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월요일

필라델피아 이글스, 2주 연속으로 극적인 1점차 역전승!

마지막 4쿼터. 스코어는 23대17.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2분.

2분 안에 터치다운(7점)을 해야만 역전이 가능하다.

글짓기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참 멋진 상황이겠지만 풋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멍멍이 같은 시츄에이션이다.

이러한 상황을 홈구장에서 지켜봐야 했던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팬들도 마찬가지 기분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막강 수비로 소문난 AFC의 최강팀 중 하나인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였으니 경기장을 찾은 이글스 팬들은 바지에 쉬하기 일보직전이었을 것이다. 이글스 오펜스가 엔드존 코앞까지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지만 막강한 레이븐스 수비가 몇 야드를 남겨놓고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NFL 심판들의 파업으로 칼리지 풋볼 심판들이 2주 연속으로 NFL 경기 심판을 맡았다는 점도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파울을 못보거나 파울이 아닌 것을 파울로 선언하는 등 크고 작은 실수를 연발해온 칼리지 풋볼 심판들이 결정적인 순간 오심을 하면 승패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2012년 시즌 두 번째 경기를 인터셉션과 함께 시작한 쿼터백 마이클 빅(Michael Vick)과 이글스 오펜스는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턴오버를 여러 차례 범하며 샤프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며, 해프타임엔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으며 라커룸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NFL 약체로 꼽히는 클리블랜드 브라운스(Cleveland Browns)와의 지난 주 경기에서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마지막에 극적으로 1점차 역전승을 거뒀으나, 이번 주 상대인 발티모어 레이븐스에게선 지난 주와 같은 기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레이븐스는 브라운스처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이번 주에도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6점차로 뒤진 상황에  1점차로 막판 역전승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또 놓였다.

아무래도 이번엔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아니다. 필라델피아 이글스가 또 1점차 역전승을 거뒀다. 2주 연속으로 막판에 터진 역전 터치다운으로 1점차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하마터면 오심으로 역전 기회를 완전히 놓칠 뻔 했으나 리플레이 리뷰를 통해 다시 기회를 찾아온 이글스 오펜스는 쿼터백 마이클 빅이 직접 공을 들고 엔드존으로 뛰어들면서 23대23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터치다운(6점)을 했으니 엑스트라 포인트 킥(1점)만 성공시키면 24대23으로 역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엑스트라 포인트 킥은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차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매우 낮으므로 마이클 빅이 러싱 터치다운을 하는 순간 사실상 역전에 성공한 셈이었다.





물론,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엑스트라 포인트 킥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이글스 24, 레이븐스 23.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경기 시간이 아직도 1분55초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레이븐스가 반격할 시간 여유가 충분했던 것. 더군다나 레이븐스는 타임아웃도 2개씩이나 남아있었다. 그러므로 쿼터백 조 플래코(Joe Flacco)가 이끄는 레이븐스 오펜스는 시간 걱정을 크게 할 필요가 없었다.  1점차로 뒤진 것이 전부였으므로 굳이 터치다운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필드골(3점)만으로도 재역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이븐스 오펜스의 미션은 간단했다: 남은 1분55초 안에 필드골을 찰 수 있는 곳까지 전진하는 것!

그.러.나...

후반들어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레이븐스 오펜스는 마지막 기회에서도 삽을 들었다. 필드골 존까지 전진은 고사하고 퍼스트 다운도 성공하지 못하고 턴오버-온-다운(Turnover on Downs)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이글스 24, 레이븐스 23.

비록 이글스의 홈경기였지만 전반에만 해도 이글스가 이기는 경기로 보이지 않았다. '지난 주에 약체 클리블랜드 브라운스를 가까스로 이기더니 이번 주엔 임자를 만났구나' 싶었다.

그러나 알고봤더니 임자를 만난 건 이글스가 아니라 레이븐스였다. '경기 막판 1점차 뒤집기 전문'인 이글스에 당했으니 말이다. 지난 주엔 17대16으로 브라운스를 1점차로 누르더니 이번 주엔 레이븐스를 24대23으로 해치웠다.

물론 깨끗한 승리는 아니었다. 인터셉션, 펌블 등 턴오버를 너무 자주 범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지난 주 경기에서도 턴오버를 무진장하더니 이번 주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해프타임 때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이유도 2주 연속으로 정신을 못차린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현재 2승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2승무패는 현재 이글스가 속한 NFC 동부 팀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지금까지의 2012년 시즌 경기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시즌 전적만 놓고 보면 필라델피아 이글스는 시즌을 매우 산뜻하게 시작한 게 된다.

