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렇다면 2012년 여름 시즌을 오픈할 수퍼히어로는 누구일까?
그런데 이번엔 수퍼히어로가 한 녀석이 아니다. 여러 수퍼히어로들이 한꺼번에 나오는 영화가 2012년 여름 시즌 오프너를 맡았다.
그렇다. 바로 마블 코믹스의 수퍼히어로 영화 '어벤져스(The Avengers)'다. 동명의 코믹북 시리즈를 기초로 한 영화 '어벤져스'는 아이언맨(Iron Man),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토르(Thor), 헐크(Hulk), 호크아이(Hawkeye), 블랙 위도우(Black Widow) 등 마블 코믹스가 탄생시킨 여러 수퍼히어로들이 단체로 출연하는 영화다.
오래 전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는데, 지금 보니 영화 포스터의 캐릭터 배치도 '성적순'이더라. '어벤져스' 포스터를 보니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아이언맨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되었고, 그 다음으로 흥행성공한 토르가 두 번째로 눈에 잘 띄며, 흥행순위 3위인 캡틴 아메리카는 토르 뒤에 서 있다. 영화 시리즈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헐크는 뒤쪽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벤져스'는 어떤 영화일까?
마블이 여러 유명한 수퍼히어로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크로스오버 영화를 오래 전부터 준비중이었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있을 것이다. 그 결실이 바로 이번에 개봉한 '어벤져스'다. 작년까지 개봉했던 '아이언맨' 시리즈,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은 '어벤져스'에 단체로 등장할 수퍼히어로들을 개별로 하나씩 소개하는 준비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이번에 개봉한 '어벤져스'가 '아이언맨 + 토르 + 캡틴 아메리카'가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어벤져스'에 큰 영향을 준 영화는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다. 2011년 개봉했던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 제작에 모두 참여했던 죠스 위든(Joss Whedon)이 '어벤져스'의 연출과 스크립트를 맡아서 인지 두 영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캡틴 아메리카'에 등장했던 태서랙트(Tesseract)라는 에너지가 '토르'에 등장했던 악당 로키(톰 히들스톤)를 다시 지구로 불러들여 지구가 외계 생명체들로부터 공격받는다는 스토리라인만 보더라도 '어벤져스'가 '토르'와 '캡틴 아메리카'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 '어벤져스'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는 '토르'다. '어벤져스'는 '토르 1.5'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메인 악당 로키를 비롯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셀비그 교수(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토르'에 등장했던여러 캐릭터들이 '어벤져스'로 돌아왔으며,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공격한다'는 파트도 '토르'와 겹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머도 '토르'와 비슷했다. 한마디로'어벤져스'는 '토르'의 탬플릿을 그대로 사용한 영화였다. '토르'의 세계에 다른 여러 수퍼히어로들을 우정출연시킨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벤져스'를 보는 내내 새로운 '토르'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어벤져스'는 정성스럽게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마블 코믹스가 '어벤져스'를 탄생시키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공을 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선전과 예고에만 공을 들였을 뿐 영화 자체엔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결과다. 코믹북 수퍼히어로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나오는 영화에 대단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인지 '어벤져스'는 그런대로 볼 만했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도 '어벤져스'는 괜찮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팔짱을 끼고 앉아서 무표정한 얼굴로 영화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들 영화치곤 나쁘지 않아 보였다.
아이들 영화라...
요새도 시즌만 되면 아이들용 영화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그 중에서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가 있었던가?
아주 없진 않았지만 절대로 많지 않았다. 무늬만 어린이용일뿐 실제론 섹스와 폭력으로 가득찬 영화가 아니면 유아들을 위한 TV 유치원 수준의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 아이들과 함께 남녀노소 모두가 다함께 무난하게 즐길 만한 영화는 많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마저도 어둡고 이상해져갔다. 일부에선 어린이들에게 노출돼있는 코믹북 자체가 섹스와 폭력을 팔고 있으니 영화도 그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어벤져스'는 아니다. '어벤져스'는 오랜 만에 나온 제대로 된 패밀리용 어드벤쳐 영화였다. 유치한 유머가 너무 잦다는 게 오히려 신경쓰일 만큼 '어벤져스'는 밝고 가벼운 톤의 영화였으며, 선정적인 씬은 거의 또는 전혀 없었다. 왠지 영화의 분위기가 청소년층을 지나 어린이들을 겨냥한 것처럼 보일 만큼 때로는 조금 바보스럽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했지만 어렸을 적에 읽었던 유쾌한 만화책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바로 그런 게 코믹북의 추억이고 수퍼히어로의 추억 아닌가.
수퍼히어로 영화를 성인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려 하거나 선정적인 씬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을 너무 의식하게 되면 이상한 영화가 나오게 된다. 이는 단지 수퍼히어로 영화 뿐만 아닌 패밀리 영화 전반에 해당된다. 그러나 마블 코믹스는 쓸데 없는 장난을 치지 않고 수퍼히어로 영화다운, 패밀리-프렌들리 영화다운 영화를 만드는 데만 전념한 듯 하다. 한마디로 수퍼히어로 영화를 똑바로 만들었다는 얘기다.
그렇다. 마블 코믹스가 수퍼히어로 영화다운 영화를 또 하나 내놨다. 작년의 '토르', '캡틴 아메리카'로 실망시키지 않았던 마블 코믹스가 금년에도 '어벤져스'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수퍼히어로 영화는 바로 이런 것'임을 다시 한 번 제대로 보여줬다.
얼마 전에 어느 한 미국 영화 블로거가 "수퍼히어로 라인업은 DC 쪽이 나은데 영화는 마블이 더 잘 만든다"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궁금한게 아이맥스 또는 쓰리디로 보셨나요.
답글삭제일반으로 봤습니다.
답글삭제전 시간관계상 할 수 없지 않는 한 아이맥스나 3D로는 보지 않아서...
오~ 보셨군요.
답글삭제저도 지지난주에 개봉하자 마자 봤는데 그럭저럭 볼만 했습니다.
吳공본드님 말씀대로 역시 눈 높이를 아이들 수준으로 맞추고보니 딱 볼만 했던것 같습니다.
기대수준을 낮추니 재미있더라구요.
이제 다크 나이트 라이지스와 스카이폴이 남았군요.
둘다 기대하는 바가 큰 작품입니다.
그런데 본드에 대한 기대 수준은 한참 높으니 스카이폴이 조금 걱정되긴합니다.
기다렸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여름 시즌 오프너라서 봤습니다.
답글삭제근데 난리가 났던데요. 연회 매진으로 영화관 직원이 빈자리 두지 말고 촘촘히 앉으라고 안내를 다 하더군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는 이렇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야 제대로인 것 같습니다.
저도 다크 나이트가 이번에 얼마나 해줄지 궁금합니다.
근데 전 놀란 영화에 좀 물려서...
스카이폴은 저도 기대하고 있긴 한데 전편들과 얼마나 다르냐가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말로는 달라졌다고 하는데 아직까진 보기엔 그대로인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