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는 베스트 제임스 본드로써 007 시리즈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면서, 현재 촬영중인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은 그가 출연한 이전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훌륭한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 그럼 여기서 생각해 볼 게 하나 있다 - 과연 다니엘 크레이그가 그의 바램처럼 제임스 본드 역을 오래 맡을 수 있을까?
지난 2006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개봉했을 때 대부분의 본드팬들은 '바로 이거야' 했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절의 엉터리같은 줄거리의 넌센스 판타지 액션 어드벤쳐 시리즈에 지쳐있던 본드팬들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1953년작 원작소설로 완벽하게 되돌아간 '카지노 로얄'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카지노 로얄'로 제임스 본드 데뷔를 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순식간에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불리기 시작했다. 007 영화 하나를 찍은 게 전부였으나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크레이그가 "숀 코네리(Sean Connery)를 능가하는 최고의 제임스 본드"라며 너무 앞서가기도 했다.
그러나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과연 그가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불릴 만한지, 이후에라도 그러한 위치에 오를 수 있겠는지 의심이 들게 했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가젯들만 걷어낸 것이 전부일 뿐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로 회귀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과거보다 터프하고 진지해졌다지만 변화라곤 그것이 전부였을 뿐 나머지는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과 똑같았다. 스토리는 엉성했고, 눈에 띄는 인상적인 캐릭터도 없었으며, 자질구레한 액션과 스턴트는 제법 많았으나 기억에 남을 만한 씬이 없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이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 하나가 전부였을 뿐 나머지는 볼 게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크게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007 시리즈는 원래 리얼하고 진지한 쪽엔 소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50년간 나온 22편의 007 시리즈 중 리얼하고 진지한 스타일에 속하는 영화는 한손에 꼽힌다. 그만큼 이쪽은 그들의 전문이 아닌 것이다. 007 제작진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주연배우가 교체되거나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느껴질 때 나름 리얼하고 진지한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곤 했었지 이쪽으로 무게의 중심을 옮긴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카지노 로얄'에 이어 '콴텀 오브 솔래스'까지 두 편을 연달아 비슷한 톤으로 만들었다. 무게의 중심을 비전문 쪽으로 옮긴 것이다. 이 바람에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가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투명 자동차가 돌아다니고 강철 이빨의 악당이 본드를 쫓아다니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007 제작진에게 익숙한 쪽은 그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007 시리즈의 전통 중 하나인 건배럴 씬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자질구레한 변화를 주면서 과거 007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어떻게든 '007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의 시도는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007 시리즈가 시대와 유행의 흐름에 맞춰 조금씩 변화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었지만 007 제작진이 너무 유치한 방법으로 변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려 했기 때문이다.
만약 제작진이 현재 촬영중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폴(Skyfall)'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크레이그의 살인면허는 이번 영화를 끝으로 말소될 가능성이 크다.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통적인 제임스 본드로의 변신이다. 로저 무어(Roger Moore), 피어스 브로스난 스타일까지는 불가능해도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까지는 옮겨가야 한다. 왜냐, 크레이그가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보여준 제임스 본드는 이언 플레밍 원작소설의 캐릭터도 아니고 007 영화 시리즈의 캐릭터도 아닌 정체불명의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은 007 영화 시리즈에서 보던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조금 차이가 나기만 하면 덮어놓고 무조건 이언 플레밍의 원작을 들먹이는데, 조금 유치하게 들릴 뿐이다. '카지노 로얄'의 본드에선 원작의 캐릭터가 보였으나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거의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툭하면 원작 타령을 하면서 물타기를 하는 것으로 보여서다. 원작의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라면 원작 캐릭터의 가장 중요한 특징들을 여러 가지 다양하게 보여줘야지, 어둡고 거칠어진 면 하나만으로 모든 생색을 다 내려고 하면 도둑놈 심보 소리 듣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보아하니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을 듯 하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개봉한 지 벌써 4년이 지난 만큼 다니엘 크레이그도 나이가 들었으므로 그만큼 성숙하고 노련해진 본드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지만, 영화의 톤부터 시작해서 캐릭터의 성격 등 중요한 부분들은 이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공개된 촬영현장 동영상을 봐도 '또 하나의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로 보일 뿐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촬영중인 '스카이폴'이 그가 출연했던 두 편의 이전 제임스 본드 영화와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This one's gonna be very different from the past, the last 2 movies, but it's still gonna be a great Bond movie." - Daniel Craig
"Very Different"??
