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6일 월요일

뉴욕 자이언츠, 예상대로 수퍼보울 승리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가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다. 몇 주 전만 해도 7승7패로 골골거리던 팀이 수퍼보울에 올리 우승까지 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이언츠가 9승7패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도 NFC 동부가 전부 못한 덕분으로 보였을 뿐 과분해 보였다. 그러나 자이언츠의 뒷심은 대단했다. 시즌 막판에 부상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뒤늦게 정신을 차린 자이언츠는 7승7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이후부터 연승을 거두더니 수퍼보울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Congratulation New York!!

하지만 쇼킹한 결과는 아니다. NFL을 어지간히 본 사람들이라면 뉴욕 자이언츠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를 잡고 우승할 것을 다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패트리어츠가 아닌 다른 팀이 자이언츠와 수퍼보울에서 맞붙었더라면 예측하기가 보다 힘들었겠지만 자이언츠 vs 패트리어츠 수퍼보울 리매치는 한마디로 결과가 나와있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점수는 많이 나지 않을 것이고, 마지막에 득점하는 팀이 이길 것이며, 그것이 '엘리트 쿼터백 킬러', '마지막 4쿼터에 강한 쿼터백'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이 이끄는 뉴욕 자이언츠가 될 것이라는 정도는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예측할 수 있었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뉴욕 자이언츠의 경기 씨나리오는 너무나도 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수퍼보울 경기는 정확하게 이 씨나리오에 딱 맞아떨어졌다.

한마디로 냄새가 진동하는 경기였음에도 라스베가스 라인은 뉴 잉글랜드가 3점 가량 페이버릿이었다. 그러므로 '이번엔 혹시나...' 하면서 패트리어츠에 돈을 건 사람들의 돈을 긁어갔을 것이다.

사실 2011년 시즌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도 수퍼보울까지 오를 만한 팀이 아니었다. 톰 브래디가 이끄는 막강한 오펜스가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모든 면에서 솔리드한 팀은 아니었다. 톰 브래디를 제외하곤 허점 투성이였으므로 2011년 패트리어츠는 어지간한 강팀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지 과거와 같은 '천하무적 팀'이 절대 아니었다. 지난 AFC 챔피언쉽에서도 브래디보다 나은 경기를 펼친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쿼터백 조 플래코(Joe Flacco)를 상대로 고전 끝에 간신히 이기고 수퍼보울에 올라왔으므로, 패트리어츠에 강한 면을 보이는 뉴욕 자이언츠와의 수퍼보울 리매치에서 그들이 승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톰 브래디도 이번 수퍼보울 경기에서 그 답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를 두 차례 범했다.

첫 번째 실수는 세이프티(Safety)다. 브래디는 경기가 시작하기 무섭게 엔드존 안에서 인텐셔널 그라운딩(Intentional Grounding) 파울을 범하는 바람에 자이언츠에 2점을 내주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조금만 오른쪽으로 이동해 사이드라인 쪽으로 던졌더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브래디는 마치 일부러 세이프티를 당하려고 작심한 듯 아무도 없는 필드 중앙으로 패스를 던졌고, 결과는 인텐셔널 그라운딩 + 세이프티, 한마디로 '더블 플레이'였다.

톰 브래디가 인텐셔널 그라운딩 파울을 범하는 순간

인텐셔널 그라운딩 파울을 선언하는 주심
 4쿼터엔 자이언츠 수비수의 태클을 피해 오른쪽으로 빠져나온 브래디가 무리한 패스를 시도한 것이 인터셉션으로 연결되는 실수를 범했다. 수퍼보울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경험이 있는 수퍼보울 베테랑 쿼터백 톰 브래디로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침착하지 못한 플레이였다.

무리한 패스를 던지는 톰 브래디

그러나 결과는 인터셉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경기 내내 샤프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사이 '마지막 공격' 기회는 일라이 매닝의 뉴욕 자이언츠에 넘어갔다.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겨놓고 2점차로 뒤진 뉴욕 자이언츠에 공격권이 넘어갔다면 제법 드라마틱하게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올 것을 경기 시작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전혀 드라마틱할 게 없었다. 중계방송을 맡은 알 마이클스(Al Michaels)와 크리스 콜린스워스(Cris Collinsworth)는 이 상황을 드라마타이징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으나, 2011년 시즌 들어 워낙 많이 본 '뉴욕 자이언츠의 4쿼터 컴백 씨나리오'였으므로 드라마타이징에 열중하는 중계방송 팀이 되레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이쯤 되었으면 일라이 매닝이 장거리 패스를 하나 성공시킬 때가 되지 않았냐고?

물론이다. 그래야만 스토리가 완성되므로 하나쯤 나올 때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일라이 매닝이 와이드리씨버 마리오 매닝햄(Mario Manningham)에게 장거리 패스를 바로 성공시켰다. '이제 하나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싶으니까 바로 터졌다.

하지만 그리 안전한 플레이는 아니었다. 여차했으면 아웃 오브 바운드로 실패할 뻔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닝햄은 사이드라인 밖으로 넘어지기 전에 양발을 모두 인바운드에 착지시키면서 기가 막히게 패스를 받아냈다. 드라마타이징에 열심이던 크리스 콜린스워스가 한 말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수퍼보울 명캐치까지는 아니었으나, 이번 수퍼보울 경기의 최고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을 만한 캐치였다.


매닝햄의 명캐치 덕분에 뉴욕 자이언츠는 이 드라이브를 터치다운으로 마무리하면서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스코어는 자이언츠 21, 패트리어츠 17.

