 경기...
    아쉽게도 영상이 없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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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경기는 뭐 달라스 혼자서 했죠...^^
    대개 이렇게 박살나거나 상대를 박살내는 경기들이 있더라구요.
    이 정도 스코어라면 축구에선 4대0, 5대0 정도의 경기라고 할 수 있을 듯.

    영상은... 짤렸지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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