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SKYFALL'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007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는 감정적인 맥락(Emotional context)을 띄고 있으며, 영화를 통해 그 의미가 밝혀질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많은 정보가 새나오지 않았으므로 섯불리 추측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면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SKYFALL' 프레스 릴리스에 소개된 오피셜 시놉시스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SKYFALL' 오피셜 시놉시스는 "Bond's loyalty to M is tested as her past comes back to haunt her. As MI6 comes under attack, 007 must track down and destroy the threat, no matter how personal the cost."라고 되어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어도 본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의미를 떠나서 'SKYFALL'이란 제목이 007 시리즈 제목으로 썩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왠지 공상과학영화 제목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보다는 나은 제목인 것만은 분명하다. 2013년 개봉 예정의 20세기 폭스의 액션 시리즈 '다이하드 5(Die Hard 5)'의 오피셜 타이틀이 'A Good Day to Die Hard'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웃음거리가 됐던 것에 비하면 'SKYFALL'은 양반이라 할 수 있다. 'SKYFALL'도 '골드핑거(Goldfinger)', '옥토퍼시(Octopussy)' 등 한 단어로 된 다른 007 시리즈 제목처럼 익숙해지면 곧 괜찮아질 듯 하다.
또한 'SKYFALL'은 지난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와 달리 주제곡 제목으로도 알맞아 보인다.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는 영화 제목과 다른 제목의 주제곡을 사용했는데 이번엔 영화 제목과 같은 주제곡을 기대해봐도 될 듯 하다.
('카지노 로얄' 주제곡 제목은 'You Know My Name', '콴텀 오브 솔래스'는 'Another Way to Die'였다.)
다른 것은 모르겠어도 일단 출연진 하나 만큼은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루머에 나돌았던 하비에르 바뎀(Javier Bardem),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 등이 모두 출연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의 유명한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을 기초로 한 1974년 영화에서 주인공 엘큘 포와로 역을 맡았던 영국 배우 알버트 피니(Albert Finney)도 출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974년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엔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출연했었는데 이번엔 제임스 본드 영화에 엘큘 포와로로 유명한 알버트 피니가 출연하게 됐다.
여기에 M 역의 주디 덴치(Judi Dench), 베레니스 말로히(Bérénice Marlohe)와 나오미 해리스(Naomi Harris) 등 본드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랄프 파인즈는 'SKYFALL'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핸드폰 링톤을 제임스 본드 테마로 해놓았다고 한다. 파인즈는 현재 뉴욕에 와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니까 "딩디디딩딩~♬" 하는 유명한 제임스 본드 테마가 흘러나왔다고...
(이 양반이 나도 안 하는 짓을...)
▲왼쪽부터: 바뎀, 말로히, 멘데스(감독), 덴치, 크레이그, 해리스, 그리고 브로콜리와 윌슨(프로듀서) |
007 시리즈는 원작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다. 원작에 얼마나 충실하게 영화로 옮겼느냐는 문제는 둘 째다.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 자체가 원작을 기반으로 삼았느냐 아니냐다.
초기 007 시리즈는 모두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출발해서 살을 붙여가는 식으로 스크립트를 썼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플레밍의 원작이 바닥난 이후부턴 스크린라이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스토리를 새로 만들어야만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튼튼하게 받쳐주던 이언 플레밍 원작의 기반이 없어지자 스크립트 퀄리티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영화로 옮겨지지 않았던 플레밍 소설의 여러 파트들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새로운 스토리를 탄생시켰던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은 의외로 성공적이었으나 그 이후의 작품들은 거의 모두 실망스러웠다.
007 시리즈가 다시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가는 건 2006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라이센스 문제로 오피셜 007 시리즈로 제작하지 못하고 남겨뒀던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을 드디어 오피셜 007 시리즈로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은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이후 19년만에 처음으로 이언 플레밍의 원작으로 되돌아간 영화였다. '리빙 데이라이트'가 15탄이고 '카지노 로얄'이 21탄이므로 그 사이에 나온 다섯 편의 007 시리즈는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영화였다.
투명 자동차가 나오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카지노 로얄'로 넘어오자 많은 차이가 보였다. 단지 제임스 본드의 얼굴과 영화의 분위기만 달라지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제법 탄탄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삼은 상태에서 살을 붙여나가자 스토리의 퀄리티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나아진 것이다.
그러나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는 또다른 얘기였다. 제목만 플레밍의 원작소설에서 따왔을 뿐 내용은 100% 새로운 것이었는데, 원작을 기반으로 삼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차이가 얼마나 심하게 나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임스 본드의 얼굴과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편 '카지노 로얄'과 똑같았으며 줄거리마저도 전편과 이어졌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플레밍의 원작 없이 만들었던 브로스난 시대의 영화들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바로 들었다.
