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하나가 MGM/FOX 홈 비디오의 제임스 본드 블루레이 세트다. 처음으로 007 시리즈 전체가 블루레이 포맷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물론 본드팬과 홈 비디오 매니아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게 있다 - 도대체 언제까지 똑같은 영화를 반복, 재반복 구입할 수 있을까?
물론 "007 시리즈 전체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래봤자 똑같은 영화"라는 것이다. 화질, 음질 등 기술적인 면에선 과거 8~90년대에 출시되었던 VHS보다 월등하게 나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영화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퀄리티가 나아지면 영화가 달라보인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데 감탄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VHS에서 DVD로 업그레이드되었을 때, 그리고 리매스터 버전이 나왔을 때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간다 해도, '퀄리티 업그레이드' 하나만을 보고 똑같은 영화를 반복, 재반복 구입하는 데 한계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리매스터, 리-리매스터, 리-리-리매스터, 리-리-리-리매스터 에디션이 나올 때마다 계속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DVD 포맷으로 소장 중인 영화를 블루레이 포맷으로 다시 구입하는 것도 머뭇거리게 되는 판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지금까지 홈 비디오로 출시된 007 시리즈들을 대충 둘러보자.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 몇몇 블루레이와 콜렉터 에디션, 익스클루시브 에디션 등은 제외)
그리고 금년 가을이 되면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블루레이 세트가 새로 추가될 것이다.
일부는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 대로 족족 구입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홈 비디오 시장은 바로 이런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새로운 홈 비디오 에디션이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들이 똑같은 영화를 계속 구입해주길 바라며, 그렇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007 시리즈처럼 클래식 라이브러리를 울궈먹어야 하는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앞서 나온 에디션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면서도 새로운 에디션은 무언가 크게 다른 것처럼 떠들곤 한다.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오리지날 '스타 워즈(Star Wars)' 트릴로지를 팬들이 원하는 대로 오리지날 그대로를 리매스터해서 시원스럽게 출시하지 않는 이유도 팬들을 계속해서 기다리게 만드려는 장삿속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스타 워즈' 시리즈도 007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클래식 라이브러리를 울궈먹어야 하는 프랜챠이스이므로 오리지날 트릴로지 리매스터를 마지막 히든카드로 남겨두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많은 '스타 워즈' 팬들과 소비자들이 얼마 전에 출시된 '스타 워즈' 블루레이 세트를 비난했던 이유도 이런 식으로 똑같은 영화를 계속해서 재탕, 삼탕으로 우려먹으려는 데 대한 불만이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반면 루카스 측은 '욕을 하면서도 살 놈들은 다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007 시리즈는 '스타워즈' 오리지날 트릴로지처럼 팬들을 겨냥한 '미끼'가 없다. 리매스터 옵션도 한계가 있고, 인터뷰와 다큐멘타리 등으로 꾸린 보너스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도 한계가 있다. 금년엔 007 시리즈가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서 블루레이 풀세트에 '50주년' 로고를 붙이고 출시할 수 있게 됐지만, 50주년 기념 세트가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마지막 에디션은 아닐 것이므로 그 다음을 걱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나오는 블루레이 세트는 007 시리즈 전체가 처음으로 한데 모두 모인 블루레이 세트라는 점, 007 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한다는 점 등에서 구입 가치를 찾을 수 있다지만 그 이후에 나올 에디션은 무엇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포맷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캐주얼 소비자들이 간편한 디지털 포맷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리매스터, 리-리매스터, 리-리-리매스터, 디렉터 컷, 수퍼컷, 어퍼컷, 오만잡컷 등등의 수법으로 똑같은 영화를 계속해서 디스크 포맷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요즘에 출시되는 거의 모든 DVD와 블루레이에 포함되는 디지털 카피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디지털 버전을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 등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해두고 보고싶을 때마다 다운로드해서 간편하게 볼 수 있게 되면 소비자들이 새로 출시되는 디스크 포맷에 관심을 갖겠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 영화 시리즈는 아직 단 한 편도 아이튠스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디스크 에디션으로 울궈먹어야 하는데 아이튠스가 방해가 된다고 본 듯 하다. '스타 워즈' 팬과 콜렉터를 상대로 디스크 장사를 하는 데 디지털 포맷이 방해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헐리우드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일까?
