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6일 월요일

화려했지만 촌쓰러웠던 마돈나의 수퍼보울 해프타임쇼

미국의 팝스타 마돈나(Madonna)가 예고되었던 대로 수퍼보울 해프타임에 공연을 했다. 몇 해전 수퍼보울 해프타임쇼에서 발생했던 자넷 잭슨(Janet Jackson)의 '젖꼭지 내밀기' 사건 이후 여가수의 공연을 피해왔던 NFL이 이번엔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여가수 마돈나를 모셔왔다. 컨셉이 미친년인 듯한 몇몇 요새 젊은 여자 팝가수들은 안전상(?)의 문제로 여전히 피해갔지만 폴 매카트니(Paul MacCartney),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 등 할아버지들의 잔치였던 해프타임쇼에서 많이 발전한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마돈나의 수퍼보울 해프타임 공연은 어땠을까?

마돈나의 클래식 히트곡 중 하나인 'Vogue'로 시작한 스타트는 괜찮았다. 요란스러운 의상과 백댄서들의 안무 등 첫 무대는 '빈티지 마돈나'였다.


그러나 마돈나의 2000년대 이후 곡들로 넘어오면서 분위기가 수상해지기 시작했다. 틴들이 즐겨 듣는 댄스팝 스타일의 'Music'을 부르면서 젊어보이려 노력한 듯 했지만, 무대에 마련된 벤치에 올라가려다 비틀거리며 실패하는 실수를 범하는 등 여러모로 곡과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2000년대 곡으로 넘어갈 바에는 차라리 'Hung Up'이 나을 뻔 하지 않았나 싶다.

무대에 설치된 벤치에 올라가려다 실패하는 마돈나
마돈나의 'Music'에 이어진 곡은 일렉트로 스타일 댄스팝 그룹 LMFAO의 'Party Rock Anthem'.

이들이 수퍼보울 해프타임쇼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까지는 좋았다. 최신 팝음악과는 담을 쌓은 듯 했던 NFL이 해프타임쇼에 살짝 바보스러운 분위기의 댄스팝을 하는 LMFAO를 초청하면서 이전과 달라졌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런 댄스팝은 한마디로 10대 아이들이나 듣는다. 자나 깨나 클럽뮤직을 듣는다는 사람들도 이런 풍의 댄스팝은 너무 'Juvenile' 풍이라서 안 듣는다.

그런데 이런 음악을 50대에 접어든 마돈나가 함께 춤을 추면서 부른다고?

아이고 마돈나 언니야, 차라리 딸을 대신 올려보내지 그랬수?


그래도 여기까지는 견딜 만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곡이다. 마돈나가 곧 발매될 새 앨범에 수록된 최신곡 'Give Me All Your Luvin'을 부르는 모습은 한마디로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니 50대의 마돈나가 니키 미나지, M.I.A와 함께 치어리더 팜팜을 들고 'Mickey' 흉내를???


물론 수퍼보울 해프타임쇼였던 만큼 풋볼-치어리더 테마의 곡이 어울렸을 수도 있다. 또한 최근 들어 80년대 뉴 웨이브, 신드팝 스타일의 곡들이 은근히 자주 눈에 띄는 만큼 마돈나도 토니 베이즐(Toni Basil)의 80년대 히트곡 'Mickey'와 비슷한 곡을 신곡으로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좀 보기 흉했다. 아직 서른도 안 된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가 불러도 흉칙하게 보일 만한 매우 아동틱한 버블검 팝을 50대 언니가 부르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일단 한 번 들어보자.


아래는 토니 베이즐의 80년대 히트곡 'Mickey'.


물론 나이를 잊고 살겠다는 것은 좋다. 계속해서 청소년들에게 어필하는 곡을 부르겠다는 것도 좋다. 하지만 굳이 이런 식으로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눈에 거슬렸던 것은 백댄서들까지 동원한 스테이지 공연이었다. TV로 이런 공연을 보고 있으니 마치 80년대 가요톱10을 보던 시절로 되돌아간 듯 했다. 아마도 미국에선 가수들이 공중파 TV 무대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을 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인 듯 하다. 미국에선 수퍼보울 해프타임쇼, 그래미 시상식, 아니면 신년 특집 등 특별한 경우에나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 공연을 공중파 TV에서 볼 수 있을 뿐 평상시엔 거의 보기 힘들다. 요샌 미국 방송에서 뮤직 비디오도 잘 틀어주지 않는다. 케이블  채널 MTV도 8~90년대엔 뮤직 비디오를 많이 틀어줬으나 2000년대 들어선 리얼리티쇼 채널로 둔갑했다. 팝뮤직에 '비쥬얼'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시절은 MTV가 첫 선을 보였던 80년대였지 지금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인지 요새는 쓸데 없이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은 뮤직 비디오를 볼 때마다 촌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마당에 이제와서 촌쓰럽게시리 무대에 여러 명이 죽 올라와서 궁뎅이를 흔들고 있으니 좋게 보일 리 없었다. 물론 수퍼보울 해프타임쇼 공연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지만, 무대를 가득 메운 백댄서들과 함께 흔들고 재주를 부리는 마돈나의 모습이 그다지 '신세대' 답지 않아 보였다. 오프닝 'Vogue'까지는 옛 생각을 나게 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이후의 나머지 파트는 나름 화려하게 공을 들여 만든 듯 했지만 촌쓰러워 보였다.

차라리 과거 히트곡 위주로 무대를 꾸몄더라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마돈나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80년대에 히트했던 곡들 위주로 꾸몄더라면 이번처럼 엉거주춤하고 촌쓰럽게 보이는 퍼포먼스를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도 저 나이에 저 정도 한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은 게 안쓰럽게도 보였다. 50대가 댄스뮤직을 한다는 것엔 조금도 불만이 없으나 스타일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았다.

마돈나의 새 앨범 'MDNA'가 3월 말 발매될 예정이라는데,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되지만 일단 한 번 기다려 보겠다.

그리고 NFL도 다음 번 부터는 쓸데없이 무대만 가득 메운 채 흔들기만 하는 중학생들이나 좋아할 만한 해프타임쇼 무대는 되도록이면 피했으면 좋겠다.

댓글 2개 :

  1. 첫 등장신에서 나도 모르게... "앗, 영계백숙!" ㅋㅋㅋ
    저 같은 경우엔 사운드(목소리)가 좀 안들리더군요.

    답글삭제
  2. 해프타임쇼도 뭐 별로 볼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