그렇다면 'SKYFALL'은?
'SKYFALL'은 이언 플레밍의 소설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플레밍이 남긴 제임스 본드 소설 중에 'SKYFALL'이란 제목의 소설이 없으므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100% 새로운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일까?
샘 멘데스 감독은 이전 영화와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까지 억지로 연결시켜가며 플레밍의 원작 분위기를 살린다고 하다가 망친 만큼 '카지노 로얄' 붙들고 늘어지기는 '콴텀 오브 솔래스'로 끝내기로 한 듯 하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듣자 마자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번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한 듯 하다.
그렇다면 이번엔 '카지노 로얄'을 붙들고 늘어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스크립트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
007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은 'SKYFALL'도 지난 '카지노 로얄'처럼 탄탄한 줄거리와 훌륭한 캐스트, 풍부한 액션이 가득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엔 출연진도 '콴텀 오브 솔래스'보다 나은 데다 007 시리즈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영국 영화감독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은 만큼 전편처럼 수상한 영화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스크립트엔 물음표가 붙지만 과거 브로스난 시절처럼 황당무계한 내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데다 지난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카지노 로얄'에 억지로 매달리는 듯한 줄거리도 아닐 것이므로 의심스럽긴 해도 살짝 기대를 걸어 본다.
'SKYFALL'에 히든 카드가 있다면, 전통적인 007 시리즈 요소들이 얼마나 돌아올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밝혀진 것은 제임스 본드와 M이 등장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없다. 지난 프레스 컨퍼러스에서 한 기자가 샘 멘데스에게 가젯이 등장하냐는 질문을 던졌으나 멘데스는 즉답을 피하고 "놀라운 점들이 많을 것(Lots of surprises)"이라고만 답했다. 만약 낯익은 007 시리즈 캐릭터 Q와 너무 요란스럽지 않은 수준의 가젯들이 'SKYFALL'로 돌아온다면 화려한 출연진과 함께 주요 볼거리 중 하나가 될 게 분명하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Q와 가젯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007 시리즈가 과거처럼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찾아가지 않고 있으며 이번 'SKYFALL'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이므로 몇몇 가젯들이 영화에 등장한다면 갈수록 볼거리가 사라지고 있는 007 시리즈에 새로운 눈요깃 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월7일부터 런던에서 촬영에 들어간 007 시리즈 23탄 'SKYFALL'이 어떠한 영화로 만들어지는지 앞으로 지켜보기로 하자.
그런데 'SKYFALL'의 한글 제목은 무엇이 될까? '스카이팔'? '스카이펄'? 아니면 '스카이폴'?
아무래도 이번엔 영어 원제와는 다른 한글 제목이 달릴 것 같다.
저는 왠지 MI6 헤드쿼터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24에서 CTU 헤드쿼터가 귀멸당했던 장면이 연상되었습니다. 잭 바우어가 그 위기를 해결했던 것처럼 JB가 그런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답글삭제아뭏든 범작이든 걸작이든 기대가 됩니다^^
현재 007 시리즈 MI6엔 궤멸당할 만한 캐릭터들이 없어서...^^
답글삭제궤멸당해봤자 눈에 띄는 캐릭터는 M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크레이그의 본드 영화에 MI6 HQ가 제대로 나온 적도 없었죠.
아무래도 이번 영화가 주디 덴치의 마지막이 되지 않겠나 하므로,
이번 영화에서 M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봤습니다.
이것으로 여러 가지를 트리거링할 수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아직은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서 제작진이 런던에서 어떤 씬을 찍었는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곧 조금씩 알려지겠죠...^^
한국 제목이 걱정되는군요..-_-;;
답글삭제개인적으론 에 대해서 나름 긍정적이긴
합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 자체의 이야기로,
본드 무비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다르겠지만.
이번 엄청난 출연진은 아무래도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한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겠죠?
감독하나 잘 들이니, 이런 출연진도 만나보고 참..+_+
해리포터가 알폰소 쿠아론 감독으로 개리 올드만을
캐스팅했던 게 떠오르는군요.
한국제목은 뭐 알아서 하겠죠...^^
답글삭제빵빵한 출연진을 만드는데 멘데스의 역할이 컸을 수는 있지만,
이번 영화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죠.
모든 프로젝트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스페셜하게 만들기 위해 준비된 또는 예견된 결과이지 감독 하나 때문은 아니라고 봅니다.
네임밸류도 좋지만 007 시리즈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결과물이 제대로 나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이름 빼고 없게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