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8일 화요일

84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프렌치 커넥션

84회 아카데미 시상식도 별다른 이변없이 막을 내렸다. 예상했던 대로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The Artist)'가 작품, 감독, 남우주연, 음악, 의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앞서 열린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쓸어담았던 '아티스트'는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역시 예상대로 주요 부문 트로피들을 쓸어갔다.

이렇게 해서 '아티스트'는 1929년 제 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윙스(Wings)' 이후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은 무성영화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무성영화는 '윙스'와 '아티스트' 2편이 전부다.

이어 '아티스트'에서 주연을 맡았던 프랑스 영화배우 장 두자딘(Jean Dujardin)은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첫 번째 프랑스 남자 배우가 됐다. 프랑스 여배우들은 미국 아카데미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은 바 있지만 프랑스 남자 배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유일한 최다 수상작은 아니다.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의 '휴고(Hugo)' 역시 촬영, 미술, 사운드 에디팅, 사운드 믹싱, 시각효과 등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작품, 감독 등 굵직한 부문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간 대신 음향, 시각효과 등 주로 기술적인 부문은 '휴고'로 몰렸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사이 좋게 트로피를 다섯 개씩 나워 가져간 '아티스트'와 '휴고'는 20세기 초 영화계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점, 프랑스와 관계가 깊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아티스트'는 20세기 초 헐리우드를 무대로 한 프랑스 영화라면, '휴고'는 20세기 초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인 조지 멜리에스(Georges Melies)가 등장하는 히스토리컬 픽션 미국 영화다.

다시 말하자면, 20세기 초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프랑스 영화와 20세기 초 프랑스 영화인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영화가 10개의 아카데미 트로피를 쓸어간 것이다.

'휴고'에서 조지 멜리에스 역을 맡은 벤 킹슬리(오른쪽)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프렌치 커넥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각본상도 프랑스와 관계 있는 영화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 영화는 바로 우디 앨렌(Woody Allen) 감독의 판타지-로맨틱-코메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다. 작품상, 감독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각본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역시 아카데미 각본상은 우디 앨렌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게 돌아갔다.

만약 아카데미에 '최고 포스터상'이 있다면 '미드나잇 인 파리'가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티스트' 포스터도 만만치 않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 만큼 스타일리쉬하진 않다.


이렇게 해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프랑스와 관계가 깊은 영화 세 편이 작품, 감독, 남우주연, 각본, 촬영, 음악, 의상, 미술, 사운드 에디팅, 사운드 믹싱, 시각효과 등 11개의 트로피를 쓸어갔다.

이밖으로 여우 주연상은 예상했던 대로 '아이언 레이디(The Iron Lady)'의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받았으며, 남우 조연상은 '비기너(Beginners)'의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 여우 조연상은 '헬프(The Help)'의 옥태비아 스펜서(Octavia Spencer)에 돌아갔다. '아티스트'로 남우 주연상을 받은 장 두자딘까지 포함해 모든 연기상은 이변 없이 예상했던 후보에게 모두 돌아갔다.

'비기너'로 남우 조연상을 받은 82세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최고령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자가 되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스타,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8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무대 계단을 뛰어서 올라갔으며, 수상 소감에선 84회째를 맞은 아카데미가 82세인 자신과 2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그동안 어디에 있었느냐"고 오스카 트로피에 농담을 던졌다.

횟수로 따지면 84회를 맞이한 오스카 트로피가 82세의 플러머보다 2살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제 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플러머가 태어난 해와 같은 1929년에 열렸으므로 햇수로 따지면 서로 동갑이다.

무대로 뛰어서 올라가는 82세의 크리스토퍼 플러머

오스카 트로피에게 "그동안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는 크리스토퍼 플러머

각색상 역시 예상했던 대로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주연의 '디센던트(The Descendants)'에게 돌아갔다. 영국 아카데미에선 영국 소설을 영화로 옮긴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가 받았으나 미국 아카데미에선 미국 소설을 영화로 옮긴 '디센던트'에게 돌아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것은 '휴고'가 '플래닛 오브 에입스(Planet of Apes)'와 '해리 포터'를 제치고 시각효과상을 받은 것이 될 듯 하다. 편집상이 '드래곤 타투(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에 간 것도 의외이긴 했지만 시각효과가 '휴고'에게 돌아간 것이 더욱 뜻밖의 결과였다. 누가 상을 받을지 너무 뻔히 보인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이번엔 아카데미가 '서프라이즈 어택'을 몇 차례 날린 듯 했는데, '휴고'의 시각효과상 수상도 그 중 하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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