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이 발표됐다. 대부분 예상했던 후보들이 노미네이션을 받았으나, 뜻밖의 후보들이 올라오는 대신 무난하게 후보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작품들이 떨어진 경우도 눈에 띄었다.
자 그렇다면 과연 금년엔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금년엔 작년과 달리 10개 작품이 아닌 9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후보작들은 '아티스트(The Artist)', '디센던트(The Descendants)', '헬프(The Help)',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휴고(Hugo)',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머니볼(Moneyball)',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워 호스(War Horse)' 등 9개작이다.
일부에선 '해리 포터' 마지막 편(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 PART II)과 '드래곤 타투(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의외'라고 주장하고있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금년엔 쓸데 없는 '들러리'를 없애기로 결정한 듯 하다. 지금 현재 헐리우드의 분위기가 섹시-팬시-디지털-3D 쪽이 아닌 것 같은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9개 작품상 후보작 중에 수상 가능성이 큰 영화는 어느 것일까?
작품상 후보작 9개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아티스트', '디센던트', '휴고', '미드나잇 인 파리', '머니볼', '트리 오프 라이프' 등 6개가 전부다. 지난 주말 개봉한 9/11 테러를 소재로 한 드라마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는 내가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의 '헤이와이어(Haywire)'를 보는 바람에 아직 보지 못했고, '헬프'와 '워 호스'는 별로 끌리지 않아서 아직 보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내가 본 6개 영화 중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영화는 '아티스트'다.
'아티스트'는 흑백에 무성영화다. 디지털 아이맥스 3D가 판치는 요즘엔 공짜로 보라고 해도 안 본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관심 밖의 영화로 보이기 딱 알맞은 영화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디지털 아이맥스 3D는 고사하고 흑백일 뿐더러 화면 비율도 와이드스크린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는 무성영화다. 배경음악만 줄기차게 흘러나올 뿐 출연배우들의 음성은 일체 나오지 않는다. '아티스트'는 20세기 초 무성영화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구닥다리로 무시하면 곤란하다. '아티스트'는 볼 만한 영화를 만드는 데는 색깔도, 대사 한 줄도 필요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디지털, 3D, 아이맥스, 특수효과 등등으로 돈과 기술을 처바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었지만, 재미없는 영화를 비싸고 힘들게 만드는 요즘 헐리우드가 오히려 초라해 보이도록 만드는 영화였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21세기인 지금 100여년 전 스타일의 흑백 무성영화를 재미있게 보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 한마디만 하겠다 - 잔소리 말고 직접 가서 보라고...
아직도 이런 영화를 이렇게 몰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수만 번은 본 듯한 케케묵은 내용이지만, 디지털 3D가 판치는 21세기에도 흑백 무성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티스트'는 2012년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작품, 감독, 음악, 연기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할 만한 자격이 충분한 영화인 만큼 당연한 결과다.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한물 간 무성영화 스타 조지 역을 맡은 장 두자딘(Jean Dujadin), 조지가 발굴해 발성영화 시대의 여스타로 성장한 페피 역의 베레니스 베조(Berenice Bejo) 모두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 연기만으로도 연기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장 두자딘은 남우주연, 베레니스 베조는 여우조연에 각각 노미네이트됐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수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이들이 수상하더라도 멋질 듯 하다.
남우주연, 여우조연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 감독, 편집, 각본, 촬영, 미술, 의상, 음악(스코어) 부문은 다들 노려볼 만 하다.
만약 컬러 화면과 음성 등을 갖춘 보다 컨벤셔널 스타일의 영화를 원한다면?
그렇다면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휴고(Hugo)'가 좋은 대안이다.
'휴고'는 어린이용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인 만큼 어린이/패밀리 영화라는 점이 먼저 눈에 띄는 영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인 어린이용 영화인 것도 아니다. 실존했던 프랑스 영화인 조지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의 이야기와 슬쩍 겹쳐지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스토리를 살짝 훑고 넘어가기로 하자.
영화 '휴고'는 시계수리공 아버지를 둔 어린 프랑스 소년 휴고(아이사 버터필드)의 이야기다. 아버지(주드 로)와 함께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 모양의 미스테리한 기계장치를 수리하던 휴고는 아버지가 갑자기 화재로 사망하자 그의 술주정뱅이 삼촌을 따라 기차 역에서 기거하며 역에 설치된 커다란 시계들을 맞추는 일을 하며 생활하게 된다. 사람 모양을 한 미스테리한 기계장치를 새 보금자리로 들고 온 휴고는 필요한 파트들을 훔쳐가며 계속 수리에 매달리는데, 어느날 기차 역에서 장난감을 파는 노인 조지(벤 킹슬리)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그에게 걸린다. 여기서부터 휴고는 조지와 그의 손녀 이사벨(클로이 모레츠)과 자꾸 얽히게 되면서 그가 수리하던 기계장치의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를 (문자 그대로 열쇠다) 얻게 된다...