"디스크 포맷은 이런데 디지털 포맷은 저렇다"면서 디스크 포맷의 우수성만을 앞세운 선전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이전 에디션은 이런데 이번 에디션은 저렇다"며 별 것 없는 차이점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데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요샌 포맷이 달라지고 리매스터 등으로 퀄리티가 나아졌다고 해도 똑같은 영화를 계속해서 재탕, 삼탕으로 구입하려는 사람들도 예전처럼 많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약아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옷만 갈아입고 화장을 조금 고친 게 전부인 똑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구입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듯 하다. "얼마 전만 해도 DVD를 꾸역꾸역 사던 사람들이 이젠 더이상 구입하지 않는다"면서 "DVD를 꽂을 장소가 이젠 다 없어진 것이냐"고 반문하던 한 미국 신문의 기사를 읽으며 웃었던 기억도 있다.
방대한 클래식 영화 라이브러리가 주 수입원인 MGM은 얼마 전 구글과 600편에 달하는 클래식 영화의 디지털 렌탈 계약을 맺었다. 요새는 DVD든 블루레이든 디스크 포맷으로 영화를 구입/수집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디지털 쪽으로 점차 옮겨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때만 되면 새로운 에디션을 출시하던 헐리우드의 디스크 장사도 이젠 막을 내릴 때가 온 것일까?
앞으로 헐리우드가 어떤 꾀를 부려서 똑같은 영화를 재탕, 삼탕 계속해서 디스크로 구입하도록 만드는지 지켜보도록 하자.
상술에 당하는 건 DVD 때로 충분하니까요.
답글삭제가장 최적의 상태인 것 같은 버전으로 한 번 구입하고 마는 게
블루레이 유저의 일반적인 구입 패턴인 것 같습니다.
저도 화질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영화라도 두 번 구입하진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 타이틀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탄탄한 팬층을 갖춘 유명 프랜챠이스들은 소비자들이 한번 구입하고 말도록 쉽게 놔두지 않을 것 같거든요.
평범한 영화들이야 덜하겠지만 계속 울궈먹어야 하는 영화들도 있으니...
007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그리고 명작으로 소문난 영화들 등이 여기에 속하겠죠.
제 생각엔 앞으로 블루레이 판매는 이런 타이틀 중심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중간한 타이틀들은 디지털 렌탈로 대부분 빠져나갈테니 블루레이 판매는 굵직한 타이틀 중심이 될 것 같거든요.
일단 본드는 블루레이로 질러주고...
답글삭제다른 건 좀 생각해볼듯 합니다.ㅋㅋㅋ
스타워즈는 정말 노골적인 것 같습니다.
원판, 디지털 수정판, 거기다가 조금씩 조금씩 바꿔서 매니어들을 알고도 사게 만다는 대단한 상술인듯...
스타워즈는 뭐 조금 있으면 새로운 블루레이 에디션이 또 나오겠죠...^^
답글삭제007 시리즈는 박스세트 얘기만 있을 뿐 싱글버전 얘기가 아직 없는 게 수상합니다...^^
저도 이젠 007 시리즈는 싱글로 모으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저들에게 책임이 있죠. 지난 얼티메이트 에디션으로 그렇게 엿먹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때 그 여왕폐하의 007 DVD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ㅋㅋ
하지만 이번엔 MGM/FOX가 싱글에도 좀 정성을 들여 산뜻하게 모두 출시한다면 생각이 바뀔수도...
아무리 화가 났어도 세컨드 챈스를 줘야 한다고 배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