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중에 왠지 낯선 매거진이 하나 눈에 띄었다.
헐리우드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Richard Gere)의 사진이 커버에 인쇄된 붉은색 매거진이었는데, 무슨 매거진인지 한눈에 선뜻 알아볼 수 없었다.
찬찬히 매거진 커버를 훑어보니 'UNITED AIRLINES'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기내 매거진이었다. 매거진이 상당히 낡은 것 같길래 언제적 것인가 봤더니 'JULY 1990'로 되어있었다. 아마도 1990년 여름에 유나이티드를 타고 어딘가를 오락가락하던 와중에 기내 매거진을 하나 집어온 모양이었다.
문득 '어디에 가던 길이었나' 궁금해졌다. 20년이 넘은 조금 시간이 지난 일이다 보니 1990년 여름에 어디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1990년이면 미국에서 살고 있었으니 미국 국내선일 수도 있고 국제선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매거진에서 단서를 하나 찾을 수 있었다.
요새는 기내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지 않지만 90년대에만 해도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기내 상영 영화를 거의 매번 보곤 했다. 그러므로 유나이티드 기내 매거진의 영화 코너를 확인해 보면 혹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싶었다. 비행기에서 봤던 영화가 혹시 기억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빙고!
유나이티드 국제선에서 상영한 영화 리스트 중 '미션 임파서블 - 골든 서펀트(Mission Impossible - Golden Serpent)'가 바로 눈에 띄었다. 비행기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본 기억이 뚜렷하게 났기 때문이다.
아하! 그럼 국제선이었구나...^^
아래 이미지에서 왼쪽 페이지는 국내선, 오른쪽 페이지는 국제선에서 상영한 영화들이다.
위의 이미지에선 '미션 임파서블'이 잘 보이지 않으므로 조금 큰 이미지로 해당 페이지를 다시 한 번 보자.
그런데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가 시작하기 이전에도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있었냐고?
아니다. 없었다. 극장용으로 제작된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는 톰 크루즈의 1996년작 '미션 임파서블'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1990년 여름 유나이티드 국제선에서 상영한 '미션 임파서블' 영화의 정체는?
유나이티드 국제선에서 틀어준 '미션 임파서블 - 골든 서펀트'는 미국 ABC TV에서 방영되었던 80년대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였다. 2개의 에피소드로 된 '골든 서펀트' 에피소드를 하나로 이어서 극장용 영화와 비슷한 런타임이 나오도록 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다. 80년대에도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가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60년대에 시작해서 70년대까지 계속 되었던 오리지날 클래식 TV 시리즈를 먼저 떠올리지만, CBS가 80년대 말에 오리지날 시리즈에서 메인 캐릭터 짐 펠프스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피터 그레이브스(Peter Graves)를 중심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리바이벌시켰다. 팀 멤버들은 모두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지만 짐 펠프스와 유명한 메인 테마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CBS의 '미션 임파서블' 리부팅은 실패로 돌아갔다. 1988년에 시작한 '돌아온(?) 미션 임파서블'은 롱런에 실패하고 1989년 시즌2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리바이벌에 실패한 뒤 흐지부지 막을 내린 80년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DVD로 출시되지도 않으면서 '미션 임파서블'의 사라진 역사가 되었다. 첫 시즌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도중에 조기종영한 TV 시리즈도 DVD로 출시되는 판인데 시즌2까지 갔던 '미션 임파서블'이 DVD로 출시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80년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철처하게 외면당했다.
영원히 DVD로 나오지 않을 듯 했던 80년대 '미션 임파서블'이 모습을 드러낸 건 2011년 말이 돼서다. 80년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드디어 DVD로 출시된 것이다. 톰 크루즈의 네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 개봉에 맞춰 DVD로 출시된 듯 했다.
그러나 2011년 말에 출시된 DVD는 88년 시즌, 즉 80년대 '미션 임파서블' 시즌1이었다. '시즌1'이라 하지 않고 'The '88 TV Season'이라고 한 이유는 60년대 클래식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시즌1과의 혼동을 막기 위해서로 보인다.
문제는 1990년 여름 유나이티드 국제선에서 상영했던 '미션 임파서블 - 골든 서펀트' 에피소드는 88년이 아닌 89년 시리즈라는 것.
89년 시리즈는 한달 정도 전에 DVD로 출시되었다.
이렇게 해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80년대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를 DVD로 모두 구입할 수 있었다.
또한, 덕분에 유나이티드 비행기에서 봤던 '골든 서펀트'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아주 흐릿하게 듬성듬성 기억날 뿐이었는데 DVD로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러나 재미는 별로 없...
그래도 여전히 볼거리는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는 피터 그레이브스의 짐 펠프스 뿐만 아니라 로저 무어(Roger Moore)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되었던 게이 배우 토니 해밀튼(Tony Hamilton), 오리지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흑인 멤버 바니 역을 맡았던 그레그 모리스(Greg Morris)의 아들 필 모리스(Phil Morris)가 극중에서도 바니의 아들 그랜트 역으로 출연한 점, 그리고 SF TV 시리즈 'V'에서 매우 섹시한 외계인 다이아나 역을 맡았던 제인 배들러(Jane Badler)가 우주선을 탈출해 IMF에 조인한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TV 시리즈와 영화 시리즈로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60년대와 70년대엔 오리지날 시리즈가 있었고, 80년대엔 리바이벌 시리즈가 있었으며, 9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톰 크루즈의 극장용 영화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까.
금년으로 50주년을 맞이한 007 시리즈에는 마지막에 엔드 크레딧이 다 올라간 다음 'James Bond Will Return'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도 앞으로 이와 비슷한 자막을 넣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판에서도 제대로 된 짐 펠프스를 보고 싶군요.
답글삭제이미 영화판 미션 임파서블 1편에서 이단 헌트를 띄우기 위해 짐 펠프스를 배신자로 처단해버려서... 다시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예전 포맷이 그립네요.
1996년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짐 펠프스 역을 맡았어야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그러나 이든 헌트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제임스 본드 놀이를 했죠.
그러다가 결국 4탄에 와선 이든 헌트가 짐 펠프스가 되어가고 있으니...^^
4탄은 오리지날 시리즈와 많이 비슷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영화 시리즈에서 제대로된 짐 펠프스와 IMF 팀을 보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 시작하지 않는한 톰 크루즈와 함께는 힘들 것 같습니다.
짐 펠프스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떼어놓는다는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 누군지 참 궁금합니다...^^
이 바람에 현재로썬 톰 크루즈를 짐 펠프스로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