마틴 스콜세지 버전의 '씨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라 할 만한 '휴고'는 작품, 촬영, 의상, 미술, 감독, 편집, 음악(스코어), 음향편집, 사운드 믹싱, 시각효과, 각색 등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휴고'는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서 '메이저 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법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린이용 영화라는 게 걸리는 부분이다. 휴고가 기계장치의 미스테리를 푸는 과정을 그린 모험, 허구와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뒤섞은 줄거리, 초창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 등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했지만, 그래봤자 결국은 어린이들을 겨냥한 영화라는 점이 문제다. 지난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어린이용 영화 'E.T'가 작품, 감독, 편집, 스크린플레이 등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나 음악, 사운드, 음향편집, 시각효과 4개 부문만 수상하는데 그쳤던 것이 반복될 수 있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아티스트'는 싹쓸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반면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최다 노미네이트작 '휴고'는 약간 힘들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유력 후보는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주연의 드라마 '디센던트(The Descendants)'다. 사고로 인해 코마에 빠진 아내를 둔 하와이 딸딸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메디(드라마 + 코메디) '디센던트'는 조니 클루니에게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드디어 안겨줄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센던트'는 남우주연, 작품, 감독, 편집, 각색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디센던트'의 스토리를 간추리면 대충 이렇다:
사고로 코마에 빠진 아내가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자 맷(조지 클루니)은 사고뭉치인 두 딸과 함께 아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큰 딸을 통해서 알게 된 맷은 크게 분노하면서도 '그 놈'에게도 아내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온가족이 함께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의 '불륜남'을 찾아 나선다...
줄거리가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하게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스토리다. 영화 자체는 클루니의 2010년 영화 '업 인 디 에어(Up in the Air)'와 여러모로 비슷한 데가 아주 많았으나, 너무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 때문인지 '업 인 디 에어'보다 나은 영화로 보이진 않았다.
'디센던트'는 '아티스트', '휴고'와 함께 작품상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용 영화 '휴고'보다 성인용 패밀리 드라마 '디센던트'가 수상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다. 현재로썬 '아티스트'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만큼 '디센던트'가 언더독인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 '아티스트'가 미끄러진다면 '디센던트'가 작품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디센던트'가 노려볼 만한 부문은 남우 주연상과 각색상이다.
남우 주연상 후보로는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 '아티스트'의 장 두라딘, '머니볼'의 브래드 핏(Brad Pitt),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의 개리 올드맨(Gary Oldman) 등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 있으나, 이번엔 클루니가 남우 주연상을 받을 차례가 아닌가 싶다. '머니볼'의 브래드 핏도 노려볼 만 하지만, 현재로썬 조지 클루니가 프런트 러너다.
각색상 후보로는 '디센던트', '머니볼', '휴고', '아이즈 오브 마치(The Ides of March)',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있다. '디센던트'는 하와이 출신 여작가가 쓴 소설을 영화로 옮겼으며, '휴고'는 어린이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유명한 영국의 스파이 소설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몰헌팅 첩보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이 중에서 내가 직접 읽은 책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하나가 유일한 만큼 각색상도 그 영화가 받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성인용 미국 패밀리 소설을 영화로 옮긴 '디센던트'가 받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브래드 핏 주연의 야구영화 '머니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 남우주연, 남우조연, 각색, 편집, 사운드 믹싱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머니볼'은 운이 따른다면 한 두개 수상할 수 있을 듯 하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른다.
자 그럼 작품상 후보는 이 정도까지 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시각효과상은 누가 받을지 한 번 짚어보자.
시각효과 부문엔 '해리 포터(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 PART II)', '라이즈 오브 더 플래닛 오브 에입스(Rise of the Planet of Apes)', '리얼 스틸(Real Steel)',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휴고' 등 다섯 편이 후보에 올랐다.
내 생각엔 시각효과상은 '플래닛 오브 에입스'에 갈 것 같다.
그.러.나...
8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시각효과를 맡았던 007 베테랑 존 리처드슨(John Richardson)을 밀어주는 게 아무래도 도리일 듯 하다. 그러므로 나는 '해리 포터'를 밀련다...
