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5일 월요일

존 배리, 마빈 햄리쉬, 셜리 배시, 그리고 아델

세 편의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부른 영국 여가수 셜리 배시(Shirley Bassey)가 처음으로 아카데미 무대에서 공연을 가졌다. 가장 유명한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불렀음에도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배시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스페셜 코너에서 그녀의 첫 번째 007 시리즈 주제곡 '골드핑거(Goldfinger)'를 열창했다.

셜리 배시가 부른 007 시리즈 3탄 주제곡 '골드핑거'는 조지 마틴(George Martin)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작곡은 존 배리(John Barry)가 맡았다.

'골드핑거'를 작곡한 영국 작곡가 존 배리는 11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 스코어를 담당했던 007 베테랑 작곡가다.

'골드핑거' 주제곡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밴드 비틀즈(The Beatles) 프로듀서다. 1964년 '골드핑거' 주제곡으로 007 시리즈와 인연을 맺은 조지 마틴은 1973년 007 시리즈 8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의 스코어를 맡았다. '죽느냐 사느냐' 주제곡은 전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불렀다. 조지 마틴과 폴 매카트니가 007 시리즈에서 다시 뭉친 것이다.

존 배리가 편곡을 담당했던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와 조지 마틴과 폴 매카트니의  '죽느냐 사느냐' 주제곡 'Live and Let Die'는 아카데미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스페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스페셜 영상

▲'골드핑거' 주제곡을 열창하는 셜리 배시
2012년 세상을 떠난 영화인들을 추도하는 'IN MEMORIAM' 코너에서도 존 배리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


'IN MEMORIAM'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존 배리의 곡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메인 타이틀.

007 시리즈 음악은 아니지만 너무나도 유명한 존 배리의 곡이다.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주연의 드라마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80년대 중반 서울의 명보극장에서 개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래에 있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작품, 감독 등 아카데미 7개 부문 수상작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스코어를 담당했던 존 배리도 이 영화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IN MEMORIAM'에도 낯익은 007 베테랑이 한 명 포함돼 있었다.

바로 작곡가 마빈 햄리쉬(Marvin Hamlisch)다. 마빈 햄리쉬는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스코어와 주제곡을 작곡했으며, '나를 사랑한 스파이'로 아카데미 음악과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마빈 햄리쉬를 추도하기 위해 여배우 바바라 스트라이샌드(Barbara Streisand)가 무대에 올라 햄리쉬가 작곡한 1973년 영화 '추억(The Way We Were)'의 주제곡 'The Way We Were'를 불렀다.


마빈 햄리쉬는 '추억'으로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곡상을 받았다.


햄리쉬의 곡은 'The Way We Were'가 전부가 아니었다.

마이클 더글라스(Michael Douglas)와 제인 폰다(Jane Fonda)가 감독상 시상을 위해 무대로 나올 때 본드팬들의 귀에 너무나도 익숙한 곡이 배경음악으로 흘렀다.


바로 이 곡이다.



마빈 햄리쉬가 작곡하고 미국 가수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이 부른 제임스 본드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는 아카데미 주제곡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곡이다.

007 시리즈 50주년 스페셜 영상에 'Nobody Does It Better'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더라면 더욱 멋질 뻔 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그 때 이 곡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클리셰였기 때문인지 나오지 않았으며, 그 대신 감독상 시상자 입장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마지막은 007 시리즈 최초로 아카데미 주제곡상을 받은 아델(Adele)의 '스카이폴(Skyfall)' 공연.






여기서 잠깐!

2명의 '007 여가수' 셜리 배시와 아델이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래를 부른 바람에 비교가 불가피하게 된 듯 하다.

폭스 뉴스(FOX NEWS)는 셜리 배시의 손을 들어줬다. 셜리 배시가 받지 못했던 아카데미 주제곡상을 아델이 받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 공연은 셜리 배시가 더 나았다는 것. 폭스 뉴스는 셜리 배시가 60년대 클래식 '골드핑거'를 열창하고 큰 박수를 받았으나 1시간 이후 아델이 '스카이폴' 주제곡을 불렀을 땐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았다고 썼다.


하지만 내가 볼 때 문제는 '누가 더 잘 불렀나'가 아니라 '어느 곡이 더 나은가'인 듯 하다.

셜리 배시가 부른 '골드핑거'는 어지간한 영화팬이라면 다들 알 정도로 대단히 유명한 클래식이며, 007 시리즈 아이콘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아델의 '스카이폴'은 그런 레벨이 아니다. 아델도 노래는 대단히 잘 부르지만 '스카이폴' 주제곡은 007 시리즈 아이콘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될 만한 인상적인 곡은 못된다.

그러므로 만약 아델이 '스카이폴'이 아닌 그녀의 다른 히트곡을 불렀다면 또다른 얘기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금년 아카데미 공연만을 놓고 비교하자면 나도 폭스 뉴스와 마찬가지로 셜리 배시의 손을 들어주겠다. 76세의 고령에도 쩌렁쩌렁 울리는 파워풀한 보컬과 함께 녹슬지 않은 노래 실력을 과시한 셜리 배시는 기립박수를 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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