그렇다.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일단 이기고 봐야 하는 것이다. 2주 연속으로 어글리한 승리를 거뒀지만 그래도 W는 W다.

하지만 2주 연속으로 역전승을 거뒀다고 이글스의 '뒷심'을 높게 평가하긴 아직 이른 듯 하다. 마지막에 강한 팀이 많은 경기를 이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글스는 '뒷심' 과시보다 턴오버 횟수부터 줄일 생각을 해야할 것 같다. 이렇게 턴오버를 많이 범하면 이기기 힘들다. 그럼에도 2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이는 '뒷심' 덕분이라기 보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맞다. '뒷심' 타령도 좋지만 턴오버부터 줄이는 게 순서다. 또한 주전 쿼터백 마이클 빅의 플레이 스타일이 많은 태클을 당하는 편이라서 그가 이런 식으로 풀시즌을 견딜 수 있을지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이 문제는 빅이 아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 시절 때부터 제기되었던 것으로, 이글스에 입단한 이후 위험한 플레이 횟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많은 NFL 애널리스트들은 마이클 빅이 풀시즌을 건강하게 마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금년 NFL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된 루키 쿼터백 닉 폴스(Nick Foles)가 프리시즌에서 맹활약을 보이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으므로 빅이 부상 등으로 쉬는 사이 주전 쿼터백의 자리가 영구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마이클 빅은 앞으로 좀 더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레이븐스와의 '새싸움'에서 승리한 이글스는 다음 주 또다른 '새팀' 아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와 맞붙는다. 다음 주 '새싸움'에선 누가 이기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8개 :

  1. 조플라코 4쿼터 TD가 오펜시브 PI로 취소된게 좀 어이 없더라구요. 미숙한 심판들이 경기를 지저분하게 망치는거 같아요. 이겨도 져도 깔끔 하지 못하게 되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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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상한 판정이 좀 많이 나왔죠...^^
    첫 째 주엔 심판들이 겁이 나서 파울 선언을 너무 안 하는 게 아니냔 비판을 받았는데,
    둘 째 주엔 이를 의식했는지 플래그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좀 황당한 게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경기였나요? 딜레이 오브 게임 파울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더군요.
    플레이클락이 0초가 되면 딜레이인데 제가 기억하는 것만 두 번 이상 안 불더라구요.
    그 중 하나는 49ers의 터치다운으로 이어졌죠.
    1초와 0초는 눈으로 봐도 분명히 다른데 말이죠.
    아마도 올림픽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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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드디어 시즌 시작이네요 ^^ 오공본드님 리뷰 올해도 잘 보겠습니다.
    전 지금 브롱코스 MNF 보다가 성질나서 꺼버렸습니다.
    이번 주 팬터지 QB로 RG3 대신에 매닝을 믿었건만 ㅜㅜ
    마이클 빅은 작년시즌 주전 QB였는데.. 아주 그냥.. 어휴..
    그럼 오공님도 이번 시즌도 잘 즐기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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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페이튼 매닝의 경기는 마지막까지 봐야합니다...라고 답글을 달려고 하니까 경기가 끝나더군요...^^
    RG3는... 수비수 오락포가 시즌엔딩 부상이라고 하더군요.
    왠지 레드스킨스가 또 꼬이는 것 같습니다.
    세인트 루이스 전에서도 바보같은 패널티로 기회를 날리며 졌죠.
    경기 시작하자마자 1분도 안 지나서 펌블 리턴터치다운으로 리드를 잡더니,
    막판에 그렇게 지더군요. 레드스킨도 혈압이 좀 올라있을 듯...^^
    반대로 카우보이스는 시작부터 죽을 쒔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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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흐.. 그럼 매닝을 이번주에도 믿어봐야 하는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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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근데 휴스턴이 만만치 않죠.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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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이 경기 진짜 전반만 해도 지는 줄 알았어요.
    솔직히 클리블랜드전보고 나서 진짜 발티모어전 힘들겠다, 했는데 인터셉트 당하고 그 많은 턴오버들.. ㅠㅠㅠ

    이 화려한 멤버를 데리고 있으면서도 매 경기 불안함을 느껴야 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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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도 클리블랜드전에서 의외로 헤매는 걸 보고 발티모어전은 힘들겠다 생각했었죠...^^
    두 번은 운좋게 넘겼지만 세 번은 힘들었던 듯 합니다.
    오늘 아리조나에게 크게 패했으니...
    왠지 크게 패할 것 같더니 진짜 그렇게 되더군요. 결국 올 게 온거죠.
    오늘 경기를 봤는데, 제가 보기에도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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