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2일 목요일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은 제임스 본드를 죽이려 하나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 퍼블리싱을 하는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Ian Fleming Publication)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을 쓸 새로운 소설가를 발표했다.

그렇다. 소설가가 또 교체되었다.

2008년작 '데블 메이 케어(Devil May Care)'의 세바스챤 펄크스(Sebastian Faulks), 2011년작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의 제프리 디버(Jeffery Deaver)에 이은 새로운 007 작가는 영국 소설가 윌리엄 보이드(William Boyd).

윌리엄 보이드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은 2013년 가을 이언 플레밍 (Ian Flemin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60주년에 맞춰 발매될 예정이다.

아직 제목이 밝혀지지 않은 윌리엄 보이드 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은 영국에선 오리지날 007 출판사 조나단 케이프(Jonathan Cape)가 퍼블리싱을 맡으며, 미국과 캐나다에선 하퍼콜린스(HarperCollin)에 의해 영국과 동시에 발매될 예정이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윌리엄 보이드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이 6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삼는다는 부분이 걸린다.

도대체 왜 60년대로 또 돌아가는 것일까?

지난 2008년 이언 플레밍 탄생 100주년 기념작이던 '데블 메이 케어'에서 이미 세바스챤 펄크스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 바 있었으나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굳이 또다시 60년대로 되돌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눈치를 보아하니 2013년에 나올 소설이 '카지노 로얄' 60주년 기념작이라서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또다시 60년대로 되돌아가기로 한 듯 하다.

무언가 기념할 때가 되면 무조건 60년대로 되돌아가는 습관이 생긴 모양이다.

한마디로 말해 대단히 한심하고 유치한 결정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념할 때가 되면 60년대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만 보기 흉한 게 아니다. 007 시리즈가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처럼 된 것도 상당히 신경에 거슬린다. 어찌 된 것이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시대배경이 된 듯 하다. 2008년작 '데블 메이 케어'는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카르트 블랑슈'에선 아이폰을 사용하는 21세기 현대판이 되었는데 2013년에 나올 윌리엄 보이드의 새로운 소설에선 또다시 60년대로 되돌아간다니 말이다.

내친 김에 소설에 등장할 본드카도 드로리안(DeLorean)으로 정하는 건 어떨까?


작가가 또 교체된 건 둘 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60년대와 21세기를 오락가락하는 시대배경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시간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시리즈이며, 제임스 본드는 나이를 먹지도 않는 캐릭터인데 도대체 왜 제임스 본드 소설의 시대배경과 제임스 본드의 나이를 바꿔가며 쓸데 없는 장난을 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들만 혼란스럽게 만들 뿐 60년대에서 21세기로 돌아왔다가 다시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놀이를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가 오락가락, 우왕좌왕 하는 사이 독자들만 떨어져나가기 딱 알맞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소설판 제임스 본드를 죽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물론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윌리엄 보이드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이 걸작이 될 수도 있으므로두고 볼 필요는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언 플레밍 퍼블리케이션이 수시로 시대배경을 바꾸는 버릇을 버리고 007 시리즈에 적합한 작가를 선택해 시리즈를 안정적으로 맡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올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댓글 2개 :

  1. 정말 문제가 많군요.
    제 생각에 자신이 없고, 또한 대부분의 독자층일 올드 팬들 때문에 60년대에 집중하려는 것 같은데요.
    본드는 시대에 따라 계속 업그레이드 됨이 맞다고 봅니다.
    이언 플레밍 재단이 영화처럼 본드 소설도 결국 짜집기 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본드가 개인적으로 훨씬 좋습니다.^^
    세바스천 폭스로 올드 스쿨 본드는 그만....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답글삭제
  2. 지난 번 시도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엔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아쉬울 때마다 60년대로 되돌아가 클래식 분위기를 쥐어짜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말씀대로 이언 플레밍이 쓴 007 시리즈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의 나이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죠.
    힌트는 줬어도 명명백백하게 본드의 나이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카지노 로얄 60주년을 기념한다고 60년대를 시대배경으로 삼는 건 상당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이것은 플레밍 스타일 본드가 아닙니다.
    지난 번에 디버가 20대후반~30대초반의 본드를 소개한 것도 문제가 있었죠.
    하지만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실력이 없으니까 쓸데 없는 걸 건드려서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거죠.
    진짜로 자신이 있다면 이따위 장난 안 하고도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