전편과 줄거리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 2002년 개봉했던 007 시리즈 40주년 기념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처럼 과거 007 시리즈 오마쥬들이 상당히 자주 눈에 띌 것이라는 점 정도를 제외하곤 '스카이폴'이 크레이그의 이전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와 큰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Very Different"일 것이라고?
007 제작진은 이번엔 건배럴 씬을 제위치로 가져다 놓고서 "클래식으로 다시 돌아갔다"고 큰소리를 칠 사람들로 보이는 만큼 다니엘 크레이그가 'Very Different"라고 한 것 역시 별 것 아닌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크레이그의 말이 맞길 기대해 본다. 이번에도 지난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건조하고 삭막한 영화가 된다면 크레이그의 007 인생도 이것으로 끝날 수 있다. 또한, 요새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 영화의 유행이 지난 듯 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의 007 시리즈를 모델로 삼은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이 눈에 번쩍 띈 반면 올여름 개봉 예정인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 주연의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 트레일러는 식상한 과거 스타일로 보였는데, 올가을 개봉 예정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스카이폴'은 어떻게 될 지 은근히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과 '콴텀 오브 솔래스'가 개봉한 이후 4~5년이 흐르는 사이 입맛이 바뀐 것 같은데, '스카이폴'이 이런 것을 계산해서 변화를 줬는지 궁금하다. 물론 눈에 익은 클래식 007 시리즈 오마쥬가 많은 부분을 덮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자칫하단 '스카이폴'도 한 철 지난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빠져나오려면 변화를 줘야 한다. 원작의 캐릭터를 보다 제대로 묘사함과 동시에 007 영화 시리즈 특유의 재미와 'Shaken-Not-Stirred'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007 제작진이 지난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실패했던 게 바로 이것이다.
만약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007 50주년 기념작 '스카이폴'의 흥행성공 뿐만 아니라 다니엘 크레이그의 살인면허도 연장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헛스윙을 한다면 상당히 멋진 제임스 본드가 될 가능성이 있었던 배우를 데려다 놓고서도 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결별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007 제작진은 'Skyfall'이 'Skyfuck'이 되지 않기를 빌어야 할 것이다.
남자가 나이가 먹으면 적당히 능글능글 해지기도 해야죠.
답글삭제그런데 계속 눈에 힘만 주고 어깨에 힘만 준다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왜 면도는 안하는지... 그럼 터프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처럼 멋지게 핸섬하게 회춘한 톰 크루즈 같은 모습을 바랍니다.
제 생각엔 딱 '리빙 데이라이츠'나 '골든아이' 정도의 느낌정도만 나와준다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쉐이큰 낫 스터드를 외쳐주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사실 매일 이렇게 욕을 해도 기다림에 지쳐서 조바심내고 투정한번 부려보는 것이 모든 본드 팬들의 속마음 일겁니다.
이번 영화가 잘 되기를 정말 기원합니다.
긴박함 하나에 올인한 흔해빠진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 틀에서 벗어나야겠죠.
답글삭제이것 때문에 크레이그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듯 합니다.
항상 긴장한 모습을 유지해야 분위기가 산다고 보는 거겠죠.
필요할 때만 제대로 하면 되지 영화 전체를 그렇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말이죠.
결국 이런 것들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수명을 단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리빙 데이라이트 정도로는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영화에서도 그와 같은 전형적인 본드 엔터테인먼트를 기대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카이폴은 크레이그의 이전 영화들과 많이 다르다는데,
이것도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는 건지 감이 잘 안 잡히는 판이니...
제 생각엔 사소한 차이점들을 제외하곤 크레이그의 이전 영화와 다를 게 없을 것 같거든요.
뭐 좀 더 두고봐야겠죠...^^
Shaken not stirred...는 이번엔 나와야 도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