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007 23탄 'SKYFALL'의 수염난 제임스 본드 - 또 면도기 PPL?

얼마 전 영국 타블로이드 썬(The Sun)이 "제임스 본드 스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본드23'에서 턱수염을 기르고 나온다"고 보도한 적이 있었다. 썬의 기사가 나온 것은 'SKYFALL' 프레스 이벤트가 있기 며칠 전이었는데, 이 때엔 이 기사에 아무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임스 본드는 항상 깔끔하게 면도를 한 클린-컷 캐릭터였는데 턱수염을 기르고 나온다는 게 말이 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썬의 기사가 나왔을 무렵 다니엘 크레이그가 턱수염을 기른 상태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영화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었을 뿐 제임스 본드 영화 촬영을 위해 기른 것으로 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SKYFALL' 프레스 컨퍼런스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턱수염을 그대로 기른 채 나타나면서 '혹시 진짜 아니냐'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턱수염 본드'는 사실로 밝혀졌다. 런던에서 촬영개시한 'SKYFALL' 촬영장소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턱수염을 그대로 기른 채로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랜지 로버(Range Rover) 뒷좌석에 턱수염을 기른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앞좌석에 앉아있는 배우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서 MI6의 치프 오브 스태프 빌 태너(Bill Tanner) 역을 맡았던 로리 키니어(Rory Kinnear)다.

본드와 태너가 같은 차에 타고 있는 것을 보니 함께 MI6로 이동 중인 씬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언제쯤인지는 모르겠어도 런던 도심을 누비는 추격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MI6 멤버들이 이동 중이거나 HQ에 도착한 직후 적의 공격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포인트는 런던 추격씬이 아니라 제임스 본드가 턱수염을 기르고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니 도대체 왜 미스터 본드가 지저분하게 턱수염을 기르고 등장하는 것일까?

물론 여기에도 배경 스토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여러 추측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SKYFALL'에 제임스 본드가 턱수염을 기른 채 등장하는 씬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턱수염을 기른 채로 가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써는 '본드가 턱수염을 기르고 나오는 부분이 있다'는 정도로 보는 게 옳을 듯 하다. 무언가 사연이 있어서 수염을 길렀다가 바로 깔끔하게 면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영화에서 면도기 광고를 하려는 것일까?

지난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 면도기 광고를 화끈하게 해준 적이 있으므로 이번에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닐 듯 하다. '다이 어나더 데이'는 40주년 기념작이었는데, 까짓 거, 50주년 기념작 'SKYFALL'에 면도기 PPL을 넣는다고 해서 크게 탈 날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다이 어나더 데이'의 면도 씬을 되돌아 보기로 하자.

 '다이 어나더 데이'에선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이 북한에서 포로 생활을 하면서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본드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전기 면도기로 깔끔하게 면도를 한 뒤 예전의 클린-컷 캐릭터로 돌아갔다.


바로 저 씬에서 본드가 사용한 면도기는 필립스의 노렐코(Norelco) 면도기다. 이것을 잊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이냐면, '다이 어나더 데이' 개봉 전후로 노렐코-007 타이-인 광고들이 쏟아져나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염을 기른 모습을 보인 제임스 본드가 피어스 브로스난이 처음은 아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덥수룩하게 기른 모습을 보인 건 브로스난이 처음이겠지만,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의 본드가 영화에 나온 적은 전에도 있었다.

그렇다. 숀 코네리(Sean Connery)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서다. 골드핑거(거트 프로브)에 생포된 본드가 골드핑거의 자가용 비행기에서 면도를 하지 않아 거뭇거뭇하게 수염이 자란 모습으로 의식을 되찾는다.


그렇다. 바로 이 씬에서 헐리우드 역대 가장 섹시한 이름을 가진 여자 캐릭터 푸씨 갈로어(Pussy Galore)가 자기 소개를 한다. 007 시리즈 최고의 본드걸로 꼽히는 푸씨 갈로어는 영국 여배우 오너 블랙맨(Honor Blackman)이 맡았다.


