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6일 일요일

숀 코네리의 마지막 007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극장에서 보다!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를 끝으로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007 시리즈를 떠나자 제작진은 호주 출신 모델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로 제임스 본드를 교체했다. 007 제작진은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서 처음으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레이전비와 장기 계약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레이전비가 007 시리즈를 떠나겠다고 한 것!

당시 턱걸이 30대였던 레이전비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시대에 뒤쳐진 스타일의 영화라서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지 라이더(Easy Rider)'와 같은 영화가 흥행성공하는 등 히피 문화가 인기를 끄는 세상에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고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는 제임스 본드가 설 자리가 더이상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레이전비가 이러한 잘못된 판단을 하는 데 당시 그의 매니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해서 조지 레이전비는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 단 한 편을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다.

레이전비가 007 시리즈를 떠나자 007 제작진은 또다시 새로운 얼굴을 찾아나서게 됐다.

그리고 임자를 찾았다.

그렇다. 코네리, 숀 코네리다. 어마어마한 액수의 출연료를 주고 코네리를 다시 007 시리즈로 데려온 것이다.


코네리가 다시 제임스 본드 역으로 돌아온 영화는 007 시리즈 7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코네리의 여섯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이자 그의 마지막 영화다.

(참고: 코네리는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에서 또다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지만,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코네리의 오피셜 007 시리즈 마지막 작품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된다.)

코네리의 리턴과 함께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를 연출했던 가이 해밀튼(Guy Hamilton)도 돌아왔으며, 주제곡 역시 '골드핑거' 메인 타이틀을 불렀던 영국 소울가수 셜리 배시(Shirley Bassey)가 불렀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제 2의 '골드핑거'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제 2의 '두 번 산다'에 보다 가깝다.

영화 제목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동명 소설에서 따왔으나 줄거리는 완전히 달랐다. 본드걸 티파니 케이스(질 세인트 존) 등 등장 캐릭터와 로케이션(미국), 다이아몬드 밀수 정도만 원작과 일치했을 뿐 메인 플롯은 크게 차이가 났다. 제작진은 다이아몬드 밀수와 원작에 나오지도 않는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를 연결시키면서 '두 번 산다'와 비슷한 황당한 테러 플롯을 탄생시켰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두 번 산다'와 함께 가장 실망스러운 코네리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그래도 흥행엔 성공했다.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것. 한마디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돌아온 숀 코네리를 빼면 볼 게 없는 영화였지만 '코네리 효과'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코네리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영원히' 떠났다. 마치 제임스 본드 영화 제목 '두 번 산다'처럼 007 시리즈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던 코네리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마지막으로 살인면허를 영구 반납했다.

바로 이 영화가 미국 워싱턴 D.C 근교에 위치한 메릴랜드 주 실버 스프링의 AFI Silver에서 상영됐다. 007 시리즈 50주년을 맞아 지난 주까지 60년대에 제작된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상영하더니 이번 주부턴 70년대로 넘어갔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가 범작 수준에 머무르는 작품이라서 인지 관객 수는 지난 주 '여왕폐하의 007'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도 AFI Silver에서 가장 규모가 큰 1관에서 상영했으나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객석이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숀 코네리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인 데다 미국 여배우들이 본드걸로 출연한 만큼 '여왕폐하의 007' 때보다 관객 수가 늘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막상 가보니 지난 주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도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축에 들기 때문인 듯 하다.

이렇게 해서 AFI Silver 덕분에 숀 코네리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 전체를 빅스크린으로 모두 봤다. 60~70년대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극장에서 빅스크린으로 볼 기회가 (쉽게)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AFI Silver 덕분에 60년대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모두 극장에서 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코네리 주연의 여섯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도 모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AFI Silver의 클래식 007 시리즈 상영이 곧 끝난다. 다음 주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가 마지막 영화다. 기왕 시작한 김에 80년대 클래식도 몇 편 해줬으면 좋겠는데 다음 주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끝이다. 6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 전체와 70년대 영화 일부를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어디냐는 생각도 들지만 80년대가 빠졌다는 게 영 아쉽다.

아무래도 AFI SIlver에 가서 '주인 나오라'고 해야할 듯...ㅋ

댓글 2개 :

  1. 레젠비가 잘만 버텼으면 상당히 괜찮은 본드가 되었을듯 합니다.
    오히려 로저 무어 보다 좋은 선택이 되었을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단 로저 무어보다 나이가 젊었고, 액션신 소화 능력이 있고, 로저 무어처럼 가벼운 이미지가 아니니, 007 제작 방향도 좀 더 달라졌을수도 있을거라고 봅니다.
    물론 70년대 분위기 상 만화같은 스타일로 계속 갔겠지만, 그래도 황당 무계한 스타일은 아니었을듯 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도 원작을 조금만더 참고하고, 블로펠트가 나오지 않았다면... 좋은 영화가 되었겠죠.
    결국 그래도 쇼비지니스에서는 수익이 중요하니 결과론적으로 DAD는 성공한 작품이겠죠.
    다만 본드 매니어들이 싫어하는 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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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레이전비가 007 시리즈에 계속 남았더라면 성공적인 본드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경험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흠이었지만 나머지 조건들은 훌륭했죠.
    성공한 비즈니스맨 스타일의 세련미부터 훤칠하고 건장한 체격 등등 레이전비는 괜찮은 본드였죠.
    만약 레이전비가 두 번째 영화에서 연기 문제만 극복했다면 70년대의 본드는 레이전비가 됐겠죠.
    하지만 레이전비가 그만의 개성을 살린 본드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007 시리즈의 간판이던 코네리의 뒤를 이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만한 재능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OHMSS 이후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두 번째 영화 기회를 아예 잡아보지도 못했으니...
    레이전비의 이후 인터뷰를 보니 어렸을 땐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얘길 많이 하더군요.

    다이아몬드...는 사실 원작부터 별로 재미가 없어서 손질이 불가피했을 겁니다.
    하지만 좀 너무 오버를 했죠...^^
    다이아몬드 밀수 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스케일을 키우려 한 것까진 좋았는데,
    다이아몬드로 만든 인공위성은... 아무래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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