자 그렇다면 과연 금년엔 아카데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작품상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금년엔 작년과 달리 10개 작품이 아닌 9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후보작들은 '아티스트(The Artist)', '디센던트(The Descendants)', '헬프(The Help)',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휴고(Hugo)',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머니볼(Moneyball)',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워 호스(War Horse)' 등 9개작이다.
일부에선 '해리 포터' 마지막 편(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 PART II)과 '드래곤 타투(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것이 '의외'라고 주장하고있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금년엔 쓸데 없는 '들러리'를 없애기로 결정한 듯 하다. 지금 현재 헐리우드의 분위기가 섹시-팬시-디지털-3D 쪽이 아닌 것 같은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9개 작품상 후보작 중에 수상 가능성이 큰 영화는 어느 것일까?
작품상 후보작 9개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아티스트', '디센던트', '휴고', '미드나잇 인 파리', '머니볼', '트리 오프 라이프' 등 6개가 전부다. 지난 주말 개봉한 9/11 테러를 소재로 한 드라마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는 내가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의 '헤이와이어(Haywire)'를 보는 바람에 아직 보지 못했고, '헬프'와 '워 호스'는 별로 끌리지 않아서 아직 보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내가 본 6개 영화 중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작품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이는 영화는 '아티스트'다.
'아티스트'는 흑백에 무성영화다. 디지털 아이맥스 3D가 판치는 요즘엔 공짜로 보라고 해도 안 본다고 할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관심 밖의 영화로 보이기 딱 알맞은 영화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디지털 아이맥스 3D는 고사하고 흑백일 뿐더러 화면 비율도 와이드스크린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는 무성영화다. 배경음악만 줄기차게 흘러나올 뿐 출연배우들의 음성은 일체 나오지 않는다. '아티스트'는 20세기 초 무성영화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구닥다리로 무시하면 곤란하다. '아티스트'는 볼 만한 영화를 만드는 데는 색깔도, 대사 한 줄도 필요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디지털, 3D, 아이맥스, 특수효과 등등으로 돈과 기술을 처바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었지만, 재미없는 영화를 비싸고 힘들게 만드는 요즘 헐리우드가 오히려 초라해 보이도록 만드는 영화였다.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해도 21세기인 지금 100여년 전 스타일의 흑백 무성영화를 재미있게 보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딱 한마디만 하겠다 - 잔소리 말고 직접 가서 보라고...
아직도 이런 영화를 이렇게 몰두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수만 번은 본 듯한 케케묵은 내용이지만, 디지털 3D가 판치는 21세기에도 흑백 무성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티스트'는 2012년 아카데미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작품, 감독, 음악, 연기상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할 만한 자격이 충분한 영화인 만큼 당연한 결과다.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한물 간 무성영화 스타 조지 역을 맡은 장 두자딘(Jean Dujadin), 조지가 발굴해 발성영화 시대의 여스타로 성장한 페피 역의 베레니스 베조(Berenice Bejo) 모두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 연기만으로도 연기상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장 두자딘은 남우주연, 베레니스 베조는 여우조연에 각각 노미네이트됐다. 현실적으로 이들이 수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이들이 수상하더라도 멋질 듯 하다.
남우주연, 여우조연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 감독, 편집, 각본, 촬영, 미술, 의상, 음악(스코어) 부문은 다들 노려볼 만 하다.
만약 컬러 화면과 음성 등을 갖춘 보다 컨벤셔널 스타일의 영화를 원한다면?
그렇다면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휴고(Hugo)'가 좋은 대안이다.
'휴고'는 어린이용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인 만큼 어린이/패밀리 영화라는 점이 먼저 눈에 띄는 영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인 어린이용 영화인 것도 아니다. 실존했던 프랑스 영화인 조지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의 이야기와 슬쩍 겹쳐지기 때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스토리를 살짝 훑고 넘어가기로 하자.
영화 '휴고'는 시계수리공 아버지를 둔 어린 프랑스 소년 휴고(아이사 버터필드)의 이야기다. 아버지(주드 로)와 함께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간 모양의 미스테리한 기계장치를 수리하던 휴고는 아버지가 갑자기 화재로 사망하자 그의 술주정뱅이 삼촌을 따라 기차 역에서 기거하며 역에 설치된 커다란 시계들을 맞추는 일을 하며 생활하게 된다. 사람 모양을 한 미스테리한 기계장치를 새 보금자리로 들고 온 휴고는 필요한 파트들을 훔쳐가며 계속 수리에 매달리는데, 어느날 기차 역에서 장난감을 파는 노인 조지(벤 킹슬리)의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그에게 걸린다. 여기서부터 휴고는 조지와 그의 손녀 이사벨(클로이 모레츠)과 자꾸 얽히게 되면서 그가 수리하던 기계장치의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를 (문자 그대로 열쇠다) 얻게 된다...
