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9일 월요일

'티보 미라클'은 계속됐다 - 덴버 브롱코스, 스틸러스 상대로 극적인 승리

작년 NFL 플레이오프의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던 팀은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였다. 작년 시즌 7승9패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시혹스는 강호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를 상대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거두며 NFL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금년엔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의 차례였다.

NFL 경험이 부족한 쿼터백 팀 티보(Tim Tebow)가 이끄는 덴버 브롱코스가 오버타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강호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를 극적으로 누르고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 라운드를 통과했다.

덴버 브롱코스는 8승8패의 좋지 않은 전적에도 불구하고 AFC 서부 챔피언에 오르면서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내면서 와일드카드 경기 홈필드 어드밴티지까지 얻어냈다. 작년에 시애틀 시혹스가 7승9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NFC 서부 챔피언에 오르면서 와일드카드 경기를 홈에서 치뤘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 재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한 팀이 수퍼보울 팀이라는 점도 같았다. 작년엔 시혹스가 2009년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 뉴 올리언스 세인츠를 상대로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하더니 금년엔 브롱코스가 2010년 시즌 AFC 챔피언으로 수퍼보울까지 올라갔던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집으로 보내버렸다.

그래서 였나? 왠지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덴버 브롱코스의 경기에서 '업셋의 향기'가 풍기는 듯 했다.

실제로, 전반은 덴버 브롱코스의 소유였다. 성공적인 NFL 주전 쿼터백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패싱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브롱코스의 어린 쿼터백 팀 티보(Tim Tebow)는 NFL 1위 디펜스인 스틸러스를 상대로 장거리 패스를 간단하게 성공시키며 전반을 20대6으로 마쳤다.

그러나 후반은 스틸러스의 몫이었다. 추격에 나선 스틸러스는 브롱코스가 후반에 필드골을 하나 추가하는 데(3점) 그치는 동안 터치다운 2개와 필드골 1개를 보태며 23대23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작년 시즌 플레이오프 오버타임 규칙이 변경된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오버타임 경기가 벌어졌다.

작년 시즌부터 적용된 새로운 플레이오프 오버타임 규칙의 핵심은 '선제 공격 팀이 필드골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정규시즌 오버타임에선 선제 공격 팀이 필드골을 성공시키면 먼저 득점한 팀이 이기는 서든 데스(Sudden Death) 룰에 의해 경기가 끝난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오버타임에선 선제 공격 팀이 필드골을 성공시키면 경기를 끝내지 않고 상대 팀에게 공격 기회를 준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오버타임에서 만약 선제 공격 팀이 필드골이 아닌 터치다운을 했을 경우엔 서든 데스 룰에 따라 경기가 종료된다. 이는 수비 팀이 펌블 또는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을 했을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늘 벌어진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덴버 브롱코스의 와일드카드 매치는 작년 시즌에 바뀐 새로운 플레이오프 룰이 적용된 첫 번째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변경된 룰은 작년 시즌부터 적용되었으나 작년엔 오버타임까지 간 플레이오프 경기가 하나도 없었던 바람에 오늘 벌어진 스틸러스와 브롱코스의 경기가 새로운 오버타임 룰이 적용된 첫 번째 플레이오프 경기가 됐다.

그러나 새로운 플레이오프 오버타임 룰을 제대로 느낄 겨를이 없었다. 오버타임 코인토스에서 선제 공격권을 얻어낸 덴버 브롱코스가 오버타임이 시작하기 무섭게 터치다운을 했기 때문이다. 브롱코스 쿼터백 팀 티보가 던진 오버타임 첫 번째 패스가 80야드 터치다운 패스로 이어진 것이다.

스틸러스 디펜스는 브롱코스가 오버타임 첫 번째 공격시도에서 러닝공격을 선택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브롱코스 쿼터백 팀 티보는 와이드리씨버 디매리어스 토마스( Demaryius Thomas )에 패스를 했고, 공을 받은 토마스는 추격하는 스틸러스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엔드존까지 끝까지 달렸다.

▲브롱코스(곤색 유니폼)가 오버타임 첫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팀 티보의 패스를 받은 디매리어스 토마스

▲패스를 받아 엔드존까지 끝까지 달리는 토마스

▲토마스가 골라인을 넘어서는 순간

그렇다. '티보 미라클'은 계속 됐다. 2011년 시즌 중간에 브롱코스 주전 쿼터백이 된 팀 티보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NFL 팬들의 시선을 붙잡더니,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다시 한 번 '티보 미라클'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덴버 브롱코스의 극적인 오버타임 터치다운 순간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자.

① 후방 수비를 맡은 스틸러스 세이프티 라이언 먼디(Ryan Mundy)가 런 공격으로 판단하고 전진한다.

▲ 후방에서 앞으로 전진하는 라이언 먼디(붉은 원 안)
②  라이언 먼디가 전진 수비를 하자(붉은 원 안) 브롱코스 와이드리씨버 디매리어스 토마스는 먼디의 뒤쪽 빈 공간으로 달린다(노란색 화살표).

▲ 전진수비를 하는 라이언 먼디(붉은 원 안)
③ 런 공격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전진수비를 하던 라이언 먼디는 브롱코스가 패스를 시도하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U턴을 한다.

▲ U턴을 하며 디매리어스 토마스를 따라 붙는 라이언 먼디(붉은 원 안)

④ 그러나 이미 '님은 먼 곳에...' 였다.

필드 중앙이 완전히 비어있는 것(노란 원 안)을 본 브롱코스 쿼터백 팀 티보는 바로 그곳으로 공을 던졌고, 스틸러스 세이프티 라이언 먼디는 그를 따돌린 채 패스를 받아 달리는 와이드리씨버 디매리어스 토마스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덴버 브롱코스 29, 스틸러스 23.