바로 이 씬에서 본드도 유명한 대사를 한 줄 남겼다.

"Just a drink. Martini... shaken, not stirred..."


당시 숀 코네리의 이러한 포스와 매력은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숀 코네리 = 제임스 본드'로 통하지만, 사실 숀 코네리는 원작소설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었다. 제임스 본드는 상류층 귀족 출신 장교 분위기가 흘러야 하는 캐릭터인데 코네리는 그쪽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바람에 원작자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코네리 캐스팅을 탐탁치 않아 했으나, 여성들에게 코네리의 첫 인상을 물어본 뒤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자 그를 본드로 인정했다.

하지만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기로 하고, 다시 면도기로 넘어가기로 하자.

거뭇거뭇하게 수염이 자란 채 비행기에 오른 본드는 기내 화장실에서 깔끔하게 면도를 한다.


이 때 본드가 사용한 면도기는 아래의 것과 비슷한 종류의 질레트(Gillette) 면도기다.


제임스 본드의 면도 씬은 1973년작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도 나온다.

로저 무어(Roger Moore)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였던 '죽느냐 사느냐'에선 본드(로저 무어)가 샌 모니크(San Monique)라는 가상의 카리브 해 섬나라에 도착해 호텔에서 면도를 한다.


그러나 수염이 자란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면도 씬은 있었는데 수염이 자란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던 것. 사실 본드는 또 면도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깔끔하게 면도를 한 상태였다.

아래는 면도를 하기 전 본드의 모습.


저 상태에서 면도를 왜 또 했냐고?

낸들 알겠수? 영화 제목이 'Live and Let SHAVE'인 줄 알았나보지...

자 그렇다면 2012년 개봉 예정인 007 시리즈 23탄 'SKYFALL'에도 면도 씬이 나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번엔 본드가 어떤 면도기를 광고 해주려나?

물론 본드가 수염을 기르고 나온다고 해서 면도 씬이 반드시 나오거나 면도기 광고가 영화에 들어간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본드가 수염을 기르고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물론 영화 전체에 턱수염을 기른 채로 출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서 면도를 하지 않은 본드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본드팬들은 턱수염을 기른 채 촬영에 임하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작진은 왜 본드가 턱수염을 기르고 출연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징계 등을 받아 면도도 안 하고 오랫동안 폐인처럼 지냈다', '휴가에서 돌아왔다' 정도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본드가 교도소 생활을 하다가 풀려난 것이라면 가장 쉽게 이해가 될 듯 하지만...

아무튼 미스터 본드가 면도기 광고를 또 하려고 수염을 기른 것인지, 쓸데 없는 것에 변화를 주려는 제작진의 장난이 또 도진 것인지, 아니면 본드가 수염을 기르게 된 이유에 대한 납득이 갈 만한 설명이 영화에 나오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4개 :

  1. 하나하나 씩 발표되니 기분 좋습니다. 차는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협찬하는걸수도 있겠네요.
    그럼 본드카는 재규어????
    암튼 발표가 조만간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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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현재로썬 재규어와 랜지로버는 MI6 차량으로 보입니다.
    재규어엔 M이 타고 있고 랜지로버엔 본드와 태너가 타고 있었죠.
    랜드로버와 재규어가 영국 브랜드 자동차이므로 뭐 이상할 건 없어 보입니다.
    문제는 본드카인데...
    제 생각엔 아스톤 마틴이 돌아오거나 별다른 본드카가 나오지 않거나 하지 않을까 합니다.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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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떤 스토리로 전개 될지 궁금하네요...
    ogongbond님 말씀대로 면도기 ppl이 있을지도 궁금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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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제임스 본드가 왜 수염을 기르고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설명을 듣고나면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현재는 맘에 별로 아니 듭니다.
    007 시리즈가 2시간짜리 상품광고이므로 면도기 PPL은 충분히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별로 보고싶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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