마틴 스콜세지 버전의 '씨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이라 할 만한 '휴고'는 작품, 촬영, 의상, 미술, 감독, 편집, 음악(스코어), 음향편집, 사운드 믹싱, 시각효과, 각색 등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휴고'는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서 '메이저 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법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어린이용 영화라는 게 걸리는 부분이다. 휴고가 기계장치의 미스테리를 푸는 과정을 그린 모험, 허구와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뒤섞은 줄거리, 초창기 영화에 대한 이야기 등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했지만, 그래봤자 결국은 어린이들을 겨냥한 영화라는 점이 문제다. 지난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어린이용 영화 'E.T'가 작품, 감독, 편집, 스크린플레이 등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나 음악, 사운드, 음향편집, 시각효과 4개 부문만 수상하는데 그쳤던 것이 반복될 수 있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아티스트'는 싹쓸이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반면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최다 노미네이트작 '휴고'는 약간 힘들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나의 유력 후보는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주연의 드라마 '디센던트(The Descendants)'다. 사고로 인해 코마에 빠진 아내를 둔 하와이 딸딸이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메디(드라마 + 코메디) '디센던트'는 조니 클루니에게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드디어 안겨줄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센던트'는 남우주연, 작품, 감독, 편집, 각색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디센던트'의 스토리를 간추리면 대충 이렇다:
사고로 코마에 빠진 아내가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자 맷(조지 클루니)은 사고뭉치인 두 딸과 함께 아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준비를 한다. 그러던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큰 딸을 통해서 알게 된 맷은 크게 분노하면서도 '그 놈'에게도 아내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온가족이 함께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의 '불륜남'을 찾아 나선다...
줄거리가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하게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스토리다. 영화 자체는 클루니의 2010년 영화 '업 인 디 에어(Up in the Air)'와 여러모로 비슷한 데가 아주 많았으나, 너무 평범해 보이는 스토리 때문인지 '업 인 디 에어'보다 나은 영화로 보이진 않았다.
'디센던트'는 '아티스트', '휴고'와 함께 작품상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어떻게 보면 어린이용 영화 '휴고'보다 성인용 패밀리 드라마 '디센던트'가 수상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다. 현재로썬 '아티스트'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만큼 '디센던트'가 언더독인 것은 사실이지만, 만약 '아티스트'가 미끄러진다면 '디센던트'가 작품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디센던트'가 노려볼 만한 부문은 남우 주연상과 각색상이다.
남우 주연상 후보로는 '디센던트'의 조지 클루니, '아티스트'의 장 두라딘, '머니볼'의 브래드 핏(Brad Pitt),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의 개리 올드맨(Gary Oldman) 등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 있으나, 이번엔 클루니가 남우 주연상을 받을 차례가 아닌가 싶다. '머니볼'의 브래드 핏도 노려볼 만 하지만, 현재로썬 조지 클루니가 프런트 러너다.
각색상 후보로는 '디센던트', '머니볼', '휴고', '아이즈 오브 마치(The Ides of March)',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있다. '디센던트'는 하와이 출신 여작가가 쓴 소설을 영화로 옮겼으며, '휴고'는 어린이 소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유명한 영국의 스파이 소설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몰헌팅 첩보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이 중에서 내가 직접 읽은 책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하나가 유일한 만큼 각색상도 그 영화가 받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성인용 미국 패밀리 소설을 영화로 옮긴 '디센던트'가 받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브래드 핏 주연의 야구영화 '머니볼'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 남우주연, 남우조연, 각색, 편집, 사운드 믹싱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머니볼'은 운이 따른다면 한 두개 수상할 수 있을 듯 하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지도 모른다.
자 그럼 작품상 후보는 이 정도까지 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시각효과상은 누가 받을지 한 번 짚어보자.
시각효과 부문엔 '해리 포터(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ollows PART II)', '라이즈 오브 더 플래닛 오브 에입스(Rise of the Planet of Apes)', '리얼 스틸(Real Steel)',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휴고' 등 다섯 편이 후보에 올랐다.
내 생각엔 시각효과상은 '플래닛 오브 에입스'에 갈 것 같다.
그.러.나...
8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시각효과를 맡았던 007 베테랑 존 리처드슨(John Richardson)을 밀어주는 게 아무래도 도리일 듯 하다. 그러므로 나는 '해리 포터'를 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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