그러나 문제는 톰 브래디에게 재반격할 시간을 주는 실수를 범했다는 것. 톰 브래디가 이끄는 패트리어츠의 오펜스도 마지막 집중력이 대단한 만큼 되도록이면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좋았으나 40여초에 이르는 시간 여유를 내준 것이다.

40여초라면 짧다고 할 수 있으면서도 폭발력 강한 공격팀에겐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다. 터치다운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톰 브래디가 이끄는 패트리어츠 오펜스가 그 사이에 재역전 터치다운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서지 않았다. 톰 브래디의 오펜스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솔리드한 자이언츠 수비를 상대로 쉽게 터치다운을 하기 힘들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일라이 매닝의 자이언츠 오펜스는 경험이 매우 부족한 패트리어츠 디펜스를 상대했지만 브래디는 솔리드한 자이언츠 수비를 상대로 40여초 안에 터치다운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상 게임오버였다.

만약 여기서 브래디가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면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드라마'는 없었다.

파이널 스코어는 자이언츠 21, 패트리어츠 17.


이렇게 해서 일라이 매닝은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의 형 페이트 매닝(Payton Manning)은 칼리지 시절(테네시 대학)부터 NFL에서 수퍼스타가 될 것으로 촉망받았으나 일라이 매닝은 비록 1라운드에 드래프트되긴 했어도 페이튼보다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누구도 페이튼 매닝의 실력과 리더쉽을 의심하지 않았으나 일라이 매닝은 늘 '물음표'를 달고 다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페이튼은 '1'이고 일라이는 '2'다. 페이튼은 지금까지 수퍼보울 한 차례 우승한 게 전부지만 일라이는 벌써 두 차례 우승했다. 그것도 AFC 플레이오프에서 페이튼의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를 괴롭혔던 톰 브래디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수퍼보울에서 두 번씩이나 꺾었다. 게다가 이번엔 페이튼의 홈구장인 루카스 오일 스테디움에서 콜츠 팬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일라이가 페이튼을 추월했다. 페이튼은 목 부상으로 2011년 시즌을 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콜츠와의 미래도 불확실한 상태인 반면 그의 동생 일라이는 루카스 오일 스테디움에서 콜츠의 앙숙 패트리어츠를 잡고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튼 매닝은 톰 브래디 등과 함께 NFL 엘리트 쿼터백으로 꼽히는 반면 일라이는 그 그룹에 속하지 못하고 있다. 일라이 매닝은 자신 스스로 톰 브래디와 같은 레벨의 엘리트 쿼터백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라이가 브래디를 수퍼보울에서 두 번씩이나 꺾었으니 이젠 변할 때가 됐을까?

아니면 살짝 어리버리한 어린아이처럼 생긴 게 끝까지 방해를 할까? (역시 생긴 게 문제?)

한편 뉴욕 자이언츠 헤드코치 톰 커플린(Tom Coughlin)도 빌 파셀스(Bill Parcells)와 함께 자이언츠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두 차례 이끈 헤드코치가 됐다. 파셀스 밑에서 일했던 커플린이 자이언츠를 2007년 시즌에 이어 2011년 시즌까지 두 차례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면서 레전드 급인 수퍼스타 헤드코치 빌 파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커플린은 뉴욕 자이언츠 팬들의 전적인 지지와 신임을 받는 인기있는 수퍼스타 헤드코치는 아니지만 아주 조용히 수퍼보울 트로피를 두 번씩이나 들어올렸다. 그는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수퍼스타는 아니지만 주목해야할 NFL 명장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해서 락아웃 사태 등으로 절룩거리며 시작했던 2011년 시즌이 막을 내렸다. 락아웃 사태 등으로 인해 모든 팀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이 시작된 만큼 마지막까지 예측하지 못했던 팀이 우승을 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했었는데, 시즌 피날레는 아쉽게도 문자 그대로 '뻔할 뻔자'였다. 만약 발티모어 레이븐스와 샌 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가 수퍼보울에서 맞붙었더라면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보다 재미있는 경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지만, 뉴욕 자이언츠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 만큼 섹시한 팀들이 아닌 것은 사실이므로 시청률 면에선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2달 정도 있으면 NFL 드래프트를 하고, 거기서 조금 더 지나면 트레이닝 캠프가 소집되고, 여름이 온 것 같다 싶으면 프리시즌이 시작한다. 세월 참 빠르게 흐른다.

그러므로 앞으론 2012년 시즌엔 누가 수퍼보울 트로피를 들어올릴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댓글 2개 :

  1. 또 한 시즌이 갔군요 ^^
    브래드쇼의 마지막 쇼(?)로 마무리 된 수퍼보울이었던 같습니다.
    결국 점수를 내는게 순리였고 그렇게 마무리 되어 다행이었지만 브래드쇼는 남은 40초가 아마 영원 같았을겁니다 ㅋㅋ
    오공본드님의 리뷰도 이제 잠시 쉬겠군요..
    다음 시즌도 기대할께요 ^^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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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시청률 대박 노린 프라임타임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있으면 프로 레슬링처럼 아예 스토리 짜놓고 하지 않을까...^^
    패트리어츠와 자이언츠가 수퍼보울에서 만나면 이렇게 될 줄 알았죠.
    2012년 시즌은 작년처럼 락아웃이 없으므로 오프시즌이 작년보다 흥미진진할 것입니다.
    드래프트, 트레이드 등등이 모두 정상적일테니까요.
    작년 오프시즌처럼 풋볼에 흥미를 완전히 잃었다가 이어지진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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