팀 티보가 오버타임이 시작하기 무섭게 승부를 결정짓는 터치다운을 성공시키자 사이드라인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존 엘웨이(John Elway)가 마치 자신이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한 듯 양손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지난 90년대 브롱코스를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던 쿼터백 출신 엘웨이는 현재 브롱코스의 바이스 프레지던트로 활동하고 있다.

▲양팔을 들고 환호하는 존 엘웨이

반면, 스틸러스 벤치 쪽은 분위기가 달랐다. 간신히 동점을 만들어 오버타임까지 왔는데 아무 것도 시도해볼 틈도 없이 브롱코스에 바로 터치다운을 내주며 패하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 벤치에 앉아 멍한 표정을 짓는 하인스 워드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한 스틸러스 헤드코치 마이크 톰린(Mike Tomlin)
플레이오프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충격패 당한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2011년 시즌을 접으며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덴버 브롱코스의 포스트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와일드 카드 라운드를 통과한 브롱코스는 다음 주 메사추세츠 주로 이동해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와 디비져널 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는 덴버 홈에서 벌어졌던 2011년 정규시즌 경기에서 덴버 브롱코스를 대파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엔 뉴 잉글랜드 홈에서 다시 만나게 됐으니 덴버 브롱코스에겐 매우 매우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패싱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시즌 내내 받았던 브롱코스의 주전 쿼터백 팀 티보는 NFL 수비 1위 팀인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상대로 무려 316야드를 던졌고, 2개의 패싱 터치다운과 1개의 러싱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스틸러스 수비가 2011년 시즌 들어 300야드 이상의 패싱야드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 스틸러스의 패배는 팀 티보를 막기 위해 세웠던 작전이 맞아떨어지지 않은 결과였다. 팀 티보의 패스 능력을 과소 평가했다가 당한 면이 있다. 그러므로 오늘 경기를 지켜 본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다음 주에 스틸러스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뉴 잉글랜드 수비는 2011년 시즌 전체 NFL 32개 팀 중에서 31위에 랭크됐다. 공격엔 강하지만 수비가 약점인 팀이다. 그러므로 팀 티보와 덴버 브롱코스 오펜스에 또 시동이 걸리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또 나올 수도 있다.

과연 브롱코스가 다음 주에도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받자 CBS의 NFL 애널리스트들은 다들 이런 표정을 지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땐 덴버 브롱코스가 이길 챈스가 없어 보이지만 '티보 미라클'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좀 애매하다는 뜻으로 보였다.


과연?

아무래도 뉴 잉글랜드의 벽을 넘긴 매우 힘들어 보이지만, 덴버가 피츠버그의 철벽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들도 많지 않았으므로...

덴버 브롱코스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는 오는 토요일(14일) 저녁 8시(미국 동부 시간) 열린다.

댓글 4개 :

  1. 오공본드님 리뷰 잘 봤습니다.. 마지막 사진 단체로 티보잉 하는건가요? ㅋㅋ
    어제 세인츠도 전반에 맘졸이게 하고 이겼기에 오늘 스틸러스도 전반 불안했지만 내심 후반에 잘하리라 믿고있었고 예상이 맞았었죠... 하지만 오버타임 시작하자마자 이건 뭥미? 하고 끝나버리니 참... 저 하인즈 워드의 표정이었죠.
    이제 제 패이보릿 팀 중 세인츠만 남았네요. 49ers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지만 브리즈만 믿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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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글쎄 그렇게 지더군요...^^
    플레이오프 오버타임 서든데스 룰을 바꾸긴 했다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처럼 보였습니다.
    터치다운을 했더라도 상대 팀에 반격할 기회를 줘야할 것 같은데...

    제 생각엔 뉴 올리언스 세인츠가 방문 팀 중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SF도 만만치 않지만 세인츠 오펜스도 만만치 않으므로...
    다음 주 경기들이 다들 재밌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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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스틸러스 팬으로서 정말 숨막히게 본 경기인데, 연장 11초만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제 억장도 무너지네요...
    동전 하나로 갈린 승부라고 말하면 스틸러스 팬의 치졸한 투덜거림이려나요. -_ㅠ)아아 정말 슬픕니다.
    이것으로 티보는 기존의 팬을 제대로 흡수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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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그렇게 한방에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플레이오프 오버타임에선 필드골론 경기를 못 끝내니까 터치다운 한방으로 그냥 끝내더군요.
    무엇보다도 스틸러스 수비가 방심한 게 가장 큰 패인인 것 같습니다.
    먼디와 폴라말루 모두 런 디펜스를 하고 있었으므로 사싵상 빅 패스 플레이 기회를 내준 셈이죠.
    원래 저렇게 퍼스트 다운에 기습 패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터치다운을 내주면 그냥 패하는 서든데스 오버타임 상황이었던 만큼,
    스틸러스 수비가 기습 패스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더라면 저렇게 한방에 가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수비가 내준 기회를 제대로 살려 킬샷을 날린 덴버 오펜스의 승리였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저도 NFL 오버타임 룰을 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전처럼 선제공격팀이 필드골만 넣어도 끝나던 데선 발전했다지만,
    오버타임 시작하기 무섭게 터치다운 패스 성공시키면 허무하게 끝나는 것도 별로 좋지 않은 듯 합니다.
    하지만 선수 부상위험, 중계방송 시간 문제 등등의 이유 때문에,
    오버타임 룰이 만족스러울 만큼 개선되긴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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